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맣게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하여.
대화1.
내 친구이자 회사원 A : "어떡해? 너무 짜증나. 그 사람이 말하는 것도 짜증이 나"
나 : "죽고 사는 문제 수준이야? 그럼 심각하지. 근데 그렇지 않으면 신경 쓰지 않는 걸 연습해보자."
대화2.
여행을 돌아와서 몸살이 난 나 : (가족들이 있는 단톡방에서) "목은 쫌 아픈데, 그래도 죽진 않았어."
대화3.
나의 반려인이 될 B : "으이구 피가 날 정도로 긁으면 어떡해."
나 : "아니 몰랐어. 그리고 쬑꿈 난거라고, 그래도 죽진 않잖아!"
주변인들이 떠나서 그런 것인지, 죽음이 무섭고 큰 일이라고 생각해서 일지.
입버릇처럼 "괜찮아요. 죽진 않았잖아요." 라고 말한다.
언젠가부터 예민도가 높은 나의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 중 하나로, 택했다.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괜찮다. 지금 이 문제가 누군가 혹은 내 목숨이 걸린 일인가" 생각하곤 했다.
물론, 뭐든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힘든 일엔 힘들어하고, 좋을 때 웃고, 슬플 때 웃는 것이 좋겠지만 내겐 부작용이 나타나곤 한다.
다양한 상황, 특히 낙폭이 클 수록 더 그렇다.
선택했다. 내가 경험한 가장 힘들었던 일을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나름 효과가 있다. "그럴 수 있다"와 특히 시너지가 높다.
다양한 용처로 쓰일 수 있다.
"그럴 수 있어. 죽진 않았으니까!"
어쩌면 무례하고 폭력적인 말로 들릴 수도 있겠다.
왠만하면 내가 느끼는 감정 혹은 겪은 일에만 쓰려고 하지만,
가끔 이 말은 잠시 떨어져서 내가 마주한 일을 볼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늘 화가 나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면 작은 것 하나에 크게 분노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외치는 주문 같은 말이랄까.
나의 남은 날은 내가 미성숙한 인간임을 계속 이해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조그맣게 받아들이기 위해, 오늘도 노력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