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As If'라는 이름으로 결성된 록 밴드 아워 레이디 피스(Our Lady Peace, 이하 OLP)의 - 밴드 명은 마크 반 도렌(Mark Van Doren)의 시에서 차용하였습니다. - 결성 당시 멤버로 마이클 메이다(레인 메이다, Raine Maida로 이름 바꿈, 보컬), 마이크 터너(Mike Turner, 기타), 짐 뉴웰(Jim Newell, 드럼), 폴 마틴(Paul Martin, 베이스)이었고, 잠시 밴드에 머물다 탈퇴한 폴 마틴 대신 크리스 어크렛(Chris Eacrett, 베이스)이 오디션을 통해 합류, 밴드 이름을 아워 레이디 피스로 바꾼 후 드럼 짐 뉴웰이 탈퇴, 제레미 타가트(Jeremy Taggart, 드럼)를 영입하여 1994년 음반 Naveed로 데뷔합니다.
두 번째 음반을 준비하던 중 드럼 크리스 어크렛이 탈퇴, 덩컨 코츠(Duncan Coutts, 드럼)가 자리를 대신하였고 2001년에는 마이크 터너의 탈퇴, 2002년에 스티브 마주(Steve Mazur, 기타)가 최종 합류해 현재 멤버는 레인 메이다(Raine Maida, 보컬), 덩컨 코츠(Duncan Coutts, 베이스), 스티브 마주(Steve Mazur, 기타)입니다. 참고로, 국내 포털에 검색하면 드러머 제레미 타가트가 현 구성원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2014년에 탈퇴하였습니다.
세계적으로 수백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량을 올린 유명 밴드이지만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밴드가 아닐까 싶은데, 5집 앨범 Gravity (2002)의 6번 트랙 'Not Enough'가 WWE 레슬러 제프 하디(Jeffrey Nero Hardy)의 디자이어 곡으로 사용되어 알려진 곡이고, 조금 더 알려진 다른 곡은 2000년 라이브 앨범과 V.A - WWE Forceable Entry (2002)에 수록된 'Whatever'인데, 이 곡 역시 40세의 나이로 사망한 캐나다 출신 WWE 프로 레슬러 크리스 벤와(Chris Benoit, 1967 - 2007)의 테마곡으로 쓰여 익숙하리라 생각됩니다.
"벤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남자다. 그의 죽음에는 우리가 단지 눈으로 보고 있는 것과 다른 무엇이 있을 수도 있다." 크리스 벤와 추모 특집 RAW에서 전 프로레슬러 윌리엄 리갈(William Regal)이 한 말입니다. 프로레슬링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죽음과 관련된 사건을 아시겠지만, 매우 충격적이고 당연히 비난받아 마땅한데 사후 이루어진 뇌조직 검사에서 만성 외상성 뇌병증(CTE), 즉 뇌손상이 아주 심각한 수준이며 심지어 85세 알츠하이머 환자 상태라는 결과가 밝혀졌지요. 모두 경기 중 반복되는 뇌진탕이 원인이 된 것인데, 몸을 혹사하면서까지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이 정말 대단합니다.
밴드의 보컬리스트이자 프런트맨 메이다의 음색이 아주 독특합니다. 카운트테너 - 가성으로 소프라노 음역을 구사하는 남성 성악가 - 팔세토 비음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2006년부터 솔로 활동 병행과 함께 2009년 발매한 밴드의 7집 앨범 Burn Burn은 직접 프로듀싱하였습니다. 또한 아내인 샨탈 크레비아주크(Chantal Kreviazuk, 싱어송라이터)와 War Child(전쟁 아동 자선 단체) 등의 적극적인 지지자로서 모금 앨범 발매 및 이라크, 다르푸르, 에티오피아를 다니며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데뷔 앨범 Naveed (1994)입니다. 1991년 밴드 명 As If로 몇 곡을 발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OLP로 변경 후 보컬 마이클 메이다는 구성원 중 기타리스트 마이크 터너와의 혼동을 막기 위해 이름을 레인 메이다로 바꿉니다. 1992년 터너의 친구 샘 시칠리아노(Sam Siciliano)가 감독하여 만든 데모곡 'Out Of Here'의 뮤직 비디오가 캐나다에서 인지도 높은 채널인 머치뮤직(MuchMusic) 인디 쇼에 방송되었고, 소니 뮤직(Sony Music Canada)과 계약을 맺어 데뷔 앨범을 발표합니다. (미국 발매는 1995년) 앨범의 타이틀 트랙 'Naveed'가 자국 내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두 번째 싱글 'Starseed'도 좋은 반응을 얻어 이후 영화 '아마겟돈'의 사운드트랙으로 쓰였습니다.
