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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중현 Oct 03. 2024

식량작물 품종 개량 작업이 '스마트'해 질 수 있을까


식량작물 품종을 개량하는 작업이 '스마트'해 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하여, 여러 차례 생각을 해 보지만, 아직 뾰족한 답을 찾기 어렵다.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식량작물 (벼뿐만 아니라, 밀, 콩, 옥수수, 수수, 기장, 귀리,... 등 벼과와 콩과 작물이 주를 이룬다)에 대한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다.


식량은 가격이 낮아야 한다. 가격이 낮으니, 생산자가 수익을 얻기 위한 면적이 매우 넓어져야 한다. 광작을 통해서만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나라 농지가 일반 용지의 땅과 경합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고, 농지의 가격은 이미 식량작물의 생산가격을 매우 높이는 요소가 되고 말았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에서 식량작물의 생산 가격이 절대로 낮아질 수 없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그런데, 소비자는 값싼 식량을 원하니, 당연히 정부는 엄청난 비용을 보조금(생산자에게 한 번,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수입해서 풀거나 소비자에게 직접 보조하는 것으로 여러 번)을 지불해야 한다.


통계 결과를 통하여 정확하게 추산해야 하겠지만, 이미 쌀을 포함한 식량작물은 농민의 관점에서도 이미 '적자 상태'인데, 그것을 일반 국민들이 내는 세금을 기반으로 한 보조금으로 채워서 이익을 만드는 것임을 계산을 통해 본 적이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쌀가격은 늘 논란거리가 되고, 농민들의 생존과 소비자의 이익 사이에서 곤란한 부분으로 남게 된다.


어쨌든, 이렇게 누구도 크게 수익을 내기 힘든... (그런데, 엄청나게 투입되는 보조금은 누구의 이익이 되길래, 농민들도 해피하지 않은 것일까. 나는 실제 농업기술 발전을 시킬 수 있는 주체로서, 엘리트 농민 또는 농기업, 농학자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들이 이러한 수익을 실제로 적절하게 받고 있는 것일까 하는 질문을 해 본다) 식량작물 산업이 되면, 현장 산업의 첨단화는 요원해진다.


식량작물 육종을 정부가 다 한다고 믿겠지만, 이미 농촌진흥청의 식량작물 연구도 과거보다 축소되었으며, 새로운 기술개발을 위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위축되었다. 그렇다고 민간 회사나 기업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도 턱없이 부족하고 미약하다. 겨우 몇 명의 연구자들이 그 역할을 겨우 하는데, 시장에서 주도적인 의미를 갖는 데까지 거리가 있다.


난 이런 이유가 어떤 것보다 더 설명력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식량작물 육종 현장에 가면, 매우 '전통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이제 저 사진을 보라. 조선시대의 모습일 수도 있다. 식물 하나하나를 일일이 손으로 베어내고 표시해서 다 묶어서 매달았다. 저 사진에 보이는 것의 네 배쯤 하는데, 5명의 사람들이 하루를 온전히 부어 넣었다. 심지어, 수확 시기도 제각각이라서 논에 한두 번 들어가서는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이제, 품종 개발의 실제 현장에서 어떤 '스마트'한 기술들이 적용될 수 있는지 설명을 해 보라.


지금 우리가 말하는 스마트 기술들은 주로 전자, 전기적 장비를 부착한 토목 기술에 가깝다. 그것은 '이미 있는' 식물들을 활용해서 하는 것이고, 따라서 유전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잠재적 수량과 특성의 한계'를 1%도 증가시키지 못한다. 수량과 특성의 잠재적 한계를 구현하는 데 다가설 뿐이다.


유전적인 잠재적 수량의 한계를 높이거나 기존에 없는 특성을 획득하는 방법은 오로지 품종 개발 밖에 없다. 그런 일을 '육종'이라고 하는데, 그 육종을 하는 현장은 저런 모습이다. 인기가 있을 수 없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수가 현장에 함께 뛰어 들어가, 함께 벼를 베고 낟알을 살피고, 이 집단에 어떤 의미가 있는 지를 하나하나 이야기하면서, 도제식으로 몇 학기를 지내면, 학생들이 종종 기특한 말을 몇 마디 하기 시작한다.


나는 잠정적으로 우리나라 현재 대학 교육 시스템에서는 이런 교육 방식이 현행 대학 입시 시스템과 인재 평가 시스템, 그리고 직업관을 갖는 상황에서는 국내 학생들을 지도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재는 식량작물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있는 외국인 학생들 위주로 교육하고 그들과 육종학을 공부한다.


올여름에도 엄청나게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어질어질하고 아찔한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니, 우리나라 학생들을 식량작물 육종 현장에 데리고 가는 것에 대해서,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아마 몇 년 안에 우리나라 식량작물 육종학에서 현장 중심의 인재 교육은 맥이 끊어질지도 모른다.


뭐 상관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대단히 열심히 하는 분이 있을 것이라고 믿을 것이며, 안되면 외국에서 돈 주고 수입하면 될 것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우리 교육 정책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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