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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 Hoult Nov 30. 2015

1994년 4월 8일, 커트 코베인과 그런지는 죽었다.

얼터너티브 록 밴드 너바나(Nirvana)


얼터너티브, 무척 익숙하면서도 얼터너티브에 대해 설명하려면 딱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장르별 대표 밴드를 살펴보면, 헤비메탈(하드 록) = 레드 제플린, 사이키델릭 록 = 도어즈, 프로그레시브 록 = 핑크 플로이드, 펑크 록 = 섹스 피스톨즈, 스래시 메탈 = 메탈리카 등 그리고 얼터너티브 록하면 너바나가 가장 먼저 떠오를 거예요.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너바나의 보컬리스트 커트 코베인은 27세의 나이로 사망하였습니다. 1994년 4월 8일 자택에서 총에 맞은 채 발견되는데 감식 결과 그는 이미 3일 전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였고, 자살인지 타살인지 논란이 많았지만 현재까지 권총 자살이 공식적인 사망 원인입니다.


너바나의 음악 장르는 얼터너티브 록(Alternative rock), 그런지(Grunge)입니다. 그런지는 얼터너티브에서 파생된 하위 장르로 보시면 되고요. 그런지를 대표하는 시애틀 4인방이 있는데 펄 잼(Pearl Jam), 앨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 사운드가든(Soundgarden)과 가장 주목을 받았던 너바나가 그들입니다. 그 너바나를 이끌었던 장본인이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고요.


얼터너티브란 1980년대에 생겨나 1990년대에 록 음악의 상업화에 반기를 들고, 예술적 표현으로 록을 강조하여 기존의 형식에서 탈피, 비타협적 음악을 포괄적으로 나타낸 용어입니다. 또한 얼터너티브에서 파생된 그런지는 펑크의 정신이 강해 저항과 반항, 분노를 담고 있습니다.


너바나는 1967년생 커트 코베인(Kurt Donald Cobain, 보컬)과 1965년생 크리스 노보셀릭(Krist Anthony Novoselic II, 베이스)이 워싱턴 주 애버든(Aberdeen, Washington)에서 1987년 결성하였습니다. 드러머는 세션 연주자를 쓰다가 90년 1969년생 데이브 그롤(David Eric -Dave- Grohl, 드럼)이 합류하여 너바나의 드러머로서 가장 오래되었습니다. 드러머 데이브 그롤은 너바나 해체 후 포스트 그런지 하드 록 밴드 Foo Fighters를 결성하여 많은 관심 속에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고요.


정통 메탈, 정통 하드 록파는 얼터너티브를 아주 못마땅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얼터너티브는 메탈보다는 펑크에 가깝잖아요. 좀 더 쉽고, 팝적인 요소에 엄밀하게 따지면 장르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얼터너티브, 록의 대안으로 보시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얼터너티브의 유행은 MTV도 한몫했는데 음악 방송채널 MTV가 언더를 그냥 내보낼 리는 없었겠지요. 80년대 등장한 MTV는 90년대 들어서서 얼터너티브가 그간의 주류 음악의 판도를 바꾸어 놓게 됩니다. 젊은이들의 심정을 대변했던 얼터너티브가 좋은 반응을 얻자 당연히 돈이 된다는 계산이 깔려있었겠고요. 그 중심에 일명 '시애틀 사운드'가 있었고,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시애틀 4인방의 으뜸은 너바나였지요. 얼터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저항, 분노, 우울을 부르짖으면서 음반을 팔아 돈을 번다는 건 무척 아이러니한 일일 거예요. 예술의 소비를 나쁘게 보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필연이자 궁극적인 목적입니다만.


Last Days, 2005


커트 코베인에 관한 영화가 있는데 구스 반 산트(Gus Van Sant) 감독의 라스트 데이즈(Last Days, 2005)가 그것이지요.


이 영화는 보통의 전기 영화와 다른 구성입니다.

주인공 블레이크(커트) 역에 마이클 피트 (Michael Pitt)가 초록의 숲 속을 걸으며 시작되어 커트가 사망 전 며칠을 감독의 상상에 의해 그려진 독특한 형식의 영화입니다. 대사도 거의 없고, 소리가 대부분을 차지해 지루하다는 평도 있지만 커트 코베인에게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좋은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커트 코베인 전기 영화가 제작된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Bleach (1989), 너바나의 첫 번째 앨범입니다.


소속사는 인디레이블인 서브 팝(Sub Pop)에서 발매하였고요, 2009년에 디럭스 에디션이 발매되었는데 1집의 프로듀서인 잭 앤디노(Jack Endino)가 리마스터하여 1990년 포틀랜드에서 공연한 미공개 라이브 버전과 바셀린스(The Vaselines)의 'Molly's Lips'를 커버해 발매하였습니다.


