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좋은사람
나는 종종 품위라는 단어를 카톡과 같은 개인 소셜의 '현재 상태'를 알릴 때 쓰곤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고운 단어를 특정 누군가 또는 특정 무더기의 사람들을 소위 '돌려까기' 할 때 씁니다. 욕하고 싶은 나의 이런 상태를 오롯이 들키긴 싫고, 적어도 '알고 있다', '참고 있다'는 드러내야 직성이 풀리는 넘치는 에고 탓이겠지요.
대략 표현은 그렇습니다. "타고난 품위", "품위 DNA", "품.위." 등.
단단히 알아듣게끔 정직한 표현을 쓸 수 없는 데는, 일을 못해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아둔함, 이기적인 의도가 있는 욕심, 정말로 예의 없는 버르장머리와 같이 타인들에게서 느낀 온갖 성가심이 무작위로 투영되기 때문입니다. 그들을 한 데 그러모아 품위라는 프레임을 씌워 개과천선을 바라는 마음, 품위란 말로 우회적으로 돌려까기하는 이유라고 해 두렵니다.
품위라는 말을 빌어 비방의 의도를 10자 이내로 표현하는 일, 이보다 더한 창작의 고통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말하건데, 이렇듯 나는 참으로 사소한 데 열중합니다. 사소한 데 집착하느라 알게 모르게 어긋나고 뒤틀어진 사람의 마음을, 의도를 그리고 상황을 그 누구보다도 기민하게 잘 관찰해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쯤되면 셀프디스인지, 자뻑인지 저도 헷갈리기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