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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쌤 Apr 22. 2024

억지로 시킬 필요가 없어요

아이의 호기심과 자발성을 온전하게 보존하는 일의 중요성

첫째는 지난주 처음으로 주산 방과 후 수업에 다녀왔다. 다녀와서는 너무 재미있다며 나한테 가르쳐주겠다고 난리였다. 나는 이런 첫째의 모습을 사랑한다. 뭐든 새로 배우는 걸 정말로 좋아하는 첫째. 이러면 무엇이든 억지로 시킬 필요가 없다는 걸 느낀다. 

요즘 첫째는 방과 후 수업 중에서도 한문에 푹 빠져 있다. 이유인즉슨, 얼른 위에 형들이 하는 수준을 따라잡고 싶다는 것이다. 한자를 익히는 것 자체도 재미있지만 첫째를 움직이는 동력은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인 것 같았다. 그래서 늘 정해진 숙제 분량보다도 더 많이 쓰고 외워간다. 방과 후 선생님이 팔 아프지 않냐고 걱정할 만큼 해가는데, 부모로서 잔소리할 일이 하나도 없다. 자기가 좋아서 스스로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열심히 하긴 하지만 제일 좋은 방과 후 수업은 컴퓨터라고 말한다. 이유는 숙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부모로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호기심과 자발성을 온전하게 보존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아이는 늘 호기심에 가득 차 있고 새로운 걸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시키지 않아도 재미있어 보이면 자발적으로 한다. 그런 호기심과 자발성을 잘 지켜 놓는다면 아이는 잔소리 없이도 자기가 재미있어서 알아서 하게 된다. 거기에 배우는 것이 즐겁다는 걸 어릴 때부터 알 수 있도록 옆에서 부모가 함께 배우고, 배우는 것이 즐겁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준다면 더 좋다. 나는 늘 첫째 옆에서 좀 과하게(?) 반응을 해줬다. 책을 읽을 때도 이런 거 알게 되어서 너무 재밌다고 말하고, 하늘의 별을 볼 때도

"어! 저거 목성이야. 와 진짜 예쁘다! 별 보니까 좋지?"

라고 과하게 리엑션을 해줬다. 그러니 첫째도 자연스럽게 별 보는 걸 좋아하고, 과학을 좋아하고, 수학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아이에게 '공부는 원래 재미없고 힘든 거고 견뎌야 하는 거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면 배움이 재미없는 것이라는 선입견이 생겨버린다. 어른들이 습관적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이젠 너무나 잘 안다. 대신 나는 '새롭게 배우는 건 정말 재미있는 거야. 공부는 재미있는 거야.'라고 말해준다. 실제로 나도 공부를 즐긴다.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닌 나를 위한 공부를 즐기는 것이지만, 부모가 공부를 즐기고 그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준다면 아이는 잔소리가 필요 없는 아이로 자라게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첫째를 키우는 일은 나에게 있어 하나의 실험이자 도전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2023.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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