2집이 워낙 유명하고 유작인 정규 3집도 조명이 많이 되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1집이 가려지는 경향이 있는데 데뷔 앨범을 1번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들어보시면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2, 3집과 다른 뭔가 신선함이 있습니다. 이 앨범은 단 600달러만으로 3일 만에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의 발매는 2집 이후입니다. 다소 무거운 분위기에 오프닝 트랙 'Blew'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고, 커트의 보컬다운(사실 빼어난 보컬리스트는 아닙니다... )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커트의 여친의 강요(내지는 부탁?)에 의해 만들었다는 3번 트랙 'About A Girl'.

첫 싱글이자 쇼킹 블루(Shocking Blue)의 1969년 곡을 커버한 베이스음이 일품인 5번 트랙 'Love Buzz'는

가장 잘 만들어진 커버곡 순위에 들기도 했었지요. 그런지 사운드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7번 트랙 'Negative Creep'도 연주와 보컬 모두 멋집니다.




Nevermind (1991).


너바나에 대해 전혀 모르시는 분이라도 이 앨범 커버는 한 번쯤 보셨을 거예요. 순수한 아기가 돈을 잡으려 하는 장면이라니...


록 음악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또 하나의 중요한 앨범이고, 엄청난 부와 명성을 얻지만 오히려 너바나에게 이것은 독이 됩니다. 그들이 그토록 비판하였던 상업화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 원인이고요. 어찌 되었든 앨범 Nevermind의 폭발적인 관심으로 1집도 다시 조명되었으며 단숨에 차트 1위는 물론, 얼터너티브 록 = 너바나의 등장으로 록 음악 아니 기존의 음악 판도를 바꾸어놓게 되지요.

앨범 커버 속 아기가 이렇게 컸네요.


2집은 메이저 레이블인 게펜(Geffen Records)에서 발매합니다. 인디 레이블에서 겨우 데뷔 앨범만 낸 무명밴드의 앨범 발매를 결정한 이유는 뭘까요? 본전만 해 줘도 성공이라는 마음도 깔려있지 않았을까요? 어느 인터뷰 내용을 보니 게펜 측에서는 프로모션 계획도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차트에 데뷔는 144위였고, 차츰 올라가 35위 그리고 마침내 당시 차트를 점령하고 있던 마이클 잭슨의 'Dangerous'를 밀어내는 이변을 연출하였습니다. 앨범 제목은 펑크 록 밴드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의 유일한 앨범 'Never Mind the Bollocks, Here's the Sex Pistols'에서 따온 것이니  눈치채셨겠지만, 펑크의 정신이 강한 앨범입니다.


너바나 하면 오프닝 트랙 'Smells Like Teen Spirit'이지요. 이 곡을 빼고 너바나를 논할 수는 없습니다. 강렬한 사운드가 매력적인 이 곡은 가사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 곡의 가사가 여러 버전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보통 알고 있는 가사를 살펴보면 10대 청소년의 폭력적인 성향을 정당화하는 듯 보이지만, 좌절과 절망 그리고 저항정신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지요. 'Smells Like Teen Spirit'와 함께 상업화 일조한 곡이 3번 트랙 'Come As You Are'입니다. 하지만 이들에겐 족쇄처럼 느껴졌을 거예요. 유행하고 소비되는 얼터너티브 록이라니... 조용한 분위기에 분명한 메시지를 담은 5번 트랙 'Lithium'도 좋습니다.




In Utero (1993).


정규 앨범으로는 마지막 작품이지요. 앨범 모두가 '저항'이 공통 키워드이지만 3집은 커트의 감정이 이입되어 무겁고 우울한 느낌입니다. 앨범 제목도 '태어나기 전의', '자궁 속으로'인 것으로 보아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었을까요? 


첫 트랙 'Serve the Servants'의 가사를 살펴보면 'Teenage angst has paid off well Now I'm bored and old~', '십 대의 분노는 값을 다 치렀지 이제 난 지루한 늙은이야~'로 시작합니다. 커트의 심정이 그대로 표현되었네요. 2번 트랙 'Scentless Apprentice',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Suskind)의 1985년 저서 향수(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를 읽고 쓴 가사라고 합니다. 향수는 톰 티크베어(Tom Tykwer)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 2006년 개봉하기도 하였죠. 커트의 내면을 잘 실어 표현한 3번 트랙 'Heart-Shaped Box'와 4번 트랙 'Rape Me'. 'Rape Me'는 제목이 매우 선정적이지만, 커트가 말하고 싶은 노래 속 가사의 의미는 전혀 다른 내용입니다. 대중매체에 노출된 사생활에 대한 반감을 표현한 것이지요. 12번 트랙 'All Apologies'는 아내와 딸에게 바치는 노래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규 3집 발매 이후 1993년 11월 18일 뉴욕의 MTV 스튜디오에서 열린 너바나의 언플러그드 라이브 공연 앨범입니다. 록 밴드의 언플러그드 공연이라... 어땠을까요?


