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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 Hoult Jan 04. 2016

드럼은 반드시 두 팔로 연주해야 하는 건 아니다.

팝 메탈 밴드, 데프 레퍼드(Def Leppard)


드러머로서 한쪽 팔을 잃는다면... 음...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일일 텐데요. 팀워크가 남달랐던 밴드는 해체까지 고려했지만 최선의 길을 선택해 외팔 드러머를 구성원으로 현재도 계속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데프 레퍼드(Def Leppard)는 1959년생 조 엘리엇(Joseph Thomas -Joe- Elliott Jr., 보컬), 1963년생 릭 엘런(Richard John Cyril -Rick- Allen, 드럼), 1960년생 릭 새비지(Richard -Rick- Savage, 베이스), 1957년생 필 콜렌(Philip Kenneth -Phil- Collen, 리드 기타), 1962년생 비비안 캠벨(Vivian Patrick Campbell, 기타)로 이루어진 영국의 메탈(New Wave of British Heavy Metal, NWOBHM) 밴드입니다.


New Wave of British Heavy Metal (이하 NWOBHM)에 대해 잠시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헤비메탈 하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시끄럽고 괴기한 느낌이 먼저 들 것입니다. 주류와는 거리가 먼 음악 같기도 하지만 레드 제플린, 딥 퍼플의 명곡을 들어보셨다면 다가가기 힘든 음악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드실 거예요. 헤비메탈은 블루스 록(Blues rock)과 사이키델릭 록(Psychedelic rock/ 에시드 록, Acid rock)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블루스는 최고의 테크닉을 요하는 장르 중  하나 이기도하고요. 두드러지는 점은 코드가 반복된다는 것이며, 리프(반복되는 코드)가 곡 전체를 구성하기도 합니다. 

헤비메탈의 어원은 작가 윌리엄 버로우즈(William S. Burroughs)의 1962년 작 'The Soft Machine' 본문 중 'Uranian Willy, the Heavy Metal Kid.'라는 구절을 인용하였다고 합니다. 


헤비메탈의 대표 밴드이자 최초 밴드로는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딥 퍼플(Deep Purple),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가 있지요. 이들 모두 영국 밴드이며 영국 하면 록의 본고장이고요. 


메탈의 계보를 이어 70년대 말 음악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룩한 밴드들이 블루스의 영향을 줄이고, 하드 록과 펑크 요소를 결합해 스피드를 강조한 하나의 조류를 형성하는데 바로 이것이 NWOBHM입니다. 최초의 NWOBHM 밴드는 1976년 결성한 색슨(Saxon)이며, 거물 밴드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이 80년대에 이러한 흐름 - NWOBHM은 장르가 아니고 조류입니다 - 에 정점을 찍습니다. 거대한 NWOBHM의 바람은 미국으로 건너가 좀 더 파워풀한 스래시 메탈(Thrash metal)을 탄생시키는데, 메탈의 본좌 메탈리카(Metallica) 역시도 자신들의 음악의 뿌리는 NWOBHM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간략하게 설명을 했지만 록의 역사에서 NWOBHM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실로 대단합니다. 데프 레퍼드의 초기 앨범은 전형적인 NWOBHM 밴드였고, 이후 글램 록과 메탈을 결합해 글램 메탈, 팝 메탈의 성격을 띠게 됩니다. 


1977년 영국 셰필드(Sheffield, South Yorkshire)의 탬튼 학교(Tapton School)에 다니던 릭 새비지, 토니 케닝(Tony Kenning, 드럼 - 78년 후반까지), 피트 윌리스(Pete Willis, 기타 - 82년 중반까지)가 '어토믹 마스(Atomic Mass)'라는 밴드를 결성합니다. 이후 조 엘리엇이 들어오는데, 처음에는 기타리스트로 지원했지만, 보컬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아 보컬로 팀에 영입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 엘리엇의 제안으로 밴드 명을 데프 레퍼드 - 원래는 Deaf Leppard(귀머거리 표범)이었으나 재미있게 표기해 Def Leppard로 바꾸었답니다. - 로 바꾼 뒤 1978년 스티브 클락(Steve Clark, 기타 - 91년 초반까지)이 오디션을 통해 영입되지요. 


