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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중현 May 19. 2024

기후변화 식량위기는 정치적이다

농식품의 열대화는 문제 중심의 사고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아마 인터넷 어디에선가 찾은 그림일 것이다. 귀차니즘이 있으니, 요즘은 AI로 그림의 출처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니, 그냥 브런치에는 이렇게 올리겠다. 


난 작물을 연구하는 사람이라 수산업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런데, 아래 그림을 보면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1. 많은 수산물이 원래 많이 잡히던 곳에서 변경되었고 대체로 북상했다. 


2. 한류성 수산물은 아예 그림이 없는 게 아닌가 한다. 대표적으로 명태다. 한국인의 영혼과 같은 수산물, 명태가 안 보인다. 오현명 씨의 '명태'라는 가곡(https://www.youtube.com/watch?v=y9xh2J3V1iw) 이 있는데, 정말 아쉽다. 


기후변화는 농수산물, 우리 식품에 큰 변화를 가지고 올 것이다. 


1. 기존대로 살려면 더 고비용이 들 것이다. 전통적인 식단은 고 가격이 될 것이다. 뚝배기에 장을 담그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대체...'가 들어가는 식재료들이 서민의 음식이 될 것이고, 음식의 양극화가 생길 것이라는 말이 남 말이 아닐 것이다. 


2. 새로운 음식에 적응해야 하는데, 주산지가 바뀌면서 수산업자들의 어로 분쟁이 있을 것이고, 농민들의 경우에는 새로운 농법을 끊임없이 채택하니 생산비용이 고비용이 될 것이다. 그 사이에 산물의 품질은 떨어질 것이다. 저품질 고비용 구조가 형성될 것이다. 


3. 이러한 현상을 국제적으로 확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수산업에서는 이미 나타나고 있는 현상인데, 어군을 쫓아가다가 국경을 넘기도 하고, 국경이 불분명한 나라들 사이에서는 농민들의 집단 이주에 따른 분쟁이 예상된다.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각 정부가 국민들의 이주를 일일이 막을 것 같지도 않다. 


4. 세계 식량 창고는 몇 군데 안 되고, 식량이 남는 나라도 몇 없다. 기껏해야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이고, 다른 몇 나라는 주변국에 좀 팔거나 가공해서 팔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물의 가격은 계속 상승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힌트가 있다. 싼 원물을 직접 사서 바로 섭취하는 것은 우리에게 기회가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원유나 철강처럼 원물을 사서 가공판매하는 나라가 된다면? 우리나라는 가장 유명한 인스턴트커피 생산을 하는 바람에 세계적인 커피 수출국(?) 중에 하나다. 그런 아이디어다. 


5. 외국에 농지를 매입 또는 임대하여 쌀이나 밀을 생산하여 수입하는 것은 세계적 식량 위기에서 좋은 대안이 되지 않는다. Land grabbing은 국제적 분쟁의 요소가 될 수도 있고, 실제로 일본은 아프리카에서 그러한 경험이 있었던 사례가 있으며, 중국도 이러한 움직임에 세계적으로 견제받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치에서 이런 전략이 유효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제일 좋은 방법은 수입-역수출의 방법으로, 식량부족 또는 식량위기에 노출된 일반 서민들을 위한 '저렴한 대체 식품 가공' 공장으로서의 식량산업을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6. 모든 것이 불확실하지만, 좀 분명해 보이는 것도 있다. 원물의 가격은 계속 상승할 것이고, 이것을 소비하는 것은 일종의 사치가 될 것이다. 이미 김치를 집에서 담그는 비용이 사 먹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더 불합리한 행동이 되었다. 비용 이외의 가치를 투자하지 않는 이상 지속성이 없는 식품 문화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결국 김치와 함께 소비되어야 할 쌀밥 문화의 지속성이 떨어지면, 김치는 주요한 식품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다. 라면과 자장면의 곁을 차지하는 정도로 의미 있는 식품이 될 수 있을까?


7. 전통 식단은 그런 면에서 주요 산업의 소재에서 물러날 확률이 높을 것이다. '푸드트렌드(서울대 문정훈)'의 발표에 따르면, 채소의 경우에도 김치 소재보다는 샐러드 소재로, 과일의 경우에도 기존의 사과와 같은 '단단한' 전통 과일보다는 열대의 '달고 부드러운' 과일로 그 중심이 바뀌어 가고 있다. 나는 쌀도 전통적인 흰쌀밥의 공깃밥 형태 소비에서 각종 요리용 소재로 바뀌어 간다고 생각하고, 그 소재의 핵심에는 장립종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기후만 열대화되는 것이 아니라, '식문화도 열대화'되고 있는 것이다. 


8.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열대과일을 그린하우스에서 재배하는 것을 장려하기도 하고, 100만이 넘어가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 농업 정책을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 추세는 더욱 거세질 것이고, 우리나라의 식량 및 농식품 생산 방식에서 '열대화, 기후변화' 메가트렌드를 보고 있다(현재진행형이다). 


9. 얼마 전 까지도 엄청난 스마트팜 열풍이었다. 상추가 가장 생산이 적합한 까닭에, 너도나도 상추 대량 생산을 모델로 하였다. 그러자, 한쪽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상추가 너무 많이 생산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생각해 보면 웃음이 나온다. 상추 가격은 여전히 비싸고 모자란다고 아우성이다. 상추 소비량이 엄청나게 늘어났거나, 스마트팜의 생산 유통 체계가 보편화되는 데 실패한 것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 농식품 산업 체계는 전면적인 변화를 맞이할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 편에 몰입한 연구자나 기술자, 정책 경험자의 생각을 답습하는 형태는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0. 특정화된 기술 중심 사고는 지양해야 할 방식이다. 과거에 어찌했다, 선배들이 어찌했다는 공부는 향후 진행될 상황에서 유효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시스템적으로 교육 환경에서나, '문제 중심의 사고'에 익숙하지 않다. 문제를 정의하고, 변수를 찾고, 그 방향성을 예측하는 것 자체가 잘 훈련되어 있지 않으니, 오히려 AI와 같은 것에 더 열광하는 것 같다. 지식 산업에서 예측하는 능력은 가장 고부가가치 산업이 될 수밖에 없다. 과거의 제왕들도 점쟁이와 주술사에게 큰 힘을 부여하고 의지했던 것도 그 까닭이다. 고상한 종교 서적에서도 예견이나 예측의 힘은 절대적인 신앙의 대상이다. '미리 알고자 하는 것'은 권력의 속성이기 때문에, 자연의 변화와 농식품 산업의 변화는 정치적인 영향력을 가질 것이다. 가장 궁극적인 권력을 건드릴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가가 기업가들이 눈을 떠야 하는 것도 그 이유며, 일반 대중들이 이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도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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