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 Hoult Dec 12. 2015

담담하지만 강인한 당신의 목소리를 응원합니다.

혁명을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트레이시 채프먼(Tracy Chapman)


음악을 접하다 보면 음악을 통해 공감과 변화를 이끌어내는 경우를 봅니다. 특히 사회의 어두운 면에 반기를 들고 저항과 분노의 목소리를 담아 현실에 적극 참여하는 사회성 짙은 음악을 접할 때면 '음악적 충격'을 넘어서곤 하지요.


트레이시 채프먼은 80년대 후반부터 활동한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인데, 80년대는 영국과 미국, 그러니까 마가렛 대처와 로널드 레이건의 보수우파 정부의 지배 아래에 있었습니다. 이전 - 60년대, 70년대 초 - 에 사회문제와 치열하게 싸웠던 영국과 미국의 팝계를 대표하는 존 레넌(John Lennon)과 밥 말리(Bob Marley)가 있었고 70년대 후반으로 들어서면서 사회의 상황을 노래하는 가수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당시 미국은 정치적, 경제적으로 보수주의 신념을 내세워 소외계층, 즉 영세민, 무주택자, 실업자 등을 위해 책정했던 예산 삭감은 물론, 빈민 의료비 지급제한과 지방에 지원하던 여러 프로그램의 연방 보조를 없애 길거리로 내쫓기는 하층민이 많았다고 하지요. 80년대의 팝계를 '암흑시대'라고 표현하더라고요. 음악이 반드시 진지할 필요는 없지만, 이 시기의 팝은 노골적으로 상업적이었으며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는 대중문화 또한 보수주의와 우익 성향을 그대로 나타냈다고 합니다. 80년대 후반 음악의 주류는 랩 혹은 댄스음악이 차지하고 있을 때 백인들의 전유물로 여기던 포크 음악을 들고 등장한 무명의 흑인 여성 가수가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트레이시 채프먼이었고 개혁의 바람을 주도합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트레이시 채프먼의 음악을 이해하려면 위에 상황을 꼭 아셔야 해서 부득이하게... ^^


트레이시 채프먼이 낯선 분은 아래 노래를 먼저 들어보시지요. 가장 많이 알려진 곡 네 번째 앨범 New Beginning (1995)에 수록된 'Give Me One Reason'입니다.


1964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Cleveland, Ohio, United States)에서 태어난 트레이시 채프먼은

주변에 노동자 계급의 흑인 인구가 대부분이었고 어릴 적부터 보아온 건 인종차별과 참담한 박탈감이었죠. 그녀의 어머니는 가난한 싱글맘으로 어린 채프먼에게 늘 라디오에서 흐르는 음악을 들려주었고 책을 함께 읽었으며 딸의 음악적 재능을 간파해 기타를 선물했습니다. (채프먼의 인터뷰를 보면 어머니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자주 표현하지요.)


그녀는 10세 이전에 기타 연주를 하며 곡을 만들었고,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에 다니며 거리와 클럽, 커피하우스에서 공연을 합니다. 채프먼의 친구인 브라이언 코펠먼(Brian Koppelman, 현재 시나리오 작가, 프로듀서)이 연주를 듣고 SBK Records에서 일하던 아버지 찰리 코펠먼(Charles Koppelman)에게 소개하고 채프먼과 계약합니다. 이후 코펠먼과 그의 지인의 도움으로 일렉트라(Elektra Records)와 계약해 1988년 4월 셀프 타이틀로 데뷔 앨범을 발매합니다.


앨범 발매 전 그녀의 이름을 알리게 되는 계기가 있었는데, 1988년 3월 영국 런던의 돈마 웨어하우스(Donmar Warehouse)에서 얼터너티브 록 밴드 10,000 Maniacs의 보컬 나탈리 머천트(Natalie Merchant)가 많은 음악기자와 평론가, 대중 앞에서 무료 공연을 가졌는데 오프닝 무대를 장식한 트레이시 채프먼의 강인하고 비범한 'Fast Car'는 이날 모인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몇 주 후 6월 11일, 영국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에 반대하는 투쟁을 벌이다 종신형을 선고받고 25년이 넘게 복역 중인 넬슨 만델라의 석방 촉구 및 70회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대규모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참여 아티스트로는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을 비롯해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UB40, 브라이언 아담스(Bryan Adams), 폴 영(Paul Antony Young) 등 수많은 스타가 기꺼이 달려와 주었습니다. - 콘서트 이후 관심이 높아져 1990년 2월 넬슨 만델라는 석방되었고 아파르트헤이트를 철폐하였죠. - 당시 신인 가수였던 트레이시 채프먼은 스티비 원더의 공연 지연으로 잠시 시간을 때우기 위해 투입되었다고 하는데, 돈마 웨어하우스에서의 공연과 마찬가지로 강한 인상을 주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아야 할 트레이시 채프먼의 1집 앨범 Tracy Chapman (1988)입니다.