같은 해 겨울 EP 앨범을 준비하던 중 토니 케닝이 밴드를 떠나 그 자리를 잠시 프랭크 눈(Frank Noon)이 대신하고 현재 멤버이기도 한 당시 15세였던 릭 엘렌이 풀타임 드러머로 들어오게 됩니다. 그러니까 릭 새비지와 조 엘리엇이 원년 멤버가 되겠네요.

1979년 EP 앨범 'The Def Leppard E.P.'의 곡 중 'Getcha Rocks Off'가 BBC 라디오에 전파를 타고 좋은 반응을 얻으며 메이저 레이블인 포노그램(Phonogram) 산하 버티고(Vertigo)와 계약합니다. 위에 멤버로 1980년 데뷔 앨범 On Through the Night를 발매 해 영국 앨범 차트 15위, 미국 차트 51위를 기록하여 자국 내에서는 물론 비교적 성공적인 데뷔를 하게 되지만, 2번 트랙 'Hello America'나 공연도 미국에서 많이 이루어져 처음에는 영국 팬들이 외면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1년 이상 차트에 머물렀고 판매량도 플래티넘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주었지요.


1981년 발매한 두 번째 앨범 High 'n' Dry는 AC/DC의 프로듀서인 머트 랭지(Robert John -Mutt- Lange)가 참여하여 점차 이들의 스타일을 찾아가게 되는 앨범입니다. 두 번째 싱글로 발표하였던 Side one의 4번 트랙 'Bringin' On the Heartbreak'의 인기에 힘입어 역시 앨범 판매량도 좋은 성적을 기록합니다. 이 곡은 2002년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가 커버하였죠.


세 번째 앨범 Pyromania을 1983년에 발매합니다. 전작의 성공에 이어 3집 앨범도 좋은 반응이었는데 세계적으로 천만 장 이상 팔렸다고 합니다. 무려 37주 동안 1위를 기록한 당시 마이클 잭슨의 Thriller가 아니었다면 1위를 했을 뻔한 앨범입니다. 위에 멤버 중 기타 피트 윌리스를 알코올 문제로 해고하고, 현재 멤버인 글램 메탈(Glam metal) 밴드 걸(Girl)의 멤버였던 필 콜렌을 영입합니다. 리드 싱글 Side one의 2번 트랙 'Photograph'는 빌보드 핫 100에 12위, 빌보드 메인스트림 록 차트 1위를 기록하였고, 이후 싱글 발매한 Side two의 2번 트랙 'Rock of Ages'도 좋은 성적을 기록하였습니다.


승승장구하며 성공가도를 달리던 이들에게 밴드의 존립 자체를 고민하게 만드는 크나큰 시련이 닥쳐옵니다. 1984년 12월 31일 15세의 어린 나이로 무명 밴드 데프 레퍼드에 합류했던 드러머 릭 엘렌이 차가 전복되는 사고로 드러머의 생명인 한쪽 팔을 절단해야 했고, 팬들은 드러머의 교체를 예상했지만 밴드는 릭 엘렌 없는 데프 레퍼드는 상상할 수 없다며 해체를 고려했습니다. 


1년을 병원에서 보내고 퇴원 후 6개월간은 쉬어야 한다는 의사의 권고가 있었지만, 채 한 달도 안되어 연습실로 돌아와 한쪽 팔로 연습을 감행하였지요. 동료의 만류에 날 죽이든지 아니면 그냥 놔두라며 외쳤다고 하지요. 이런 모습의 그를 보며 동료는 많은 드럼 제작자들을 찾아다니며 특수 드럼의 제작을 의뢰합니다. 드디어 제작된 드럼이 도착하고 릭은 하루 8시간씩 연습에 매달려 1년 후 오른팔과 발을 이용하는 특수 주법을 만들어 냅니다. 그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인간이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알지 못한다.'


