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adame Kyu
Oct 03. 2023
살면서 불러보지 못한 호칭이 있습니다. '오빠'입니다. 내겐 위로 언니가 셋이고, 사촌 오빠들이 있지만 나이 차이가 있어서 쉽게 오빠 소리가 나오지 않고요. 연상의 누군가와 사귈 때도 오빠로 부르지 않고 그의 직함을 불렀습니다. 남편은 한 살 연하라 결혼 이후로는 '오빠'를 불러볼 일이 더욱 없어졌지요. 이토록 내게 낯선 호칭, 좀 불러보고 싶을 때가 있어요. 오빠. 가 주는 어떤 '음가'가 있는 것 같거든요. 오빠라고 부르면 나는 다정한 사람이 된 것 같고, 오빠라 불려지는 사람은 내게 솔직한 사람일 것 같은. 어떤 특별한 관계가 아니더라도, 적어도 이 오빠라 불리는 사람과는 격이 없다는 의미일 테니까요.
좀 편안해지고 싶은 때인가 봅니다. 드라마 [아저씨]에서 지안(아이유)을 편안함에 이르게 하는 호칭이 아저씨였듯이 나는 지금 그녀처럼 조금 고단한 시기를 지나는 중인가 봅니다. 곁에서 살뜰하게 챙겨주는 남편, 친구, 가족들이 있고, 성별이나 나이와 무관하게 그들이 내겐 '오빠'들이 되어줍니다. 서로 어깨동무하며 전진하는 이 귀한 존재들을 나는 끝까지 의리로 지켜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