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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Kyu Apr 09. 2021

가족의 온도를 셋업

개나리가 흐드러진 북악길을 지나면서, 자동차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봄을 느낀다. 훑었다라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거기다 개나리는 꽃으로도 식물로도 찬찬히 '관찰되지' 못한 체 그저 노란 덩어리로 잔상이 된다. 달달하고 미지근해진 대지는 씨앗을 움트이고, 잠자던 생물들을 깨우느라 한창인데, 아직 우리집은 보일러 온도를 아침 저녁으로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한다.  


보일러 온도. 스치듯 지나는 계절을 의식하게 는 표식같다.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우리집은 아무리 단열 공사에 신경을 썼어도 새나가는 온기들이닥치는 한기를 다스리는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에 사는 것보다는 자연이 주는 극단적 감각, 궁극의 혹한과 혹서를 낄 수 있기에 나는 자연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느낀다. 어쨌든  집에서 다섯번의 겨울을 보내고 다섯번째의 봄을 맞았다. 집안 온도, 13. 남편, 뽈과 토토, 나로 구성된 가족의 온도였다. 보일러 온도를 높혀도 언제나 빼앗기는 온기. 그래서 13도는 우리 가족의 겨울 온도가 되었다. 예쁜 오두막 같은 나의집은  그답게 적당히 느낌적으로 아늑하여, 나는 13도를 원망하지 않는다. 욕지기가 날지언정. 아무튼 우리는 지금  조그만 땅에 새로 집을 지으려고 설계중이다. 아마  집이 완성되면 가족의 온도는 다시 셋업이  것이다.  때가 되면 뽈과 토토가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잠자던 깊은 겨울밤은 추억으로 남겠지. 나와 남편이  집의 11월은    시절 우리가 살던 파리 11월의 스산함보다는 낫다며, 쇼파지 하나로 의지했던  때보다는, 열심히  집을 데피는 보일러가 있어 다행이지 않냐며 나눴던 헛헛한 농담을 추억하겠지.


올해 마지막이 될 겨울을 보내고, 이제 마지막 봄을 맞이할 우리집. 봄이 자리할 준비를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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