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안키친 Jul 04. 2022

출근길 슈퍼맨을 보았다

살면서 용기내어 본 적 있나요?

인생을  통틀어 진짜 용기냈던 적이
언제였지?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내가 자발적으로 어떤 도전을 감행했을 때, 용기냈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면 대학을 휴학하고 어학연수를 떠나 낯선 땅에서  배우며 낯선 사람들과 어울려 지냈던 경험을  떠올려본다그럼 일단  두번은  꼽을 수 있겠다. 첫번째는 자의반 분위기 반(영어전공자로서 분위기에 떠밀려)으로 떠났고, 두번째는 오로지 자의에 의해 떠난 연수였다.


인생에서  맞이한 몇번의  ‘전환점 ’중 하나인  결혼 또한 일종의 ‘용기’였던 것 같다. 누군가 결혼은 최대의 모험이라고 했던가. 틀린말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출산 전 진통이 왔을 때  병원을 향하며 마음을 비우고 나머지는 그저 운명에 맡겼을 때도 초인적인 용기 없이는 할 수 없었을 거다.

그러고보면 나도 서너번의 큰 용기는 낸적이 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모든 용기는 내가 잘되기 위해 냈던 거다.


오늘 새벽 출근길 난 슈퍼맨을 보았다. 나는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고 반대편은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한 60대쯤 되어뵈는 남자분이 에스컬레이터를 거슬러 역주행으로 내려가는게 아닌가?

뭐라고 말씀하시면서 무언가를 줍고 있는 듯한 모습에 물건을 떨어트렸나보다 하고 시선을 거뒀다.


그런데 내가 계단을 거의 다 내려왔을 즈음 뒤에서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렸다.

“어이쿠! 어~ 어 어이쿠 어흑!”그 남자 어르신이 발을 헛딛었는지, 에스컬레이터 계단에서 굴러떨어지고 있었다. 그 어르신은 한번 중심을 잃더니 순식간에 두어번을 일어났다 굴렀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나와같이 내려오던 사람들과 에스컬레이터를 타려고 했던 사람 등 서너명의 행인들이 어떻게 하나 하고 바라만 보고 있을 때, 어디선가 검은양복을 입고 백팩을 맨 젊은 신사가 에스컬레이터로 뛰어올라가 어르신을 바로 잡아드렸다. 한눈에 봐도 직장인처럼 보이는 그는 어르신을 부축하고 상행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다시 올라갔다.


그 상황을 넋놓고 보고있던 나는 이내 출근시간에 늦을까 걸음을 재촉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에도 그 신사의 의로운 행동을 떠올리니 위기의 순간 혜성처럼 나타나 시민을 구하는 슈퍼맨이 생각났다.

평상시에는 평범한 직장인처럼 양복을 입은 것도 슈퍼맨과 닮아 보였다.


 그리고 상황을 바라만 보고있던 내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내가 그 신사보다 더 가까운 위치에 있었는데 나는 뛰어들어가 시민을 구하지 못했다. 역시 나에게는 이타심이 부족했다. 결정적 순간 내려야 하는 결단력도 부족하다.


“내가 뛰어들어갔다가 같이 넘어져 버렸으면 어쩔뻔 했어? 그래 위험한 일은 하면 안되지…그래도 부끄럽다”


나의 용기 수준은 이정도로 낮다. 내 안전을 포기하고 위험에 뛰어들만큼 용기가 없다. 이타심이 있는 용기야말로

진짜 용기인 것 같다.


바쁘게 발걸음을 옮겨 지하철 승강장에 도착해 있으니 잠시 뒤에 슈퍼맨이 내려와 의자에 앉았다. 뜻하지 않은 일에 그도 잠시 혼이 빠진 것 같았다. 나는 그를 경이로운 눈길로 몰래 쳐다보며 그가 지하철을 놓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모르는 사람이 위기에 처한 순간,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내 주변에 몇명이나 있을지 계속 되뇌었다. 다가가서 칭찬이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마음속으로 ‘당신을 존경합니다’를 세번 외치고 말았다.


그리고 오늘 하루는 지하철에서 만난 슈퍼맨을 추앙하기로 했다. 묻고 따지지 않고 무조건 응원하는 게 ‘추앙’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보고 내 나름대로 내린 추앙의 정의다.(손석구님 덕후가 되면서 주변사람들을 추앙하는 습관이 생겼다)


부자가 빈자를, 강한 자가 약한 자를, 건강한 자가 병든 자를 도와 “함께” 살아간다면, 의인들의  행동이  놀라울 것  없이 자연스러워지는  세상이 된다면 인생이 지금보다 훨씬 희극에 가까워 질 것 같다.

.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나부터 달라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슈퍼맨씨!  오늘 하루 마무리 편안하게 하시고
푹 쉬시길! 당신이 오늘의 영웅입니다”


(이미지 출처 : 핀터레스트 Pinterest.com)




매거진의 이전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