많은 유명 뮤지션(머라이어 캐리, 에릭 클랩튼 등)의 MTV 공연 실황은 앨범으로 제작되어 사랑받았고,

너바나의 공연 음반 역시 명반에 속하는 앨범입니다. 이들의 유작 앨범이자 곧바로 1위로 차트에 데뷔했습니다.


너바나 하면 떠오르는 곡 2집의 'Smells Like Teen Spirit'가 빠졌지만 이 앨범의 백미라고 하면,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의 3집 앨범(The Man Who Sold the World, 1970) 타이틀곡이었던 4번 트랙 'The Man Who Sold The World'를 꼽을 수 있습니다. 데이비드 보위의  곡뿐 아니라 평소 존경했던 뮤지션의 곡을 다수 커버하였습니다.


너바나가 커버해 더욱 유명해진 바셀린스의 'Jesus Doesn't Want Me For A Sunbeam (3번 트랙)',

Meat Puppets(미트 퍼펫츠)의 10, 11, 12번 트랙 'Plateau', 'Oh, Me', 'Lake Of Fire', 그리고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한 민요라고 알려진 'Where Did You Sleep Last Night' 등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꼭 너바나 팬이 아니더라도 이 앨범은 한 번쯤 들어 보실 만합니다. ^^



커트 코베인은 대히트를 기록한 2집 Nevermind로 자신이 그토록 비판하고 혐오했던 상업적 성공을 거두게 됨으로써 회의감과 혼란을 겪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건대, 만약 이들이 있는 듯 없는 듯한 밴드로 음악 활동을 이어나갔다면 커트는 살아있었을까요? 어딘가에서 곡을 만들고 공연을 하며 코트니 러브의 남편으로 말이죠. 음... 평범하게 사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타 밴드와 비교해 보컬리스트가 훌륭한 편도 아니고, 화려한 테크니션이나 속주를 뽐내는 연주 실력도 아닌 건 사실이지만 너바나를 어떻게 보시든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불태웠던 순수한 열정만은 누구도 비난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먼지는 가라앉고, 그런지는 죽었다. 

커트 코베인의 말이 사실일까요?






커트 코베인과 건즈 앤 로지즈(Guns N'Roses)의 엑슬 로즈(Axl Rose)가 앙숙이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잖아요. 앙숙 베스트 5에 들 만큼 유명한데 포털에 나도는 여러 가지 썰은 정확히 확인된 바 없지만 아무튼, 두 사람이 앙숙이라는 건 틀림없습니다.

상업화와 타협을 혐오했던 얼터너티브 록의 커트 코베인과 정반대인 LA메탈 밴드 중 최고였던 액슬 로즈는 음악적 견해 차이부터 극명하여 대립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LA메탈의 본 조비와 스래시 메탈의 메탈리카 사이에서 건즈의 음악은 메탈이 아니고 팝이라고 비아냥을 듣기도 했습니다.)


건즈 앤 로지즈의 붕괴(?)도 따지고 보면 동시대에 휘몰아쳤던 너바나와 그런지의 열풍이 아닙니다. 말이 필요 없는 기타리스트 슬래시(Slash)와 이지 스트래들린(Izzy Stradlin)과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내부 균열이 시작되어 최고의 라인업이 깨지고 마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지요.


전적으로 액슬에게만 잘못이 있었다는 건 아니고요, 슬래시와 액슬 역시도 앙숙 베스트에 꼽힐 만한 인물로 서로의 의견이 너무 강했던 탓이었을 거예요. 이들은 한때 둘도 없는 절친이었다고 하는데, 사이가 계속 좋았다면 지금의 건즈는 어땠을까요? 어쨌든 이러한 상황은 건즈의 팬들로서는 무척 안타까운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액슬 로즈는 성격이 아주 괴팍하기로(아주 멍멍이스럽다는 풍문이) 정평이 나 있지요. 그에게서 November Rain 같은 명곡이 탄생한 것도 참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농담입니다. ㅎㅎ 명곡 중 하나로 꼽히는 November Rain은 액슬, 슬래시, 이지가 모두 있었던 시절이었지요.


이들의 대립이 아쉬운 점은 지극히 소모적이었다는 것과 더 큰 음악적 발전을 뒤로한 채 커트 코베인은 젊은 나이에 죽음으로 액슬 로즈는 갖가지 멤버들 간의 불화로 전성기(최고의 라인업) 때의 음악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겠지요.






매거진의 이전글 또 다른 Free Loop과 Bad Day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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