릭 엘런의 재기와 함께 4년 만인 1987년 이들의 명반 네 번째 앨범 Hysteria가 탄생합니다. 첫 싱글 발표한 1번 트랙 'Women'이 시원치 않은 반응을 보였지만, 미국 투어 - 당시 파격적인 360도 회전 무대였다고 합니다. - 후 싱글이 관심을 모으며 이듬해 드디어 빌보드 앨범 차트(Billboard 200)에서 1위를 차지합니다. 좋은 성적을 내는 데 큰 역할을 한 곡은 네 번째 싱글 5번 트랙 'Pour Some Sugar On Me'(빌보드 핫 100, 2위)와 다섯 번째 싱글 4번 트랙 'Love Bites'(빌보드 핫 100, 1위)이고, 7개의 싱글 중 6개를 차트에 올리는(4개는 Top 10) 등 메탈 음악으로는 보기 드문 다수의 히트곡을 냅니다. 

4집 역시 머트 랭지가 프로듀싱 했는데, 골수 메탈 팬들은 강렬한 원초적인 메탈이 아닌 대중적인 팝 메탈에 반감을 갖기도 했지요. 메탈에선 잘 볼 수 없는 전자드럼, 드럼 샘플링을 도입했는가 하면 백업 보컬을 백워드 마스킹(Backward Masking) 기법 활용 등 실제로도 여러 가지 실험을 했고요.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엄청난 성공을 안겨준 작품입니다.

멤버 중 기타리스트 스티브 클락이 1991년 1월 8일 갑작스럽게 사망한 후 헤비메탈 밴드 디오(Dio)의 원년 기타리스트이자 록 밴드 화이트 스네이크(Whitesnake) 등에서 활동하던, 역시 현재 멤버 비비안 캠벨을 영입해 92년 정규 5집 Adrenalize을 발매합니다. 빌보드 앨범 차트, UK 앨범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였고, 빌보드 메인스트림 록 차트 1위를 기록한 첫 싱글 1번 트랙 'Let's Get Rocked', 시원한 보컬과 흥겨운 리듬으로 시작하는 7분이 넘는 러닝타임의 5번 트랙 'White Lightning'은 사망한 스티브 클락의 별명이자 지미 헨드릭스, 존 본햄 등을 추모하는 곡이라고 합니다. 세 번째 싱글 8번 트랙 'Have You Ever Needed Someone So Bad'는 전작의 'Love Bites'의 느낌도 납니다.


현재의 라인업으로 이듬해 비정규 미발표곡 모음집 Retro Active를 발매합니다. 비정규 앨범이었지만 미국과 캐나다에서 플래티넘을 기록하고, 빌보드 앨범 차트 9위, 영국 앨범 차트 6위를 차지하였죠. 4번 트랙 'Two Steps Behind'는 영화 라스트 액션 히어로(Last Action Hero, 1993)에 삽입되어 인기를 끌었고, 1988년에 녹음했다는 6번 트랙 'Miss You in a Heartbeat'도 좋은 반응을 얻어내었습니다.


1996년 정규 6집 Slang을 발매해 두 번째 싱글 5번 트랙 'Work It Out'이 인기를 얻었지만 앨범은 그다지 좋은 반응을 얻어내지 못했습니다. 90년 대면 얼터너티브 록이 한참 전성기였을 때인데 시대에 맞추려 한 것인지 좀 얼터 한 느낌입니다. 전작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실망감도 감출 수 없었겠지요? 이 음반을 산 사람들의 대부분이 정규 수록곡보다는 보너스 CD인 싱가포르에서 열린 어쿠스틱 라이브 버전(Acoustic in Singapore - limited edition bonus disc)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으로 상업적인 실패를 맛본 데프 레파드는 다시 본인들의 스타일로 회귀하려는 시도가 담긴 정규 7집 Euphoria를 1999년에 발매합니다. 네임밸류의 밴드와 90년대에 경쟁하려면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텐데요. 수많은 밴드가 90년대 음악에 편승했다가 실패, 정신을 차리고 다시 초기작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이마저도 힘겨운 싸움이 되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밴드가 한둘이 아니었지요. 이 앨범이 그렇지 않은가 합니다.

