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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쌤 Apr 27. 2024

게임으로 가득 차 버린 학교

게임을 하지 않는 초2 남학생을 아들로 둔 아빠의 고민

"아빠, 학교가 브롤로 가득 차버린 것 같아요."


요즘 첫째의 고민 중 하나는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을 기다리는 동안 너무 심심하다는 것이다. 자기는 친구들과 뛰어놀거나 다른 놀이를 하면서 놀고 싶은데 친구들이 모두 핸드폰으로 '브롤스타즈'라는 게임만 해서 같이 놀아주지 않는다고 했다. 한 달 쯤 전이었나, 그 땐 첫째가 나에게 자기도 브롤스타즈 하게 해주면 안 되겠냐고 부탁했었다. 자기랑 친한 친구들이 모두 그 게임을 하는데 자기 혼자 안 하니 친해지기 어렵다면서, 게임을 해야만 친해질 수 있으니 게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었던 당시엔 나도 솔직하게 말해서 첫째에게 게임을 허락해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나도 친구들과 게임을 하고 피시방을 다니기도 했던 사람인지라 게임을 무조건 금지하기보다는 적절히 잘 이용하게 약속을 하고 게임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함께 게임을 하며 자라왔던 옛 친구들에게 이런 상황에 대해 얘기하고 물어보니 역시나 나랑 비슷하게 금지하기보다는 게임을 할 수 있게 하되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맞지 않겠냐고 말을 했다. 우리 또한 게임을 하며 자란 입장에서 남자아이가 영원히 게임을 안 하고 자랄 수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막상 하게 해주려고 하니 그 이후로 게임을 하게 해달란 말이 첫째의 입에서 쏙 들어가버렸다. 아마 게임을 같이 하지 않아도 그 친구들과 조금씩 친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지만 친한 친구들과 더 많이 놀고 싶은데 게임 때문에 못 노니 게임에 대한 불만은 여전히 가득했다.


"도대체 브롤 같은 건 왜 만든 거야! 다 없어졌으면 좋겠어!"


요즘 첫째 입에선 게임이 다 사라졌으면 한다는 말이 수시로 나온다. 그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든다. 교사로서, 그리고 부모로서 내 아이만큼은 길거리에서 핸드폰을 잡고 흐리멍텅한 눈빛으로 게임만 하는 아이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주위의 아이들과 어울리기 위해선 게임을 할 줄 알고 게임에 대해 알아야만 된다. 그래야만 대화가 되니까. 마음 같아선 그런 친구들과 어울릴 필요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고 싶지만, 첫째는 소심한 성격에 비해 친구에 대한 갈망은 큰 편이라 자기에게 다가오는 친구는 게임을 하든, 장난끼가 많든 간에 모두 다 소중하게 여기기에 어울리지 말라고 말하더라도 듣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첫째 주위에 첫째와 비슷한 성향을 지닌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핸드폰 게임을 하지 않고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같은 성별을 지닌 남자아이가 참 드물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래서 나의 고민은 계속 이어진다. 게임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으로 결정내린 첫째를 나 또한 지지하지만, 학교에서 늘 외롭고 심심하다 말하는 첫째를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도와줄 수 있을지. 참 쉽지 않은 문제다. 결국 그 외로움과 심심함을 극복해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첫째이니까.


대화를 나누면서 마음을 공감해주고, 적극적 경청을 하면서 함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가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그리고 첫째에게 단지 친한 친구가 아니라, 정말 게임도 하지 않고 첫째와 의기투합하여 서로 좋은 길로 이끌어줄 수 있을, 그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아이가 언젠가 첫째 앞에 나타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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