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심지어 모든 인간은
매일매일 창피를 당하기 위해
태어난 거라고 생각할 때도 있는 탓에,
이상한 글씨를 남에게 보내 주는 일은
굳이 하려고 마음먹으면 못 할 것도 없다.'
나쓰메 소세키 - 유리문 안에서 36p
소세키의 마음처럼
오늘도 비루한 글과 함께 1일 1 창피..!
요즘 하루에 30분은 꼭 달린다.
띄엄띄엄 일을 받기 시작하다 보니
엄청나게 게을러졌다.
일상을 어느 정도 통제할만한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하루에 꼭 해야 하는 것 3가지를 정해놓았고
그중 하나가 달리기다.
잠을 깨고 싶거나
잡생각을 떨치고 싶어서
뛰러 나갈 때가 많은데
생각보다 달릴 때
많은 영감을 받고는 한다.
평소에는 스마트폰을 보며 걷기 때문에
사진을 찍으러 나간 경우가 아니고서야
주변 풍경을 볼 시간이 별로 없다.
뛸 때는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온전히 주변을 느낀다.
아침엔 아파트 근처 공원을 뛴다.
집에서 나는 밥 냄새가 정겹고
나보다 앞서 나가는 참새들이 사랑스럽다.
새벽이 다 되어갈 때쯤엔 탄천 근처를 뛰는데
시야에 잡히는 게 별로 없어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지나가는 강아지의 숨소리, 그리고
나뭇잎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눈 앞으로 스쳐 지나간다.
생각보다 세상은 작은 행복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달리기를 통해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