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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줌 Aug 21. 2022

인생 한순간

 아이러니하게도 돈에는 눈이 달렸단다

2년 전 나의 집을 두고 바로 건너편 작은 평수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이사 나올 때 기분이 어땠냐고 묻는다면 집에 비해 내가 초라하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우리가 장만한 38평 아파트에 24평 신혼살림이 들어왔을 때 40인치 티브이 3인용 소파 모든 것들이 작게 느껴졌다. 이삿짐을 옮겨주고 정리해 주시는 이모님은 "다른 집들에 비해 주방용품이 적은 것 같아요. "라고 하셨는데 주방용품뿐만 아니라 옷도 적었을 것이다.

우리 부부는 그렇게 살림살이에도 옷에도 관심이 없고 취미때문에 필요한 장비도 없었다. 그러니 뭐 짐도 없고 30평대 집이 크게 느껴졌을 수도,

그 텅텅 빈 집을 채우려고 하나하나 물건을 들여놨다.

필요에 의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 후 건너편 24평 전셋집으로 이사 갈때는 짐이 너무 많이 불어나서 웬만한것들은 다 버려야했다. 방에 침대가 들어가지 않아 버려야 했고  아이들 50인치 스탬플린도 미니미끄럼틀도 려야 했다. 들어갈 틈이 없어서 6인용 식탁은 거실에 두고 책상인 듯 식탁인 듯 혼용해서 사용하는 언발란스한 환경이 완성됐다.

수납공간도 넉넉하지 않아서 이삿짐 센터에서 해주는 정리해주는 서비스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사 후 6개월 정도는 베란다마다 풀지 못한 박스가 가득 차고 그 박스들이 고스란히 거실벽 한편을 켜켜이 벽을 이뤘다.

큰 박스들 안에 생각보다 물건들이 별로 안 들어가고 옷이 없다던 우리 집의 옷 넣은 박스조차 10박스 넘게 채워져 있어서 박스 라면 진절머리 나도록 뜯고 물건을 비웠다.

사실 그 많은 짐들을 비우는 게 아깝지 않았던 이유는 다시 우리 집으로 돌아가서 '새로 장만해야지' 하는 마음이다.


그 기간 나는 내 목표만 생각했던 것 같다.

나의 현재 상황들보다 4년 뒤의 목표를. 나는 38평 아파트에 다 시들어가서 신혼살림을 버리고 다시 새살림으로 바꿔야지 했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이 그땐 초등학생이 되었으니 각자의 방에 새 침대와 책상을 놓아주어야지.

바닥은 장판 말고 대리석 바닥으로 해볼 테야.

거실 시는 겨울에 바람이 새어 들어와서 별로라는 말도 있지만 이왕이면 예쁘게 폴딩도어로 바꿔야겠다.'


이런 나의 계획의 시발점은 단연 돈이었다.

기존 집에 있던 집 담보 대출금 백만 원이라는 돈과 난방비 30만 원. 한 달에 130만 원을 아껴보자고 집을 줄여 전세로 이사했고 우리 집에 세입자를 들이면서 그 돈으로 담보대출을 상환하고 전셋집을 계약하고 남은 돈으로 상가까지 장만했다.


남편한테 대출 다 청산하고 돈 모아서 다시 오자고 이사이야기를 꺼냈다. 그냥 이대로 살면 안 되냐는 남편에게 30년 동안 부동산 대출을 갚을 순 없으니 4년 동안 갚아버리자고 설득했었다.


예전에도 많이 언급했던 그 상가는 35만 원이라는 월세를 매달 받았고 대출이 없어져서 월 100만 원에 난방비를 포함한 여러 잡비를 이사를 통해 아낄 수 있었다.

덩달아 그해에 자영업 하던 내 일도 조금 더 잘되서 여유롭게 먹고 쓰면서 지출을 제하고도 한 달에 300만원 정도가 통장에 남았다. 원래 저금하고 있던 아이들 저축에 4인 보험료, 청약, 곗돈 모든 지출들을 빼고도 300이니 허리띠를 졸라맸다면 한 달에 4~500은 모을 수 있지 않았을까?


금방 부자 되겠다 할 때였다.

대출금이 없으니 돈이 잘 모였다.

그런데 한 순간에 삐딱선을 타더니 무섭게 추락했다.

현재는 목표한 날짜가 다가오는데 아무것도 없이 그 자리에 머물러있다.

젊을 때 이런 경험이 나은 거라 애써 위로하며. 정말 옛 어르신들이 말하신 대로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 있다'라는 말을 실감했고 '돈에 눈이 달렸다'라는 것도 사실일까 무섭게 느껴진다.

옛 속담 정말 틀린 거 하나 없다 느끼며 그 말들이 다 사실이라면 나도 그걸 이용하면 되지 않겠나...

 '돈이 돈 번다고 했지요'




열심히 할려고 했을 뿐.

훌훌털고 다시 시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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