다분히 사회적, 정치적 내용의 앨범이며 글 제목에도 언급했지만 '혁명'을 말하고 있습니다. 먼저 오프닝 트랙 'Talkin' 'Bout a Revolution', 제목도 '혁명에 대해 얘기하며'이듯이 그녀는 앨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거침없이 표현합니다. 이 곡은 당시 국내에서 금지곡이었다고 합니다.


앨범 발매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더 나은 삶을 노래한 2번 트랙 'Fast Car'는 빌보드 6위, UK차트 5위를 기록하였고 3번 트랙 'Across the Lines'와 4번 트랙 'Behind the Wall', 무관심과 인종차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노랫말을 본다면 다소 무거운 주제이지만 미국, 영국에서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하는 한편 앨범 판매량도 세계적으로 1,300만 장이 팔려나가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듬해 그래미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광의 안으며 포크의 승전보를 알렸습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앨범 작업을 함께한 아티스트인데요, 앨범 전체의 곡은 채프먼이 썼고, 베이스 기타 래리 클레인(Larry Klein)은 캐나다의 음악가이자 화가인 조니 미첼(Joni Mitchell)의 세션 파트너로 유명하지요. 60년대 밴드 It's a Beautiful Day의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라플렘(David LaFlamme) 그리고 퍼커션의 거장 파울리뇨 다 코스타(Paulinho da Costa) 등의 참여로 트레이시 채프먼의 통기타와 어우러진 사운드는 정말 일품입니다.




데뷔 앨범의 큰 성공 이후 89년에 발매한 2집 Crossroads와 92년에 발매한 3집 앨범 Matters of the Heart는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며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고 그녀의 잊힘(?)과 함께 포크도 저물어가는 듯했지만 95년 발매한 4집 앨범 New Beginning, 새로운 시작으로 그녀가 돌아옵니다. 앨범 제목이 새로운 시작이지만 전작과 노선을 바꾼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사회문제에 관해 이야기하지요. 다만, 직설적으로 풀어내던 이야기를 우회적으로 바꾸었습니다. 상단 영상을 보시면 'Give Me One Reason'이라는 곡이 4집 앨범에 수록곡이며, 싱글차트 3위를 앨범 차트에서도 4위를 기록합니다.




이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층 따스해진 5집 앨범 Telling Stories (2000), PJ 하비(PJ Harvey) 등과 함께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는 인디 록 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알려진 존 패리시(John Parish)가 기타, 베이스, 퍼커션과 공동 프로듀싱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 6집 앨범 Let It Rain (2002)을 발매합니다.

5집 Telling Stories, 1번 트랙





통기타 사운드보다 다른 악기 소리가 는 것 같아 아쉽지만 채프먼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좋은 7집 Where You Live (2005), 가장 최근 발매작으로 앨범 제목부터 희망찬 8집 앨범 Our Bright Future (2008)까지 채프먼의 음악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8집 Our Bright Future, 1번 트랙




트레이시 채프먼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회성 짙은 저항 음악인이라서가 아니에요. 아름답죠. 그녀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참 편안합니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음악이 매일 쏟아져나오는 시대에 느리고 잔잔한 포크는 주류라고 볼 수는 없지요. 아무리 훌륭한 곡이라 할지라도 대중의 공감과 호응을 얻을 수 없다면 금방 흔적도 없이 묻혀버리기 마련이고요. 그래서 차분하지만 비범한 트레이시 채프먼의 존재가 더 빛나지 않나 싶습니다. 무엇보다 그녀의 어쿠스틱 기타와 중성적인 마성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매력적이며, 곡을 아주 잘 만드는 싱어송라이터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4월 미국 CBS 토크쇼 데이비드 레터맨 쇼에서 전설의 알앤비 가수 벤 E. 킹(Ben E. King)의 'Stand By Me'를 부른 적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2주 후 원곡자인 벤 E. 킹이 향년 76세로 사망하였지요. 담담하고 아름다운 채프먼의 노래를 감상해 보시지요.










매거진의 이전글 Fun. 그리고 솔로로 돌아온 네이트 루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