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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llochen Jan 30. 2024

새로 사귄 친구에게 본 또 다른 세상

11살 딸 이야기입니다.

딸 나리는 작년 독일초등학교를  4학년에 졸업하고,  7월에 김나지움(한국에서는 중학교 정도)에 입학했다.

독일은 한 반에 25명 정도 학생들이 있고, 5명에서 7명 정도만 담임 선생님의 추천으로 인문계 학교로 간다. (부모가 추천서 없이도 아이를 김나지움에 보낼 수도 있는데 그러면 대부분 아이들은 학업을 따라가질 못한다고 한다.) 물론 상업계 학교를 간다고 해도 차후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대학에 갈 수 있다고 한다.


새로 간 학교에는 다른 동네에서 온 아이들도 많은데, 나리는 옆동네 친구 엠마를 사귀었고, 둘은 많이 친해졌다.


"엄마, 엠마네 부모님은 거실 소파에서 잔데~"


알고 보니, 엠마네 집은 부모님, 아이들 5명, 개, 고양이 두 마리, 물고기, 기니피그, 앵무새까지 대가족인데 집은 작아서 부모님은 거실에서 잔다고 한다.


지금까지 나리의 동네 친구들은 전부 하우스에 살고, 잔디가 있고, 집집마다 트램펄린이나, 수영장 등이 있어 종종 아이는 불평을 토로했었다. "왜 우리 집은 그런 게 없어?"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 이미 우리 집은 트램펄린을 두 번이나 샀었고, 산 후에는 아이들이 잘 쓰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무조건 패스!


이 친구는 작은 아파트에 사는데, 오빠 방을 지나 커튼으로 막아진 곳을 가야 자기 방, 집에서는 주로 냉동피자(3~4천 원)등을 먹고, 방학 때는 집에서만 지낸다고 들었다.


내가 이 친구를 보며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여름에 본 이 아이의 신발과 바지가 겨울에도 같다는 것이다. 11살 아이의 신발사이즈는 내 신발 사이즈만 해 보였다..


하루는 남편이 슈퍼마켓에서 장 보다가 근처 옷가게가 세일을 하길래 아이들 옷을 사 왔다며 보여줬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리는 엠마와 방에서 나오더니 (우리 집 놀러 온 날) "엄마! 그 옷가게가 아직도 세일하면 우리 쇼핑해도 돼?" 물었고, 남편과 나는 그래. 그러자 하며 아이들에게 2가지만 사라고 했다. 그리하여 엠마는 바지 두 벌을 골랐고, 남편이 " 그거 맘에 드니?" 물어보자, 아이는 "응. 근데 이거 너무너무 비싸.."라고 대답했다. 가격은 12유로.

남편은 아이에게 "지난 생일선물로 주는 거니까 부모님께 잘 말씀드리렴" 하고 옷을 사주었다.


 2만 원이 안 되는 바지가 너무 비싼 아이.

학교에서 잠옷파티를 한다고 하는데 잠옷이 없어서 못 간다고 하고, 방학 때 여름캠프 같이 가자고 나리가 제안했는데 회비를 묻더니 못 간다고 하고, 아이스스케이트장  한 번도 못 가봤다고 가보고 싶다고 했단다.


엄마로서 솔직히 이 가정이 좀 이해가 안 되기도 한다. 각자 사정이야 있겠지만, 그래도 자녀보조금도 있는데..

독일정부는 자녀 1일 당 25만 원씩 20살까지 주는데, 아이에게 바지 2벌로 1년을 보내게 하다니 너무한 것 아닌가 싶다.


남편은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나리야, 엠마랑 둘이 같이 파자마 사는 건 어때? 내가 여름캠핑비용 엠마것도 내줄 수 있어. 아이스 스케이트장 언제 다 같이 갈까? 하며 안타까워했다.


나는 엠마가 우리 집 올 때마다 이 아이를 내 차로 늘 데려다주고, 우리 집에서 잠도 꽤나 여러 번 잤는데, 그 부모에게서는 단 한통의 연락도 못 받았다. 아이를 참 독립적으로 키우네..


한 번은 딸아이에게 전화를 받았다. 버스가 안 온다고 데리러 와달라 해서 픽업 갔는데, 아이는 차에 타자마자,


"엄마, 오늘은 좀 불편한 하루였어!"라고 말했다.


"엠마가 교실에서 하루종일 나를 쳐다보면서 '나 집에 어떻게 가지?'를 계속 물어보는 거야. 오늘 방과 후 학습 후, 버스가 오려면 많이 기다려야 하는데  나만 보고 계속 버스 없어서 어떡하지? 하더니 나중에는 너네 엄마한테 나 태워달라고 하면 안 돼? 묻길래 오늘은 안된다고 했어. 그랬더니 왜 안된냐고, 무슨 약속 있길래 안되냐고 다그치는 거야. 오늘은 엠마가 나를  좀 불편하게 했어"


"엠마 엄마는 가정주부고, 아빠 차 있다며? 픽업해 달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응, 엠마 아빠차가 고장 나서 10km 이상은 못 간데.."


"흠.. 그건 엠마가 부모님과 상의할 일인 것 같은데.. 너에게 부담 주는 건 아닌 것 같다."


나는 안다.

엠마도 부모님에게는 대안이 안 나오니 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나리에게 부담을 준 거고, 내가 여러 번 태워줬으니 별 거 아닌 걸로 생각하고 물어봤겠지.


나리는 물었다.

"엄마, 근데 엠마네 부모님은 아이를 왜 그렇게 키우는 거야?" 나리가 느끼기에도 엠마의 상황이 이해하기 어려운 가보다.


"부모가 된다는 건 아이를 20년 이상 키워야 하는 건데, 키운다는 건 밥만 준다는 건 아니거든. 사랑도 주고, 경험도 쌓게 해 주고, 책임감도, 운동도 가르치고, 여행도 하면서 다양한 것도 보고.. 근데 그게 준비가 안되었을 때 부모가 되는 수도 있어. 그럼 상황이 어려워지는 거지. 그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 아이도 같은 상황이 되는 거고."


나리는 말이 없이 창 밖을 쳐다봤다.

그러더니..


"그럼 왜 다섯이나 낳았을까?"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도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우리가 엠마를  어디까지 도와주는 게 맞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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