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제8차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를 위한 정부 간 위원회'에서 '김장문화'(Kimjang :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가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Representative List of the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Humanity)에 등재 확정되었다. 벌써 11년 전의 일인데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김장 문화가 아닌 '김치'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왔다고 한다. 일본의 기무치처럼 신맛만을 내는 가공식품도 아니고, 발효식품인 김치는 중국의 파오차이(泡菜)와도 확연히 다르다. 파오차이는 한국의 김치와는 다르게 고춧가루나 젓갈, 마늘, 생강 등을 넣지 않고 소금에만 절인 '절인 배추의 단계'만을 말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 엄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기무치' 나 중국의 '파오차이'와 같은 것들의 존재로 인해 전통성 논란과 고유성이 부족하다고 번번이 좌절했다는 썰도 있다.
그러나 원래 '요리'나 ‘음식’ 자체는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에 등재되지 않는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 요리인 가스트로노미(Gastronomy)를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에 올라가 있는 유명한 음식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고, '프랑스식 식사 혹은 프랑스식 음식문화'가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즉 우리가 지켜야 할 문화유산은 단일한 음식, 요리 자체라기보다는 그 요리를 둘러싼 문화 전체라는 거다. 유네스코가 요리자체를 문화유산으로 지정하지 않은 이유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상업적으로 이용되기 쉬울지도 모른다고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김치라는 구체적 요리나 음식이 아니라, 3개월 이상의 긴 겨울을 겪는 환경을 바탕으로 개발되고 공유된 염장식품의 지식, 그리고 이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동체가 이웃과 나누는 정과 태도가 어우러진 ‘김장,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 전체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결정된 것이다.
"김장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며 가족 간 협력 증진에 중요한 기회다. 또한 김장은 한국인들에게 인간이 자연과 어울려 사는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라며 결국 유네스코는 "김장을 통해 이웃 간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며 연대감과 정체성, 소속감을 증대시켰다"라고 등재를 결정했다. 최종 등재 명칭은 '김장, 한국에서의 김치 만들기와 나누기(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라고 한다
2012년의 문화재청 조사를 따르면 한국인의 약 90% 정도가 한국인이 직접 김장을 한다고 발표했지만, 오랫동안 전 국민에게 이어져 내려온 ‘김장’은 핵가족화로 사실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김장을 해서 독에 넣어 땅을 파서 묻어두고 천천히 먹던 것이 의무이던 시절이 아니기 때문이다. 냉장고나 김치냉장고의 보급으로 대대적인 양으로 김장을 하는 집은 줄었다. 공장 김치를 사다 냉장고에 보관해 두며 천천히 먹는 집이 대부분이다. 김장을 한다고 해도 배추 몇 포기 정도이고 그것이 들어갈 정도의 냉장고의 용량에 맞는 양으로 김장을 하기도 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시기에는 여럿이 모여 김장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점점 사라져 가고 있기는 하지만, '김장'이라면 우리에게는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이벤트였다. 김장날이면 가족들이 모두 모여서,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포기김치 양념 속을 만들고 난 후 이것을 섞어 김치를 만들었다. 가정에 따라서는 돼지고기 수육과 막 담근 김치와 막걸리를 여럿이 모여 한 잔 하는 특별한 날로 정하고 김장일을 학수고대하기도 했다.
이천 년대 초반만 해도 이렇게 가족이 모두 모여서 김장을 하는 일은 낯설지 않았다. 김장을 위해 날 잡아서 고향에 내려가는 건 당연하게 생각하는 며느리나 딸도 많았다. 자녀와 가족이 많으면 100통 이상의 김치를 담그는 집도 많았다. 김장을 다 한 후 각자 겨울에 가족이 먹을 분량만큼 김치를 챙겨서 차에 싣고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김장을 둘러싼 고부갈등 스토리, 각종 시민단체에서는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줄 김장을 같이 하자고 자원봉사자들을 모으기도 했다. 또 겨울이 되면 '김장 언제 할 건지? 김장은 했는지? 얼마나 들었는지?' 등을 물어보는 게 통상 인사였다. 겨울만 되면 올해의 배춧값과 고춧가루 값에 대해서 뉴스가 보도를 했고, 기상청은 올해의 김장시기를 대략 알려주기도 했다.
김장은 겨울철을 대비해야 하는 기후환경에 적응하면 개발된 한국인들만의 나눔과 공동체 문화를 상징이기 때문에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된 것이다. 겨울이 오기 전에 겨울 내내 먹을 김치를 다 함께 담그는 문화는 우리 공동체의 생생한 삶의 모습이었다.
참고사이트 https://heritage.unesc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