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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중현 May 31. 2024

벼 농장의 '거시기' 자도


왼쪽의 벼는 우리가 '자도'라고 부른다. 품종명은 특별히 없다. 벼 연구 농장 모내기에서 빈 공간을 채우거나 구획을 나누거나, 통계학적인 오류 제거를 위해 사용한다.

가장자리에 심긴 식물, 옆에 공간이 있는 식물은 비료 경합, 식물 간 상호작용 등 무수한 이유로 생장의 차이가 생기는데, 이때 저 이름 모를 '자도', 즉 '거시기'가 심긴다.


그런데, 영화 '황산벌'의 '거시기'처럼, 이 놈은 이름도 역사도 없지만, 정말 강인하고 잘 자란다. 병에도 잘 안 걸리고 수량도 제법이다. 한때, 이 벼를 연구하면 더 좋지 않을까? 저 잎에 물질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실제로 잎이나 종피에 색이 있으면 항산화물질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특별히 개량을 하지 않아 밥맛은 별로다. 색이 있고 맛 좋은 쌀들은 따로 개발되어 있다.


간혹 실험설계를 잘못하거나, 실험용 모들이 죽은 자리에 저 자도 들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별도로 심어 종자를 얻지 않아도, 이런 사람들의 실수를 틈타 번성을 도모한다.


세상이 치밀하고 영민한 사람들의 세상 같아도, 관심을 크게 받지 않는 보통 사람들이 세상을 완성하듯, 실험과 연구를 수행하는 벼 연구 농장도 그렇게 자도 들이 심겨 완성된다.


그런데, 자도 들도 굉장히 이쁜 것을 본 적이 있다. 선홍빛의 엽색에 놀랐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엽색이 변하는데, 그 색이 참 이쁘다. 사진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미인박명이라고, 그 자도는 씨앗을 만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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