두 번째 앨범 Clumsy (1997), 소니 뮤직 테두리에서 벗어나 콜롬비아 레코드와 계약을 체결하여 지평을 넓혔고, 1집 앨범 투어 후 두 번째 앨범을 발매합니다. 첫 싱글 'Superman's Dead'와 두 번째 싱글 'Clumsy'는 자국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특히 'Clumsy'는 이들에게 캐나다 록 씬의 선두 밴드라는 타이틀을 안겨줍니다. 커버 아트는 처음에 앨범의 제목으로 기획되었다가 버려진 곡 'Trapeze(공중그네)'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2001년 2월 Clumsy는 캐나다에서 Diamond-certified - 1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앨범, 시장 규모가 달라서 국가마다 기준은 다릅니다. 미국은 1000만 장 - 기록하였습니다. 1998년과 2000년, 캐나다의 음악축제로 OLP가 주최한 서머솔트 페스티벌(Somersault Festival)을 진행하였습니다.
1999년 밴드는 세 번째 앨범 Happiness...Is Not a Fish That You Can Catch를 발표합니다. 이 앨범은 암으로 투병 중인 Mina Kim이라는 소녀를 만나 이야기를 담은 'Thief'와 'One Man Army', 그리고 'Is Anybody Home' 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Stealing Babies'는 전설적인 재즈 드러머 앨빈 존스(Elvin Jones)가 함께하였고, 멀티 인스트루멘탈리스트 제이미 에드워즈(Jamie Edwards)는 1996년 앨범 세션에 함께한 뒤 5집 앨범 앨범 Gravity의 마무리에서 밴드에 공식적으로 합류 요청을 받은 2001년까지 비공식 멤버로 남았습니다. 녹음을 마친 후 에드워즈는 밴드를 떠나기로 결정하였고, 5집 앨범의 캐나다 투어 중 마이크 아이젠슈타인(Mike Eisenstein)을 대신해 잠시 복귀해 우드스탁 1999에서 11곡의 공연을 하였습니다.
4집 앨범 Spiritual Machines (2000)입니다.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의 책 'The Age of Spiritual Machines'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콘셉트 앨범입니다. 발명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2020년 정도에 컴퓨터가 인류를 따라잡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는데, 말하자면 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과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 것인지, 그가 제시하는 미래관을 담은 책입니다. 커즈와일 뮤직 시스템스(Kurzweil Music Systems)라고 들어보았나요? 커즈와일을 검색하면, 커즈와일 키보드, 커즈와일 디지털 피아노, 커즈와일 신시사이저... 책의 저자인 레이 커즈와일이 1982년 설립한 전자음악 악기를 생산하는 회사입니다. 악기 외에도 수많은 기계를 발명하였지요. 1번 트랙 'R.K. Intro'는 레이 커즈와일의 글을 인용했습니다.
The age of spiritual machines. Ten to fifteen billion years ago, the universe was born
영적 기계들의 시대. 100억 ~ 150억 년 전 우주가 태어났다.
제프 하디의 곡으로 유명한 6번 트랙 'Not Enough'가 수록되어 있는 5집 앨범 Gravity (2002)입니다.
2000년대로 들어서며 밴드는 매너리즘에 빠지는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랜 시간 밴드와 함께 한 프로듀서 아놀드 래니가 떠나고 새로운 프로듀서 밥 록(Bob Rock)과 작업합니다. 원년 멤버였던 마이크 터너마저 밴드를 떠난 뒤 발표한 앨범은 예전의 창조성이 결여된 유행을 좇는 음악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4번 트랙 'Innocent'는 두 번째 싱글로 발표되었던 곡이며, 레인 메이다가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고 합니다. 가사를 살펴보면 암에 걸린 소녀 그리고 뮤지션 존 레넌(John Lennon)과 커트 코베인(Kurt Cobain)도 언급하고, 희망적인 가사와 흥겨운 멜로디가 어우러져 개인적으로도 무척 좋아하는 곡입니다.
6집 앨범 Healthy in Paranoid Times (2005)입니다.
롤링스톤지에 따르면 2002년 5집 앨범 발매 이후 6집 앨범 제작에 1165일이 걸렸으며, 45개의 곡 중 12곡을 선정하여 앨범에 수록하였습니다. 메이다는 "작업은 힘든 고난이었고, 제정신으로 버티기 힘든 짓이었으며, 그렇게 많은 곡을 쓰고, 미국 라디오와 MTV에 알맞은 싱글을 걸러내느라 우리는 결국 음반사에 질려버렸다."고 밝혔는데, 실제로도 밴드의 해체 위기가 있다다고 합니다.
