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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 Flight Jun 03. 2020

# 승무원과 '여행 (1)'

- '일'일까? '여행'일까? -


내가 찍은 사진의 극히 일부다. 


승무원 직업에 대한 일반일들의 오해 중 하나. "매일 여행 가서 좋겠어요. 놀면서 돈도 벌고 좋겠어요" 그런데 이런 얘기를 들으면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무원은 '여행'을 가는 것이 아니다. '비행'을 가는거다. 여행과 비행..뭐가 다르냐고? 여행은 여행이고 비행은 '일'이다. 일하러 가서 시간 여유가 생겨 조금 둘러 봤을 뿐이다. 승무원의 여행은 여행의 '탈'을 쓰긴했으나 여행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구석이 있다. 

물론 현지 체류 중 열심히 돌아다니며 여행을 즐기는 승무원도 많다. 그렇지만 마음 한켠에는 돌아오는 비행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있다. 승객들은 현지에서 놀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자면 되지만 승무원은 귀국편에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행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예전 괌 비행을 갈 때 한 승무원이 "가족들에게 괌에 간다고 하니까 놀러 간다고 부러워하더라"는 오해를 받았다며 속상해했다. 아마도 가족들은 승무원이 괌 해변에서 여유 있게 음료를 마시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런 얘기를 했을지도 모른다. 괌은 승무원이 가장 힘들어하는 비행 중 하나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요즘 들어오는 신입들은 학창 시절 외국 여행을 한 경우가 많아 현지에서 머무는 동안 여행 대신 휴식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요즘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이 호텔에서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많다. 처음 만나는, 비행이 끝나면 다시 만날 일이 없는 동료, 혹은 시니어 승무원들과 굳이 애써 여행을 갈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을 가진 승무원들도 종종 눈에 띈다.


그래도 승무원 직업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여행'이 맞다. 애매하면 애매 한대로 시간을 만들어 유명 관광지를 구경하고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쌓는다. 자주 가기 때문에 한 번에 다 보겠다는 욕심을 부릴 필요는 없다. '이번에 못 보면 다음에 보자'는 마음으로 매 비행 새로운 관광지를 하나씩 찾아가며 추억을 만든다. 


그동안 나도 수많은 나라를 비행하며 (애매하지만) 많은 여행을 해봤다. 우리 회사가 취항하는 곳 중 가보지 못한 곳은 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와 오스트리아 빈 정도다. 뉴욕과 엘에이, 파리, 로마는 수도 없이 다녀왔다. 특히 엘에이는 승무원들에게 있어 고향과 같다. 우리 회사가 가장 많은 항공기를 운행하는 곳이 엘에 이기 때문이다. 승무원들은 매달 21일 스케줄을 받는데 그때 엘에이 스케줄 (LAX)이 찍혀 있으면 "또 엘에이야?"라며 푸념 섞인 소리를 한다. '또'라는 말은 무언가가 자주 일어날 때 하는 감탄사다. 


그렇지만 엘에이만큼 즐길 거리가 많은 곳도 드물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디즈니랜드, 산타모니카 비치, 할리우드, 엘에이 다저스 야구 경기장, 게티 미술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볼거리들이 아주 많다. 또 일 년 내내 날씨가 좋아 언제 여행을 가도 화창한 하늘을 볼 수 있다. 미국 내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은 도시가 엘에이 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우리 회사는 뉴욕과 엘에이에 매일 비행기를 띄웠다. 6월이 되어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서 (됐나?) 하늘 문을 연 나라가 조금 더 늘었다. 언제쯤 코로나가 끝나고 하늘 문이 활짝 열려 마음껏 하늘을 날 수 있을는지.... 그 날이 빨리 오기를 손꼽아 기다려본다. 


* 쓰고 보니 우리 회사 홍보 기사 같다. 회사가 좋아할 것 같다. 딸랑 딸랑 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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