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좋은사람
예민하면 민폐가 되는 모양입니다.
난 그냥 생긴대로 살았는데, 언제나 꼬리뼈처럼 따라다니는 이상한 충고였습니다.
‘너를 아껴서 하는 말인데....’
‘사회 생활 내가 해봐서 말인데...’
‘너도 좀 다른 사람들처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예민한 동물에 빗대어 놀림거리가 되기도 해요. 가령 개복치 라고나 할까요?
오해 하지 마세요. 딱히 불쾌하진 않아요. 그냥 그런 소리를 들으면 스스로를 찌그러뜨릴 뿐이에요.
조직이 잘 굴러가려면 불편하게 구는 예민함보다는 둥글둥글한 성격이 편할 거라는 걸 잘 알지요.
예민한 저도 예민한 동료나 상사를 대하는 게 편하지는 않거든요.
'예민하다'란 여러가지 비슷한 동지들을 달고 다니는데, 민감하다,섬세하다, 날카롭다 등이 그것입니다.
그래서 예민하기 짝이 없는 나는 섬세하다, 날카롭다라는 얘기도 자주 들어요.
그런 특성으로 일에 탁월한 감각을 갖고 있다는, 네!아주 대단한 칭찬을 받기도 했어요.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것만 보이고, 누군가에게는 반짝거리는 게 보이는.
그 차이는 왜 생기는걸까요?
답은 아주 심플하답니다.
예민함이 불편한 사람은 그가 예민하지 않아서에요.
그래서 예민함의 동지들이 얼마나 훌륭한 동반자인지 알 턱이 없어요.
나의 예민함을 공격하는 사람들은 미안하지만 솔직히 말할래요. 바보 같아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버리는 게 미덕일지는 몰라도,
그렇게 대충 흘려버리면 일에 필요한 디테일을 놓칠 수 있어요.
그렇게 대충 흘려버리면 당신 동료가, 팀원이, 상사가 끙끙 앓고 있는 고민이 뭔지 모를거에요.
그렇게 대충 흘려버리면 당신은 나와 일하는 게 짜릿하지 않을 거에요.
섬세해서 만들어지는 일의 퀄리티.
날카롭기에 집요하게 관찰되는 디테일.
엄청나게 훌륭한 장점이니, 부디, 나의 예민함을 불편하다고 하지 마세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라는 이상한 충고를 그만하세요.
이왕 개복치라는 별명까지 얻었는데 뭐 개복치처럼 구는 건 당연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