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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Kyu Jul 19. 2020

강북패션 1번지

서울은, 지금 살롱

큼지막한 모양새로 집집마다 ‘바보상자’라 불리던 텔레비전. 두뇌의 동작이 멈춰버린 듯 입을 헤벌쭉하고 있는 딸들의 모습에 속이 터진 엄마는 공부하라는 잔소리와 함께 ‘저 놈의 바보박스를 내다버리든가 해야지’라는 무서운 협박을 했다. 뭣이 그렇게 좋았는지 그 때는 텔레비전을  하루종일 끼고 사는 게 소원일 정도였고, 심지어 선전이라고 불리던 광고마저도 재밌었다. (갑자기 털어놓자면 광고회사에 다니고 있는 나는 광고가 싫다. 아마도 광고회사가 싫은지도 모른다. 광고를 하지 않고도 브랜드 가치 천정 부지로 올리는 앨론머스크에게 박수 한보따리 보내는 나...ㅡ.ㅡ)


오늘 불현듯 떠오른 광고는 강남패션 1번지 그랜드 백화점... 나도 모르게 아주 뜬금없이 멜로디가 떠올라 흥얼거리면 주변에 있던 사람들 몇몇이 자동적으로 따라 부르기도 한다. 그 와중에 불현듯 ‘늙은사람?’ 인증 같아서 멋쩍게 웃어버리고, ‘요새것들’은 이런 집단 흥얼거림을 괴상하게 쳐다본다. 자연스레 우리는 옛날사람 vs 요즘사람으로 나뉜다.


강남패션 1번지 그랜드 백화점. 1993년인가보다. 한 때 tv 만 틀면  흘러나오던 강남패션 1번지라는 그곳. 지금은 선릉 근처의 롯데백화점 자리가 강남패션 1번지 그랜드 백화점의 본점이었다고 한다.  여태까지 나는 을지로에 있던 프렝땅 백화점으로 알고 있었다. 지금은 장교빌딩이 된 그곳은 1987년에 문을 열어 1997년에 폐업했다. 내가 버슨 마스텔러를 다닐 때 당시는 2007년 즈음이었는데 회사가 한화빌딩 10층에 있었서, 한화빌딩과 맞닿아 있는 장교빌딩에 자주 드나들곤 했었다. 식당가, 수퍼마켓, 당구장, 헬쓰클럽, 비디오 가게, 양복점 등이 입점되어 있는데, 분위기가 요상하다. 마치 시간이 멈춰져 IMF 직전까지 10여년 동안 호황기를 누렸던 시절도 있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나는 이곳을 드나들던 시절, 예전 백화점이라는 구조적 흔적들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강남패션 1번지 프렝땅 백화점~”을 흥얼거렸다.  물론 잘못된 정보로 각인된 cm 송이고, 심지어 을지로는 강남패션의 1번지일리가 없는데도 말이다.


근처에 대규모 거주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수퍼마켓이나 비디오가게 같이 동네에 있을 법한 소비지점이 도심에 있던 셈이다. 그 때만 해도 생활 소비를 위한 이동 범위가 지금에 비하면 꽤 넓었나보다. 백화점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은 선망성을 줄 만한 시절이긴 했다. 동네에서 소비할 수 있는 생활을 굳이 먼 거리를 감수할 만한 가치가 충분했었다랄까. 이마트가 동네 거점마다 있는 요즘과는 다른 클래스다.


또는 근처 직장 남성이 많은 걸 감안했을 때, 퇴근 후 남자들의 장보기를 마치 도시 라이프스타일의 한 트렌드처럼 만들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진실의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라는 역대급 카피가 등장하는 광고에서도 퇴근길 남편은 누런 종이 봉투에 잔뜩 담긴 식료품을 가슴팍에 안고 콧노래를 부르며 걷는 장면이 나온다. 퇴근 후 장보는 남편의 라이프. 퇴근 시간 무렵 을지로 프렝땅 백화점 주위가 어땠을지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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