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dame Kyu Oct 13. 2019

‘헬로,이마트’-노란색의 리듬

서울은, 지금 살롱


헬로 이마트.

광고주였던 미국인 닉과 나는 제품 론칭 후에 마트 실사를 전국으로 돌았는데, 당시 이마트에서 흘러나오는 ‘헬로 이마트’를 인상깊게 느꼈다. 벌써 4년 전인데 닉이 흉내 내는 한국식 발음의 헬-로-우 이-마-트가 우스꽝스러워서 지금도 이마트에 가면 나도 모르게 흥얼거린다. 현재 나는 추석을 앞두고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링링을 뚫고, 이곳 이마트라는 커다란 노랑의 박스 안으로 숨어들었다. 위험한 바깥 세계와 단절된 체 안전한 노란색이 주는 위안.


식료품 지출이 많은 것을 싫어한다. 제대로 요리란 것에 정성을 들이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집에 떨어지지 않게 두는 품목들은 생수, 쌀, 우유, 주스, 과일 정도랄까. 그래서 일주일 장을 보면 5만 원 선이 대략 정상적이고, 이 선을 넘으면 쓸데없는 과잉으로 느꼈다.


그런데 나는 이마트에 가면 꼭 그 이상의 지출을 한다.

춤추듯 즐거운 과소비

홈플러스는 살던 집 지하에 있어서 이마트를 굳이 갈 일이 없었다. 이후 이사 간 집 근처에는 전통시장이 있고, 동네의 큰 마트가 있어서 홈플러스는 더더군다나 갈 이유가 없었는데, 이마트는 좀 달랐다.

품목이 다양하고, 피코크가 있어서 등의 이유도 있지만, 특별히 이마트를 가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과일의 진열 때문이다. 동네마다 이마트가 조금씩 다를 테지만, 스타필드, 일산, 용산, 건대, 김포, 미아 등을 두루 다녀본 나의 이마트 경험상 과일 진열이 과일을 먹고 싶게 만든다는 게 공통적이다. 나의 개인적인 감상일지도 모르지만 불빛, 천고의 높이, 매대 간 간격 이런 요소들의 하모니 때문인 것 같다. 주로 빨갛고, 노랗고, 오렌지빛의 과일들과 그 너머에 배치된 감자, 고구마, 브로콜리 같은 야채들의 컬러 매치가 마음을 녹인다.


장보는 일을 즐겁게 하는 감성까지, 이것이 이마트의 노력과 의도일 수 있겠지만, 그게 뭐든 이마트에는 확실히 예쁨이 있다. 과일을 예뻐하는 나의 마음에  입 한가득 침을 고이게 만드는 상큼한 미각으로 응답하는.


여기다 노란색으로 넘실대는 이마트는 허기진 식욕을 부추기고, 미래에 허기질 나의 식욕까지 챙겨 장바구니를 가득 채우게 한다. 예쁜 과일들로 인심이 후해진 내가 지갑을 더 열게 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10월 내부순환을 달리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