음악 CD와 제작과정을 담은 DVD로 구성되어 있고, 4번 트랙 'Where Are You'가 가장 많이 알려졌고, 마지막 트랙 'Al Genina (Leave A Light on)', 제목에서 보듯 메이다가 아프리카 수단의 다르프트 지역 알제니나에서 자신이 사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 문화적 충격을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곡은 'Al Genina (Leave A Light on)' 전체가 제목인데, 가사에도 나오는 'Leave A Light on'은 언젠가 돌아와 돕겠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일곱 번째 앨범 Burn Burn (2009)입니다.
2006년 11월에 밴드는 콜럼비아 레코드와 결별하고 미발표 곡 'Kiss On The Mouth'와 'Better Than Here'을 포함해 히트곡 컴필레이션 앨범인 A Decade 발표 후 2009년에는 유명한 싱글곡 'Naveed'와 'Somewhere Out There' 그리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곡인 'Car Crash'와 'Stealing Babies' 등을 포함한 두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인 The Very Best of Our Lady Peace를 발표합니다.
두 번째 컴필 앨범을 발표하고 몇 달 후 이들의 7집 앨범도 함께 발매하는데, 소니사에서 독립하여 자체 레이블에서 직접 프로듀싱, 리코딩하여 앨범을 완성하였습니다. - 아티스트, 음반사, 레이블 모두 'Our Lady Peace'로 되어있습니다. - 메이다는 '다시 한번 제대로 된 록 앨범'이라 언급해 앨범에 대한 열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여덟 번째 앨범 Curve (2012)입니다.
밴드는 2010년 3월부터 5월까지 로운 공연 투어를 통해 1997년 발매한 2집 앨범 Clumsy와 2000년 발매한 4집 앨범 spiritual Machines을 재현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8집 앨범은 2010년 1월부터 제작에 들어갔으며 2012년 3월에 발매하는데, - 첫 싱글
'Heavyweight'는 2011년에 발표 - 특히 5집 앨범인 Gravity 이전의 곡을 좋아하던 사람이라면 "앨범의 상당 부분에서 Gravity 이전의 우리 음악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기대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위에 이들의 4집 앨범이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의 책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는데, 주제가 인공지능의 발전과 인류의 미래잖아요. 사실 이전까지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보면서 느낀 점이 많습니다.
새삼스레 옥스퍼드 대학의 마이클 오스본(Michael Osborne) 박사와 칼 프레이(Carl Frey) 박사가 2013년에 발표한 연구 보고서인 '고용의 미래 : 일자리가 컴퓨터화에 얼마나 민감한가? (The future of employment : How susceptible are jobs to computerization?)'를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까운 미래에 현재 직업의 약 47%가 사라진다고 하지요.
얼마 전에 친구가 - 막 병아리 교사가 된 친구 - 이런 말을 했어요. "요즘 아이들 미래가 어떤 줄 알아? 장래 희망은 공무원이고, 꿈은 임대업이래"..... 네, 뭐 할 말 없지요. '되고 싶은'이 아닌 '되어야 하는' 현실이 아이들 잘못은 아니니까요. 저 역시 금융인을 꿈꾸는 예비 직장인으로서 '내 직업은 앞으로 안전할까?'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상실 위험도 23%로 분석되었습니다.
보고서 내용 중 "예민한 판단이 요구되는 수많은 과업에서 컴퓨터 알고리즘의 균형 잡힌 의사결정이 인간 운영자들에 대한 비교우위를 나타낸다", "거대한 코드의 데이터베이스가 인간이 제공한 명세를 만족시키는 프로그램 작성법을 배워, 최종적인 예상 알고리즘을 제공할 것" 정말 무시무시합니다! 극단적이지만, 실업 인류(?)라는 논리적 귀결이 가능할까요?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 ▶ http://www.oxfordmartin.ox.ac.uk/publications/view/1314
에구구 내용이 산으로 갔습니다.
밴드의 보컬리스트 레인 메이다의 음색이 아주 특이하지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음색인데, 한겨울 차가운 쇠붙이에 닿는 느낌이 듭니다. 응? ㅎㅎㅎ
OLP는 크리스 벤와의 테마곡 정도만 알려져 우리나라에서의 네임드는 미미하지만, 캐나다에서는 국민밴드 수준이라고 합니다. 보컬리스트의 독특한 음색과 함께 이들의 음악을 즐겨보시지요.
그리고,
내일 있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에서 또 한번 이겨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패하더라도 외로운 싸움을 묵묵히 견뎌낸 이세돌 9단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