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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 Hoult Dec 21. 2015

재미있는 음악 이야기 8

가장 아름다운 도입부의 록음악, 달콤씁쓸한 심포니


가장 아름다운 도입부를 가진 록음악 Bittersweet Symphony. 영국의 록 밴드 버브(The Verve)의 대표곡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버브에게 저작권이 없습니다.

버브는 초기 브릿팝 시절부터 활동한 밴드로 현재 버브보다 훨씬 더 유명한 무명 시절의 오아시스를 오프닝 밴드로 투어에 함께 다니며 키워줬다고 해서 유명한데, 오아시스 2집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 의 8번 트랙 'Cast No Shadow'는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가 버브의 보컬 리처드 애쉬크로프트에게 바치는 곡이라고 합니다. 사실 밴드 명 버브(Verve)라고 부르는 것은 틀린 것이고 더 버브(The Verve)가 맞는데요, 이유는 처음 버브라고 밴드 명을 정했다가 동명의 재즈 레이블(Verve Music Group)로부터 소송을 당할 위기에 처해 더 버브로 바꾼 것이랍니다.

1997년에 발매한 버브의 세 번째 앨범 Urban Hymns는 2집 앨범과 함께 높은 평가를 받은 앨범으로 상업적 성공과 브릿 어워즈에서 최우수 앨범 상, 최우수 그룹 상, 프로듀서 상까지 3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이때 경쟁 앨범은 무려 라디오헤드(Radiohead)의 OK Computer, 프로디지(The Prodigy)의 The Fat of the Land 그리고 오아시스(Oasis)의 Be Here Now였으니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성공을 거둔 앨범이지요.



바로 이 3집 앨범의 수록곡인 문제의 Bittersweet Symphony. 

롤링스톤즈의 1965년 앨범 Out of Our Heads의 수록 곡 중 The Last Time을 샘플링한 곡입니다. 정확히는 the last time 오케스트라 버전을 샘플링한 거예요. 당연히 샘플링 조건으로 50%의 수익을 나눠준다는 분명한 합의하에 진행된 일이고요. (처음에는 무상 샘플링 제공이었답니다) 사실 the last time 오케스트라 버전을 들어보신다면 상당 부분 비슷하다고 느끼시겠지만, 버브의 곡은 현악 선율로 시작해 일렉기타의 사운드와 근사한 가사 그리고 아주 잘 어울리는 보컬의 목소리. 원곡자인 롤링스톤즈도 인정했듯이 완전히 다른 곡으로 재탄생된 거죠.


재탄생된 곡이 대히트를 기록하자 별안간 롤링스톤즈 측에서 소송을 제기합니다.  롤링스톤즈가 아닌 매니저 앤드루 루그 올덤(Andrew Loog Oldham)이 사전 계약과 다르게 많은 부분을 갖다 썼다는 게 이유였는데, 이 곡이 별다른 성과 없이 묻혀버렸다면 소송을 제기했을까 의문이 드는 부분이에요. 게다가 앤드루 루그 올덤은 저작권 관련 소송의 베테랑이라죠. 결국 표절 판결을 받았고 곡의 수익 100%는 믹 재거와 키스 리처드에게 돌아갔습니다. 표절 의혹하면 레드 제플린이나 비틀스 같은 당대를 대표하는 뮤지션에게조차 피해 갈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어느 정도까지가 표절인지, 샘플링인지 참 복잡합니다. 무엇보다도 선배 뮤지션인 롤링 스톤즈의 모양이 많이 빠져 보이는...


이 일로 버브의 보컬인 리처드 애쉬크로프트(Richard Ashcroft)는 '이 곡은 롤링스톤즈가 한몫 건진 최고의 히트작'이라는 조롱 어린 말을 남기고 밴드를 해체해버렸죠. (애쉬크로프트의 별명이 '매드 리처드'라는데 갤러거 형제만큼이나 성격이 대단하다고 합니다.) 정말 '달콤 씁쓸한 심포니'가 되었네요.


버브는 3집 이후 1999년 해체했지만 이전에 이미 한 번의 해제와 재결합이 있었죠. 1993년에 1집 A Storm in Heaven을 발매하고 1995년 2집 A Northern Soul 발매 후 애쉬크로프트와 기타 닉 매케이브(Nick McCabe) 간의 불화로 해체하여 1997년 재결성하고 위에 사건으로 1999년 해체, 이대로 버브는 끝난 것으로 보였지만 2007년 6월 BBC 라디오를 통해 재결성 소식을 알렸고, 11월 투어에 나서는데 티켓이 20분 만에 매진되었다고 하네요. 2008년 네 번째 앨범 Forth를 성공리에 발매한 뒤 2009년 다시 해체합니다. 아휴~ 이거 뭐 공식적인 해체만 3번인데 소문에는 1집과 2집 사이에도 또 한 번이 있었다고 합니다. 구성원들과 갈등이 적어야 음악도 더 잘 될 텐데... 언제 다시  재결합할지 지켜보도록 하죠!


버브와 롤링스톤즈의 두 곡을 비교해 들어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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