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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rai Jul 02. 2020

[木] 달리는 시간

'나는 심지어 모든 인간은

매일매일 창피를 당하기 위해

태어난 거라고 생각할 때도 있는 탓에,

이상한 글씨를 남에게 보내 주는 일은

굳이 하려고 마음먹으면 못 할 것도 없다.'


나쓰메 소세키 - 유리문 안에서 36p


소세키의 마음처럼

오늘도 비루한 글과 함께 1일 1 창피..!




요즘 하루에 30분은 꼭 달린다.

띄엄띄엄 일을 받기 시작하다 보니

엄청나게 게을러졌다.


일상을 어느 정도 통제할만한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하루에 꼭 해야 하는 것 3가지를 정해놓았고

그중 하나가 달리기다.


잠을 깨고 싶거나

잡생각을 떨치고 싶어서

뛰러 나갈 때가 많은데

생각보다 달릴 때

많은 영감을 받고는 한다.


새로 산 ff-1로 찍은 사진. 오래된 90년대 필름을 써서 빛바랜 느낌이 좋다.


평소에는 스마트폰을 보며 걷기 때문에

사진을 찍으러 나간 경우가 아니고서야

주변 풍경을 볼 시간이 별로 없다.

뛸 때는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온전히 주변을 느낀다.


아침엔 아파트 근처 공원을 뛴다.

집에서 나는 밥 냄새가 정겹고

나보다 앞서 나가는 참새들이 사랑스럽다.


새벽이 다 되어갈 때쯤엔 탄천 근처를 뛰는데

시야에 잡히는 게 별로 없어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지나가는 강아지의 숨소리, 그리고

나뭇잎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눈 앞으로 스쳐 지나간다.


생각보다 세상은 작은 행복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달리기를 통해 깨닫는다.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비둘기 / 나무들과  어울리는 가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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