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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언니 Apr 10. 2024

꼴린 대로 사는 아들

특별히 뭐가 되지 않아도 되지만...

어제저녁 아들내미에게 잔소리를 퍼부었더니 밤에 나가서 새벽에 돌아왔다. 

아마 PC방에서 밤새 게임을 하다 온 것 같다. 대학 4학년인 아들은 출석만 하면 받아올 성적을 받고 있다. 

학사경고를 한 번 받았으니 다시는 안 받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는 것 같다.  

아들은 게임중독에 빠져 있는 자신을 알고 스스로 반성도 가끔 하긴 하는 데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상담도 가 봤지만 도움이 안 된다. 참다 참다 열불이 난다. 


'난 저 나이 때 안 그랬는데...' 싶은 라테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새벽에 밤새 게임한 놈이 들어오자마자 투표를 하러 가자고 한다. 일상을 개떡같이 지내는 녀석이 투표는 왜 하려는지 참 나 원....   그래도 투표는 하러 가겠다고 의무감을 보이는 것을 묵살할 이유는 없으니 나도 따라나섰다. 게임하고 자느라고 투표의 의무도 못한 어른이 되기는 싫었나 보다. 투표는 금방 끝이 났다. 아들은 집에 돌아와서는 바로 방문을 잠그고 아침도 안 먹고 잠이 들었다. 엄청 졸린 눈으로 기를 쓰고 투표를 하고 곯아떨어졌으니, 겨우겨우 억지로 숙제를 하긴 했으니 이제는 잔다는 태도였다.  


나는 '특별히 뭐가 되지 않아도 되지만...도대체 뭐가 될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열받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니 인생이지 내 인생이냐? 

이미 뱃속에서 꺼낸 후 독립된 몸뚱이가 되었으니 어린이도 아니라며 

지 꼴린 대로 사는 걸 내가 어찌할 수도 없다.  


그래도 참 서운하고 허탈하다. 


'짜아식 좀 더 성실하게 지내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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