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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줌 Mar 26. 2022

남편이 퇴사합니다


보이스 피싱 사건으로 남편과 내가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을 ‘1억짜리 작은 상가를 팔자’였지만 건물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팔리는 일이 아니었다.

일단 첫 번째 할 일은 대출을 우리가 할 수 있는 저금리로 바꾸는 것이었지만 ‘상가만 팔리면 그만이야’라는 기대감에 은행은 가지 않았다. 은행 대출을 하려고 치면 서류부터 준비해야 될 일이 많아서 번거롭다. 이럴 때 보면 나나 신랑은 둘 다 베짱이 크다.

은행 대출로 갈아타는 것은 최후의 보류로 두고 먼저 차를 팔자는 결론에 다다랐다. 집에 차 한 대는 있어야 한다는 만류에도 suv 중고가 1500만 원 정도의 값어치가 있다고 하니 팔아버릴 것이다. 이렇게 하나뿐인 차에 담대할 수 있는 것은 내 차를 사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사실 이건 누가 들어도 헌 차를 팔고 새 차를 사겠다는 게 의아할 수 있겠지만 남편은 나의 생활에 타격을 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내가 하는 일은 차가 없으면 안 되는 일이라 남편이든 나든 둘 중 한 대는 있어야 한다. 또한 내 주식 자금도 손대지 않기로 했다.)



그전부터 나는 차를 사려고 했고 남편 차가 없어진다고 해도 내차는 사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견적을 보러 갈 때 택시를 타고 다녔다. 견적 보는 것이 계약으로 진행되지 않았을 때 오는 왕복 택시비는 아깝다. 남편은 내가 차를 사겠다고 했을 때 “한집에 두 대가 왜 필요하냐? 내차를 타라”라고 했지만 결국 한집에 두 대는 남편 말대로 어불성설이다. 그렇게 남편 차는 없어지더라도 남편은 두말할 자격이 없다.

1500만 원이라는 돈은 매달 240만 원이라는 대출금을 6개월 정도 납입할 수 있는 돈인데 그마저도 위태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퇴직금이었다.

남편의 사고 소식 이후 회사에서는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은 도와주겠다고 말했었지만 남편이 퇴직금 중간 정산을 요구하자 회사 규정을 이유로 안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남편이 회사를 다니면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파산’이라고 회사 규정을 들었을 때 욕이 저절로 나왔다. " 퇴직금 3천만 원도 안 되는 돈 때문에 파산하라고???" 정말 두귀를 의심해서 한번 더 물어봤다.

파산하고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을 어느 회사에서 받아준다는 말인가! 가만히 있던 사람을 파산하라는 게 말이 되는가! 정말 회사는 직원을 위하는 것인가 회사를 위하는 것인가. 나는 남편에게 3개월의 시간을 줄 테니 회사부터 그만두고 이직을 알아보라고 말했다.

회사만 그만두면 자연히 퇴직금은 생길 테다. 남편은 전부터 다른 회사 이직을 하고 싶다고 말하던 차였다. 그때 내가 이직을 반대한 이유는 남편 이직으로 꼭 자영업을 하는 내가 남편의 근무에 맞춰서 일해야 하는 것. 지금도 아이들 스케줄에 맞춰서 일하고 있는데 현재에 안주할 수 없는 것이 불편하고 못마땅해서 월급이 문제라면 더 안 벌어와도 된다며 말류 했다.

남편은 회사부터 그만둘 수 없다고 했다. 이직 자리를 구해놓고 퇴사하겠다고 말했을 때 그냥 당장 그만 두기를 바랐다. (그만둔다고 말하고 한달간의 인수인계기간이 있으니 하루라도 빨리 말하는게 좋을것 같았다)


상황은 이렇게 됐지만 이직하고 나면 또 쉬지 못하고 일할 텐데 이번에 조금 쉬어가는 틈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과 설마 3개월 안에 취직을 못하겠어?라는 생각이다.

그렇게 3일쯤 있어 남편은 하루에 2곳의 면접을 봤고 나는 둘 중에 하나라도 되겠지~하며 오늘 당장 그만둔다고 말하라고 했지만 남편은 합격 고지가 올 때까지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만둔다고 생각한 회사 돌아보기도 싫을 것 같은데 어쩜 저렇게 한결같은지 그 끈기가 참.

‘그러니 대출을 3곳이나 하면서 전화하고 신용조회받고 질릴것고 같은데 한 번에 다 해결하지?’ 싶기고 하고 보고 있자니 질린다.

그렇게 다음날 면접 합격 통지를 받았다. 지금 회사에 그만두겠다고 전화도 넣었다.

퇴직금도 받게 됐고 월급도 올려 받게 됐다.




그 와중에 내가 그토록 원하던 ‘당장 그만둬’도 실행됐다. 남편은 근무자들이 확진되어 대타 들어간다고 하기 여러 번이더니 데려 본인이 확진되어 왔다. 자가 키트를 3일 연속하고는 ‘아니네, 아니네’만 외치더니 Pcr검사에서 양성받아 모든 가족을 확진 되게 만들었다.

그렇게 남편은 퇴직하겠다는 말과 함께 7일간 자가격리를 함으로써 본인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코로나 감염은 회사에 지장 줄까 봐 노심초사였던 부분인데 내가 걱정하던 일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었다. 또 내가 평소에 일 안 하고 ‘주식만 하고 살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현실로 이루게 되었다.

주식만 하면서 하루를 보내면 어떨지 7일 동안 열심히 즐겨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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