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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Kyu Oct 13. 2019

10월 내부순환을 달리며

서울은, 지금 살롱

2019년은 유난히 애사가 많은 해였다.

팀원들이, 상사가, 선배가, 친구들이 그들의 조부모를, 아버지를, 어머니를 잃었다. 예견되었던 죽음도, 갑작스러운 죽음도 있었다. 모든 죽음이 남 일 같지 않아 고스란히 섪음으로 남는다. 그런 체로 일상으로 돌아와 삶의 경계에서 멀어진 망자를, 또 그들을 사랑했던 사람들을 위로했다.


그리고 내게, 우리 가족에게 갑작스러운 죽음이 찾아왔다. 예견할 수 없었던 너무나 낯선 이별... 한 인간의 세계가, 우주가 순식간에 끝난다는 게 참으로 가볍고 쉬운 것 같은. 적어도 아주 잠깐의 순간 동안 산다는 게 고작 이까짓 정도 밖에는 아닌가 싶었다. 냉소가 슬픔을 뒤덮을 만큼 어안이 벙벙한 일. 뒤통수를 호되게 후려치고 모든 걸 종결시켜버린 죽음의 냉정한 얼굴을 바로 마주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10월, 어릴적부터 친구였던 어머니의 부고를 들었다. 더블린에서 사는 친구는 그곳에서 어머니 임종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장례미사에서 본 친구는 온몸이 슬픔으로 가득했다...


내게도 언제 닥칠지 모를 이별. 부모님이 없는 세상이 과연 지금과 같은 세상일지. 시커먼 우주 공간에 영겁의 시간을 헤매듯 그리움이, 한스러움이 사는 내내 내 삶 속을 부유할 것 같다.


친구 어머니 장례식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친구의 어머니를 위해 기도를 했다. 몇 달 전 떠난 큰 형부를 위해서도 기도를 했다. 그 와중에 포레의 레퀴엠을 마음속으로 내내 플레이하고 있다. 막히던 길, 내부순환에 들어서자 그나마 시원하게 빠진다. 지나가는 차의 행렬이 모두 내 가슴 속 울려퍼지는 레퀴엠 안에서 경건한 추모의 행렬에 합류한 것 같았다...


+주여, 먼저 떠난 이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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