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페이지에 한 줄이 대빵 큰 폰트로 적혀있는 책이지만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묵직한 글모임이다. 엄마와 시부모 등 웃을 일이 많이 줄어드는 노인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님 인간에게 행복이란 무엇입니까? "
현명한 고승에게 누가 물었더니.
"할아버지가 죽고, 그 아들이 죽고, 그다음에 손자가 죽는 거다"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늙음과 죽음도 태어남처럼 순서대로라면 얼마나 예측가능하고 행복할까. 올 때는 순서대로 왔으면서 하늘나라로 갈 때는 순서가 뒤죽박죽인 탓에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은 말도 못 한다. 가는 게 순서가 없다는 건 꽤나 무서운 공포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그러하니 사실 걱정해도 소용없는 확실한 미래다.
죽음에 누구보다 가까워 보이는 노인들의 위트 있는 센류를 모아 만든 이 책은 생각보다 유쾌하다. 말을 걸어주는 것 같은 멋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