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자의 증언을 듣고 오열한 날
22.10.29
참사 당일 밤, 남편에게 이태원 사고에 대해 듣고 검색해보니 이제 막 속보로 뉴스가 나오거나 특보 방송이 진행중이었다.방송을 30분 정도 정주행 했는데, 이상하게도 같은 내용의 반복만 있고 상황 파악이 너무 더뎠다. 단지 수십명이 거리에서 CPR을 받고 있는데 50명 정도가 심정지로 추정된다는 보도만 반복됐다. 새벽 1시 넘어서까지 진전이 없는 걸 보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잠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우려가 현실로 일어났다. 대참사였다.
오늘 중요한 일이 있어 준비하느라 이후 보도는 일일이 챙겨보지 못했지만 몇가지 팩트만 놓고 봐도 이건 경찰과 지자체의 안일한 대응이 부른 참사가 맞다.
그리고 경찰을 지휘하기 시작한 행안부 장관의 발언은 어처구니가 없다. 당일 이태원 역을 이용한 시민의 수가 두배 이상이었는데도 지하철을 정상운행 한 점, 지역 실종자까지 친절하게 보내오던 재난문자조차 사고 이후 한시간 반이나 늦게 발송돼 주변 교통 혼잡을 막지 못한 점, 사건 발생 몇시간 전부터 ‘압사’위험을 언급한 시민들의 신고를 묵과한 점(11번 신고에 4번만 출동ㅠㅠ).
대충만 봐도 이번 참사는 정부에서 발뺌할 사안이 아니다. 이렇게까지 화내고 싶지 않았지만, 이태원 참사를 이태원 사고로, 이태원 희생자를 이태원 사망자로 굳이 바꿔 부르라고 지침을 내렸다는 말에 정말 할말을 잃었다. 그러고 보니 대형 포털사의 온라인 추모관도 모두가 용어를 통일해 쓰고 있다.
국가 애도기간으로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하달된 지침에도 검은 리본을 패용하라는 게 있었는데 글자 없는 리본을 달라는 소린지는 몰랐,,,다
믿기지 않는 참사에 우울했던 주말이 지나고 새벽 출근길에 지하철에 탄 시민들의 표정을 보니 나만큼 먹먹해 보였다. 나 또한 슬픔을 유예하고 일터로 향하며 일상이라는 강위에서 노를 저어야 하는 기분은 무겁기만 했다.
비교적 담담하게 이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 라디오에서 나온 최초 신고자의 말을 듣고 유예해 왔던 슬픔의 벽이 무너져내렸다.
근처 상인으로 지리를 잘 알던 신고자는 초저녁 쯤에 가족들과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가 위험을 감지하고 112에 신고해 통제 방안까지 상세히 말해줬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오열한 부분은 마지막에 한 말이었다.
신고를 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다시 돌아가 사람들과 인간띠라도 만들어 인파를 막아야 하나 고민했다
2022년 대한민국 수도 한 복판에서 위험에 처한 한 시민이 이런 생각을 할 때, 안전을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따져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불행은 번호표 없이 찾아온다는 걸 다시한번 실감하며, 온 마음을 다해 애도를 표한다.
무고하게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