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 선물 선(膳)에, 물건 물(物) 자를 써서 선물이다. 남에게 어떤 물건 따위를 선사함. 또는 그 물건
선물은 고전경제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요소 중 하나로 여겨졌다. 경제학은 모든 개인이 합리적이고,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함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선물은 어떠한 대가를 바라지 않고 행동하는 것인 동시에, 합리성과는 거리가 먼 소비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명품의 선물이다. 평소에는 구입하지 않을 사치품을 우리는 선물로 소비하곤 한다. 그리고 포장은 실용적인 측면에서는 쓸모없음에도, 선물은 최대한 예쁘고 세련되게 꾸민다. 또한 선물은 실용적인 것보다는 화려하고, 과시적인 것들 위주이다. 팔찌나, 다이아몬드 반지 등이 예시가 될 수 있다. 경제학은 문제의 해결을 포기하고, 선물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경제적인 대가를 바라지 않는 비합리적 행위로 선물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본다면 선물은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주는 사람이 이득을 본다. 적절한 보상의 기대, 인간관계의 정리, 관계의 유지이다.
첫 째는 적절한 보상의 기대이다.
선물을 주는 사람은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선물을 준 사람은 본인의 생일 혹은 기념일에 준 선물에 상응하거나 같은 값어치의 선물을 받기를 기대한다. 고가의 선물을 받는 것이 꺼려지는 것도 비슷한 이유이다. 고가의 선물을 받는다면 비슷하게 고가의 물품으로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선물을 주고 부탁을 할 수도 있다. 선물을 받은 사람은 선물을 준 사람이 부탁을 했을 때 "아 과거에 이 사람이 나한테 선물을 줬었지 그러니까 이 정도는 해줘야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부탁을 기꺼이 들어줄 확률이 높아진다. 즉, 부탁을 거절할 가능성은 줄어들고, 받아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여기서, 이는 뇌물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뇌물은 상대방에게 무조건적인 행위를 요구하는 구매행위에 가깝지만, 선물은 상대방의 호의를 기대하는 자발적인 상호 교환에 가깝기 때문에, 뇌물과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선물의 상호 교환성의 특성은 또 다른 예시로 볼 수 있다. 선물의 타이밍과 관련된 문제이다. 선물을 주고, 받는 타이밍이 가깝다면 더 비싼 선물을 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생일이 6월 15일인 사람은, 생일이 6월 초인 사람에게 선물을 줄 것이다. 하지만 9월이나, 10월쯤에 생일인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것은 그 사람이 선물을 줬는지, 안 줬는지에 따라서 나뉠 것이다. 이는 상대방의 생일이 나의 생일보다 앞에 있고, 그 사이의 간격이 가까울수록, 자신에게 보상해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선물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절한 선물의 간격도 존재한다. 선물의 간격은 약 1달에서 2달 정도가 적합하다고 한다. 1달 전에 선물을 받았더라면, 두 달 정도의 뒤에 선물을 준다는 뜻이다.
여기서 또한, 선물과 뇌물의 차이가 나오기도 한다. 선물과 뇌물은 시점과도 연관되어 있다. 뇌물은 선물과 비교할 때 보상이 이루어지는 시점이 다르다. 보상이 즉시 이루어진다면 뇌물이 되는 것이고 보상이 일정 기간 뒤에 이루어진다면 선물이 된다. 아예 생일이 하루 차이라고 해보자. 그렇다면 처음 선물을 주는 경우라면, 생일 선물을 주는 것이 약간은 무안하고 꺼려질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선물은 뇌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차이 또한 관계의 유지에 있다. 선물을 준 뒤에 일정기간 동안 관계를 유지하다가, 이후에 부탁을 하는 것은 이미 친구이기 때문에 혹은 그 정도의 관계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부탁이기 때문이다. 또한 비싼 선물을 뇌물이 아닌, 선물로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라는 것은 선물을 받고 그에 해당하는 가치를 다시 지불할 의무감보다, 흔쾌히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관계이기도 하다.
두 번째 선물의 이점은 관계의 유지에 있다. 선물을 준 사람 혹은 선물을 받은 사람은,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할 때까지 서로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의무성이 존재하게 된다. 생일인 친구에게 선물을 줬다. 그렇다면 선물을 준 사람은 이 선물을 되돌려 받기 위해서라도 본인의 생일까지 이 관계를 유지시키려고 한다. 그리고 선물을 받은 사람은 자신이 받은 선물에 적절한 가치로 다시 되돌려주기 위해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한다. 이 고민은 곧 상대방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지며, 상대방이 필요한 것이 무엇이 있을지를 생각하고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게 한다.
이것이 먼저 선물을 주는 것의 이점이다. 먼저 선물을 준 사람이 더 신경을 써서, 그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준다면, 받은 사람 또한 그 정도의 가치를 들여서 그 사람에 대해서 생각할 의무가 생기게 된다.(이 의무는 사회적인 체면과 사회적인 약속과도 관련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물을 서로 주고받은 관계는 선물을 주고받지 않은 관계보다 더 지속성이 강하게 된다.
연인 사이에서도 선물은 관계의 유지와 많은 관련이 있다. 선물을 주면서 그 사람에 대해서 신경 쓰고, 연인의 필요를 파악하고, 연인을 관찰하는 행위가 연인 사이를 깊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가족 또한 마찬가지다. 서로를 평소에는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일지 몰라도, 선물을 주는 행위를 통해서 평소에 내가 당신에게 이만큼 관심이 있어요를 어필할 수도 있고, 상대방을 관찰하는 행위를 통해서 가족끼리 더 잘 알아가는 시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번 붙여진 정은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선물을 먼저 준 사람은 이 관계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이 이득 되는 행위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마지막 선물의 이점은 인간관계의 정리이다. 일반적인 성인의 대화에서 뒷담화(다른 사람의 이야기 중 부정 대화)가 얼마나 많이 차지하는지 알고 있는가? 일반적으로 50% 정도라고 한다. 이는 우리의 진화론과도 관련이 되어 있다. 타인의 평판을 알아야지 그 사람이 우리의 안에서 긍정적인 요소일지 부정적인 요소일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선물을 받은 사람이 나에게 선물을 주지 않았다? 그럼 우리는 뒷담화를 시작하고 그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평판을 쏟아낸다. 또한 추가로 그 사람과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한다. 선물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나를 이만큼 생각하지 않을뿐더러 나와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깊은 관계로 이어지지 않거나, 적당히 정리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더 중요한 행사나, 일에서 똑같은 상호 교환이 이뤄지지 않을 상황을 만들 사람을 배제하는 도구로도 선물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고작 몇 푼의 돈으로 이런 중요한 상황을 배제할 수 있다니, 선물의 큰 이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결국, 우리가 주고받는 선물은 결코 가벼운 행위가 아니다.
우리가 1년에 몇 번씩이나 주고받는 선물들이 알고 보면 사회와 관계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하는 행위이지만, 그 어떠한 교환보다 이득을 볼 수 있는 교환이기도 하다. 과연 우리가 받은 선물 안에는 어떤 관계가 숨어있었을까?
그리고, 카카오톡은 선물의 문화를 완전히 바꿔가고 있다. 다음의 글에서는 카카오톡과, 모바일 상품권이 선물의 문화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선물이 주는 이득의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