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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줌 May 15. 2022

그래서 목표가 뭐니?

마흔 이후에 해야 할일

한 동안 나침반을 잃어버린 듯 제자리에서 방황했다.

도대체 가야 할 길이 어딘지 눈앞이 깜깜하다.

표지판들이 정확하게 가는 방향을 알려주고 있었지만 정작 내가 어디를 가고 싶은지, 뭘 하고 싶은지를 잃어버린 것 아닌가?

여태 어떻게 이만큼이나 잘 달려왔는지! 과거의 내가 신기할 따름이다.

결혼을 왜 했냐고? 그냥 했어. 난 독신을 한 번도 생각해 본적 없기에 그냥 결혼했고 아이도 가졌어. 대학은 왜 갔냐고? 다 나오는 대학. 그것이 원래 나와야 하는 과정이라 느껴서 그냥 갔어.

일은 왜 했냐고? 집에만 있는 성격이 아니라서 그냥 했다.

원래 그냥 하는 건지 알아서 그냥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일하는 과정까지 인생에 원래 정해진 과정인 것 같아 그냥 했다. 그냥 살았다.


그런데 마흔을 앞두고 정해진 과정이란 게 없다.

그 다음 스텝이 뭔지 정규 코스란 없다.

마흔 넘어 사람들이 하는 것 그건 뭘까? 이혼?

이혼도 생각했다. 조금 지긋지긋하고 혼자 살아도 충분히 일과 육아가 가능할 것 같아서 그것도 생각해 봤다.


퇴직? 그것도 생각해 봤다. 일을 그만두고 파이어족이 되어볼까? 하나 쌓아온 시간을 무참히 내던질 수 없어 포기했다. 결혼 다음의 스텝은 뭘까?


옛날의 사람들은 마흔이면 노년이고 환갑이면 장수했다고 생각해서 그 다음 스텝을 만들어 놓지 않은 것 같다. 퇴직 후 즐겁게 노년을 보내라는 시간을 주는 듯했다.

하지만 22년도 현재. 마흔이면 창창한 나이인데..


나란 사람은 재미를 추구하는 애니어그램 7번의 유형이었다. 왜 항상 재미있는 것만 보고 달리는지 성향 테스트 후 나를 곧 이해하게 되었지만 현재는 그 재미 추구적 나의 목표가 없다.

목적지가 없으면 달려갈 수 없는데. 목적지가 없다.

더 큰 성장을 이룩하는 것? 처음부터 놀만큼의 여유를 가지기 위해 시작한 일이라 나의 일 적 성장은 나의 즐거움이 아니다. 아이의 교육에 매진해봐? 하나에 매진하면 무섭게 집착하다가 아이가 어긋 날것 같아 쉬엄쉬엄 가고 싶다.

그럼 그냥 하고 싶은걸 하고 살아. 나에게 자문자답해 보지만 좀처럼 그걸 모르겠다.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라는 말도 있는데 재미를 추구하는 나는 얼마나 즐기면서 잘할까?! 허나.

MBTI 테스트로 보면 entp유형인 나란 사람은 지겨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란다. 그렇다. 뭔가를 길게 하질 못할뿐더러 흥미를 잃으면 쳐다도 안 본다. 젠장할.

끈기만 있었다면 뭘 하나 하더라도 성공했을 텐데 이번 생은 틀렸다. 그럼에도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중독이 되거나 도박을 좋아해서 도박에 빠진 것이 아니니 한편으론 다행스럽기도 하다.

어떻게 이 긴 생을 즐겁게 살지? 하루, 일주일, 한 달 동안 즐거운 것들은 매번 찾아가며 살 수 없다. 적어도 일 년은 즐거운 일. 그 일이 즐거워 2년은 즐겁고 2년이 즐거워서 3년  4년을 할 수 있는 나의 목표를 찾아야 한다.


그렇게 재미있으면서 지겹지 않을 내 목표를 찾아야 한다.

어릴때부터 장래희망이니 목표니. 그것에만 열중하는 삶을 살아와서 내 뇌는 그 목표란게 없으면 살아가지 못하는게 아닐까?

목표없이도 즐거운 삶을 살고싶지만 마인드 컨트롤이 안된다. 누군가는 쉽게도 말하는 그말. 그게 왜 안될까?


'그냥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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