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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쌤 Apr 29. 2024

분노를 마주하며

분노와 마주하는 힘든 길을 가기 시작하며

이 책은 쉽게 읽혀지지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늘 나에게 먼저 분노하고 첫째에게 분노하는 아내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내의 분노를 마주하며 거기에 분노했던 나를 돌아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분노하며 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아내의 행동에 대해 먼저 분노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와 다른 생각으로 한 말과 행동들이 나에게 피해를 입혀도 분노하진 않았다. 친정 일 때문에 아내를 친정에 보낼 일이 생기면 흔쾌히 보내주고 나 혼자서 육아를 했지만, 비슷한 이유로 내가 본가에 가야 할 일이 생기면 아내는 보내주지 않았을 때에도 나는 분노하진 않았다. 답답하긴 했지만. 그 행동이 나쁜 의도로, 나를 피해입히려고 한 행동이 아님을 믿었기 때문이다. 단지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했을 뿐이었으니까. 그래서 분노하지 않고 존중하고자 했다. 주위 친구들은 분노하면서 나의 입장을 공감해주려고 했지만, 나는 내가 정한 나만의 규칙대로 아내에게 분노하지 않고 아내의 행동을 존중해주었다.


그렇지만 아내가 나에게 분노하는 것만큼은 이상하게도 참을 수 없었다. 사소한 일에도 자기 기분이 나빠졌다며 분노하는 아내의 태도를 그냥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건 나에겐 어려운 일이었다. 화낼 만한 일이 아닌데, 단지 다를 뿐인데 왜 나에게 자꾸 저렇게 이해할 수 없는 화를 내는 걸까. 그런 의문이 분노로 이어졌다. 내 속에서 일어난 분노를 그대로 드러내면서 아내와 충돌했다가 정말 파국에 이를 뻔한 적도 있었다. 그 이후로 나의 분노는 침잠하는 분노가 되었다. 드러내지 않고 안에서 쌓이는 분노. 그리곤 나는 분노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생각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나는 먼저 분노하진 않지만, 상대방의 분노엔 함께 분노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는 데 오래 걸렸고, 또 힘들었다. 아내의 분노를 떠올릴 때마다 힘들었고, 그에 따라오는 나의 분노를 떠올리고 마주할 때마다 흠칫했으며, 아내가 이 책을 읽고 변화를 다짐할 가능성이 0%에 가깝다는 사실이 다시금 떠올라서 또 나를 힘들게 했다. 그렇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불퇴라고 이 책이 화를 내는 아내를 이해하고 나 스스로 위태로운 상황에 덜 처할 수 있도록, 이 책을 읽고 아내를 이해하고자 노력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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