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자유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빽언니 Oct 24. 2024

아파트를 아파트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다

로제의 APT 덕분에...

https://www.youtube.com/shorts/TrhIr858EJo


로제와 부르노 마스의 신곡 'APT'가 전 세계 팝시장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많이 들어본 듯한 멜로디는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경쾌하고 익숙한 리듬이 오히려 새롭지 않아서 안심이 되는 느낌까지도 준다. 

이젠 술도 다 끊었고 한국에서도 안 살기 때문에, 나는 진짜 술자리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저 손게임을 하면서 '아파트 아파트'라고 외치면서 실제로 하는 줄도 모르겠다. 근데 더 웃기는 건 '아파트'라는 말이다. 


이 노래가 세계적으로 젊은이들에게 알려지면서 우리는 '아파트를 아파트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속이 다 시원하다. 

'이제 아파트를 아파트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다'  


한국에서 '아파트'라고 부르는 건 고층으로 지어진 공동주택이다. 

몇십 년 전에 지어져서 엘리베이터가 없는 재건축을 바라보는 것들 빼고는 거의 다 승강기가 있는 아파트를 우리는 아파트라고 부르지만, 정작외국에 나가면 이런 형태의 주거공간을 '아파트'라고 부르는 나라는 없다. 


일본어에도 '아파또'가 있지만 그건 우리나라로 치면 연립주택이나 빌라의 형태이고 비교적 낡고 저렴한 주거지를 뜻한다. 한국에서 말하는 값이 좀 나가는 고층주택 아파트는 일본에서는 "맨션"이라고 부른다. 정반대로 한국에서는 일본인들이 말하는 저렴하고 낡은 집 벽에 보통 "맨션"이라는 글자가 쓰여있다. 아이러니하다. 


중국에서는 모든 외래어가 한자어로 둔갑하지만,  한국에서 아파트라고 칭하는 걸 아파트에 가까운 발음조차 하지 않고 "상품방"이라고 부른다. 직역하자면 상품가치가 있어서 사고팔고가 가능하고 현금화가 빠르다는 의미가 그대로 들어있고 실제로도 그렇다. 한국에서처럼 상품방을 사는 일에 목을 맨다. 


서구 사회에서도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우리의 '아파트'모습을 한 집을 아파트라고 부르지는 않는 것으로 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kr2nIex040

ROSÉ & Bruno Mars - APT. (Official Music Video)

한강의 소설을 번역한 외국어판에서는 소주가 그냥 소주라고 나온다. 번역가도 그냥 그대로 번역했다고 하던데  요즘은 한국의 것들이 세계의 것들이 되어 가고 있다. 


이제 "아파트는 한국에서 뭐다? 어떤 의미인가?"를 말하기 시작하는 외국미디어의 설레발이 시작될 것이다.  한국사람들은 맑은 화학약품같은 증류주를 소주라고 부르고, 저렇게 하얀색 곡주를 막걸리라고 부르고, 높은 고층 주거주택을 아파트라고 부른다는 걸 이제 세계사람들이 공부하기 시작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들이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어 간다는 걸 보는 건 꽤나 신이 난다.  그야말로 컨텐츠 왕국이다 ㅎㅎ


그래도 나에게는 여전히 윤수일 오빠의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로 시작하는 

오래된 아파트가 내 마음속 최고의 아파트다 


매거진의 이전글 김치가 아니고 '김장'이 문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