결혼 후 알게 된 남편의 친구들. 그사이에 군대 후임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남편은 종종 그 군대 후임이라는 사람을 만나러 갔는데 나는 그 만남이 달갑지가 앉았다.
처음부터 만나는 것을 껄끄러워한 것은 아니다. 말수가 적은 남편이라 어떤 관계에도 거리감을 느끼는데 편하게 생각하고 만난다는 사람이 있다는 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 괜찮다고 생각했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라면 한 번씩 아내 눈에라도 띄었어야 했는데 인사할 일이 없다는 것. 아이가 둘이나 태어났음에도 선물하나 사온 적이 없다는 것은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도 이상한 일이었다. 사실 첫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남편 친구들로부터 돌반지를 수십 개를 받았고 대학교 다니면서 용돈벌이로 아르바이트하던 내 여동생은 없는 돈으로 조카 선물을 사서 보냈다. 헌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사람인데 일도 하는 사람이데. 선물하나 없다는 것은 ‘조카와 남은 다르지’ 하고 넘겼다. 내가 여자여서 인지 관심과 애정은 선물을 주고받는 것으로 확인했고 동네 주변 아줌마들도 사소하게 이것저것 주고받은 때라서 그 부분은 조금 의아했다. 남자들의 우정은 그런가? 갸우뚱할 일이 이었으나 금세 별일 없는 냥 잊어버렸다.
문제는 또 다른 상황인데 남편과 그 사람과의 약속이 있던 날 맞벌이인 우리 집의 특성상 내가 아이를 못 데리러 가게 된 상황에서 남편한테 조금 늦을 것 같으니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되려다 주고 나가라. 내가 최대한 빨리 가겠다’ 할 때였다. 남편은 약속시간 때문에 안된다고 했고 나는 아이가 우선이지 약속이 먼저냐고 했다. 또한 그에 따른 대책으로 친구를 우리 집으로 불러서 놀거나 친구에게 아이를 데려다주고 오겠다고 시간을 늦추거나 아니면 약속시간이 빠듯할 것 같으니 약속 장소를 우리 집 근처로 바꾸자고 하는 걸. 어떠냐는 제안에도 약속 취소라는 결론을 냈다.
약속 취소라는 결론은 나를 약속 날짜를 잡고 보고 하였는데도 못 나가게 하는 나쁜 아내로 만들어서 투덜거렸지만 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아이가 먼저이고 둘 다 융통성 없다고 맞붙었다. 그 술 약속은 코로나 시국에도 계속되었는데 ‘술’이라는 것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 상황이니 안 먹어도 되는 것 정도로 인식하는 나와는 다른 게 ‘밥’ 말고 ‘술’을 먹어야 된다는 이유로 싸우기도 했다. 밥만 먹고 오면 안 되겠냐는 말에 술이어야 한다는 대답으로 코로나는 술 마시면 걸리고 밥 먹으면 안 걸 리냐는 논리를 펴내기도 했다.
그냥 단지 내가 원하는 것은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으면 피해보자는 의지였다면 남편은 잔소리를 피하고 싶었나 보다. 그 사람과 만나지 말라는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유부남이 총각과 만나는 것. 그것만으로도 둘의 만남에는 의미가 없다. 실제로 나는 결혼 안 한 동생과의 대화보다 결혼한 동네 아줌마의 대화가 더 통하는 구석이 많은데 남자라고 다를까? 나는 아이들 옷장을 하나 더 구입하자고 한 적이 있는데 남편은 하나만 있으면 되지 뭐가 문제냐?라고 할 때다. 이런 사소한 이야기조차도 유부남들과 술을 마셨다면 이런저런 귀에 박히는 게 있지 않았을까?
남편의 결혼한 친구에게 전화 걸어서 너희 집 아이 옷장이 몇 개인지 묻는 것으로 우리 문제는 해결되었다. (그 집 아이들 옷장은 총 4개라고 말함) 유부남들과 대화를 하고 정보를 얻는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그들의 만남은 육아나 무엇 하나 도움이 되는 부분이 없다.
그렇게 남편은 2월. 보이스 피싱에 당했다.
<그 사람은 실업상태에서 돈이 급하자 대출상담을 받았고 대출담당자는 당신의 신용이 좋지 못하니 다른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했다.
남편은 불과 3개월 전에 모든 빚을 청산하고 주택대출조차 없는 상태였고 장기간 근속 연수로 신용 하나는 좋은 사람이었다. 대출담당자는 남편에게 저 아이의 대출을 위해서 당신이 이렇게 저렇게 해주면 저 아이의 대출이 될 수 있다. 이런저런 말에 홀려 정확히 9천, 내통 장에 들어온 남의 돈 1천까지 총 1억을 다른 통장으로 넘겨주었다. >
어찌 됐던 사고 수습을 위해서 우리가 현재 갚아야 할 채무를 기록했다. 그 아이에게 얼마를 갚을 수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며칠 뒤 자고 있는데 전화 통화가 새어 내 귀에 들어왔다. “십만 원도 줄 수 없어”
나는 곧장 일어나서 전화기를 바꿔 받았다. 내가 그 남자의 아내이고 우리는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힘쓰지 않으면 다음 달부터 매달 240만 원씩 대출금으로 나가야 한다.
대출이자가 10프로가 넘으니 얼른 원금부터 갚아야 되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우리가 맞벌이 함에도 이 돈은 해결할 수 없는 돈이다. 얼마를 주실 수 있겠느냐?
그 아이의 어머니는 우리 남편에게 10만 원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가 돈이 필요해서 300만 원만 빌리려고 했는데 그럼 그냥 300만 원만 우리 아이 주고 말 면되지. 왜 1억이나 빌 리냐? 바보 같다고 말했다.
나 또한 이것이 기막히고 바보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지금은 사건 해결이 우선이다. 10만 원도 줄 수 없다고 들었는데 그게 맞나? 우리 남편한테 보이스피싱범을 소개해준사람은 당신 아들이다. 하나도 줄 수 없다면 경찰에 신고하겠다.
그의 어머니는 지금 협박하는 거냐며 따지고 드셨다. 그리고 경찰에 신고할 테면 신고하라고 하셨다. 그 후 알겠다고 전화를 끊었고 남편에게 그 아이는 일주일간 문자가 왔다.
“ 형, 나 진짜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남편은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지금 사정을 이야기하며 이런 상황에서 너의 태도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고 그 아이는 “이렇게 힘든 시기에 함께 할 수 있을게 진정한 우정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답장을 날렸다. 미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