분명 자신들의 음악으로 돌아갔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는 앨범 -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 같습니다. 전작 Slang을 뺀다면 데프 레파드의 자연스러운 앨범 진행으로 보입니다. 오프닝 트랙 'Demolition Man'은 노골적으로 5집 Adrenalize의 느낌을 살렸고, 네 번째 싱글 4번 트랙 'Goodbye'는 이들만의 발라드로써 잘 표현되었지요. 아무튼, 상업성에 그리 신경 쓰지 않는 듯 - 속으로는 안 그럴 수 있겠지만 - 한 이들의 7집 앨범은 여타 밴드의 힘겨운 몸짓하고는 조금 달라 보이기는 합니다.


2002년 발매한 8집 앨범 X입니다. 앨범 타이틀도 간결하고 커버도 무척 마음에 듭니다. X는 알파벳이 아니고, 로마자로 10을 뜻하는 말로 비정규 앨범을 포함해 열 번째 앨범이라는 의미입니다.


70년대 록 커버 버전 앨범이자 9집 앨범 Yeah! (2006) 발매하였고, 2년 만에 2008년 10집 앨범 Songs From The Sparkle Lounge를 발매합니다. 


커버 버전 앨범이 존경하는 선배들의 노래를 다시 불렀고, 10집 앨범 역시 AC/DC, 레드 제플린, 퀸, 비틀스의 음악이 엿보입니다. 1번 트랙 'Go', 무게감 있는 음악으로 문을 열고 이어서 타이틀 곡인 2번 트랙 'Nine Lives'는 컨트리 가수 팀 맥그로(Tim McGraw)가 참여한 곡으로 공연 중 필 콜렌과 팀 맥그로가 함께 아이디어를 냈다고 합니다. 이 곡에서 AC/DC의 앵거스 영(Angus Young)의 기타 연주가 떠오르고요. 70년대 스타일을 느낄 수 있는 릭 새비지 작품의 3번 트랙 'C'mon C'mon', 4번 트랙 'Love'를 들어보시면 퀸의 코러스 라인이 연상되지요. 9번 트랙 'Bad Actress'는 레드 제플린의 'Black Dog' 분위기가 납니다. 5번 트랙 'Tomorrow'와 7번 트랙 'Hallucinate'는 데프 레퍼드의 전형적인 음악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들의 전성기에 음악은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것인지...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아쉬움으로 남겠지만, 30년이 넘는 활동기간에서 보듯 내공 넘치는 베테랑 밴드로서의 열정만은 아무도 이견을 제시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 앨범의 정의를 이렇게 내리고 있습니다. 선배 밴드들에 대한 오마쥬와 현재까지 이어 온 밴드 역사의 정리.


그리고 2008년 열 번째 앨범 발매 후 무려 7년 만인 2015년에 열한 번째 정규 앨범 Def Leppard를 발매하였습니다.


예술을 하는 사람이든 운동을 하는 선수이건 모든 사람에게는 침체기가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사실, 데프 레퍼드는 1987년 역경을 딛고 발매한 4집 앨범 Hysteria 발매 후  90년대로 들어와 예전만 못하다는 의견이 자주 나왔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리가 바로 팝 메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전설의 밴드 데프 레퍼드다! 를 각인시키려는 듯 오랜 시간을 두고 만든 앨범 제목이 Def Leppard입니다. 실제로도 Hysteria 이후 최고의 작품이라고 밝힌 바 있고요. 


첫 싱글인 1번 트랙 'Let's Go'로 힘차게 출발해 보컬 조 엘리엇과 나머지 구성원의 목소리도 감상할 수 있는 4번 트랙 'We Belong'을 비롯해 팝 메탈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곡들과 데프 레퍼드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서정적인 곡 또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데뷔 앨범부터 3집까지 NWOBHM의 희망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거침없이 질주하던 이들이 부와 명성을 포기할 만큼 릭 엘런의 사고는 큰 사건이었지요. 결과적으로는 4년 반의 공백기를 거쳐 이들의 명반인 Hysteria를 만들어 냈고요. 동료의 격려와 믿음이 없었다면, 그리고 자칫 폐인의 길을 걸을 뻔했던 릭의 노력의 결과가 없었다면 이 역사적인 음반은 탄생하지 못했을 거예요. 알고 들으면 더 감동적인 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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