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안키친 Sep 05. 2022

생애 마지막 행운 ‘노인일자리’


모든 ‘일’은 고귀하다.

특히 일을 함으로써 소속감과 자존감을 높여줄 때,

나아가 남을 돕는 이타적인 일일 때, 그 일의 가치는 한사람의 생사를 가를 정도로 존엄하다. 경제적 대가는

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하위의 가치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리석게도 자기가 경험해 보지 않은 일의 가치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때로 폄하하거나 제멋대로 등급을 매겨 판단한다.


그러한 어리석음은 왕이든 거지든 마찬가지다.그런 면에서 세상은 일견 공평한 거 같다.


그럼에도 많은 노동자들은 먹고사니즘에 급급하여

최하위 가치를 최상위로 여기고 소속감과 자존감은 점점

뒷전인 채로 일하기도 한다.


나또한 오랫동안 한 회사에 근무하며 가치의 우선순위가 서서히 뒤바뀌기 시작했다. 회사를 그만두기 직전 월급만 보고 회사를 다녀야 할 때는 생산성과 능률도 떨어지고 말았다.  


불행히도 경제적 대가가 주는 위안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반대로 일하는 행복이 주는 가치는 마르지 않는 샘물과도 같다.


재산과 행복감에 대한 많은 연구들에서 인간은 다른 사람을 도울 때, 즉 봉사활동이나 기부를 할 때 가장 높은 수준의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런 행동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증명하고 스스로 가치가 훨씬 더 높아진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혹자는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줍는 노인을 생계가 어려워 나이가 들어서도 허드렛일을 한다고 불쌍히 여길 수 있다. 자기는 나이들어 그렇게 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일하는 노인은 자신이 깨끗한 거리 환경을 지키며 사회적인 역할을 하고 지역에 봉사함으로써 주민들이 보다 쾌적하게 살게한다는 자부심으로 충만하다. 말 그대로 최고 수준의 행복감을 느끼고 정신과 신체가 건강해 지니 계속해서 일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대충 일하고 국민이 내는 세금을 받아간다고 세금알바라고 폄하한다. 청년들의 실업률이 높은데 노인취업만 늘어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런분들에게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하루 세시간 한달에 열흘간, 길거리 쓰레기를 줍고 버스정류장의 의자를 소독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돌보는 일자리가 과연 젊은 사람들이 기꺼이 선호하는 일자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어떤 신념이나 봉사정신 없이 아무나 할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세요? 한달 30만원도 안되는 급여를 받는데 돈벌기 위해서 하는 일일까요?

(참고로 공익활동의 경우 최저임금의 적용대상이 아닌 유급 자원봉사다)


노인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정부에서 마련한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이 있다. 고령화 사회를 지나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지역에 따라서는 주민의 1/3이 60대 이상 고령자들인 마을도 있다고 하니 복지사업에 대한 지속적인연구와 진화의 중요성이 커질수 밖에 없다.


실제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들은 60대에서 80대까지 연령대의 폭이 넓다. 전문적인 기술과 경력을 가진 노인부터 단순한 일만 가능한 노인까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연령을 불문하고 그들이 일하는 동기는 한결같다


은퇴 후 사회적 역할이 없어진 후 무력감과 외로움이 밀려와서,남은 인생은 사회에 봉사하고 기여하고 싶어서,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서, 손주에게 용돈이라도 주고 싶어서 등등이다.


40대인 필자의 관점에서 보면 참 대단하다 싶다. 평생을 교직에 몸담고 3-40년간 일을 하다 정년퇴직을 한 어르신도 여행과 취미생활, 자기계발만으로는 노년에 삶의 의미가 채워지지 않아 공익활동에 참여하신다고 한다.


젊어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평생 했던 일보다 지금 봉사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하는 일에서 훨씬 더 행복감을 느낀다고도 말한다.


사람에게 일이란 성취와 자기발전의 도구일 때 벅찬 행복감을 줄 수 있다. 소비활동을 위한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긴다면 행복감은 변질 될 수 밖에 없다.


경쟁의 연속, 노동의 연속이었던 청년기와 중년기를 지나보내고 상대적으로 느긋하게 노후를 보내는 어르신들은 일이 주는 행복감을 오롯이 느끼고 있다. 가족 부양과 재산 증식이라는 부담감 없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통해 자기를 증명하는 기쁨을 맛보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출근길 슈퍼맨을 보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