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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llochen Feb 01. 2024

독일에서 나는 아직도 구직 중

아무도 날 원하지 않는 이 상황!!

아침에 일어나 아침준비하고, 도시락 3개 싸고, 7시에 식구들 다 나가고 나면 난 자유의 몸이다.


그때부터 남편이 만들어 놓은 차 한잔 마시면서 인터넷 좀 하며 시간낭비 하다가 오전 독일어 공부를 시작한다.

손으로 글자를 쓰는게 나는 왜 재미있을까?

유튜브에서 보는 글들을 하나씩 쓰고 모르는 부분 해석해 보고, 그래도 이해 안 가면 남편 올 때 물어보고, 소리 내어 읽어본다.

내가 저 글을 이해하다니, 나도 내 머리도 성장은 하는구나!


문득문득 생각해 본다.


나이 43살, 독일어 2년 차

뇌는 점점 느려지고, 3번째 언어의 벽은 높기만 하고..

내가 도시에 살아서 영어를 사용하면 좀 더 취업이 일찍 되지 않았을까?

그러면 이사를 다시 가볼까?

아이들 학교에 다 적응한 마당에 도시는 무슨..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나라를 옮겨 다니는 통에 "이사" 소리만 나와도 고개를 절레절레한다.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또 그 덕에 한국어, 영어, 독일어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덜 미안해하자)


내가 표준 독일어를 공부하는데, 이 사람들이 쓰는 사투리를 나는 언젠가는 이해할 수 있을까?


작년 중반에 독일어 B1 자격증을 따고 나는 어떤 직업을 할지 많이 고민해 봤다.

남편말로는 내가 운동 좋아하니, 헬스장에서 일하거나

인테리어 꾸미는 거 좋아하니 인테리어 가구점, 아니면 슈퍼마켓에서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했다.

(그는 가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것 같다.)


슈퍼마켓은 우선 보류하고 싶다고 했다. 거기까진 가고 싶지 않았다. 그게 뭐라고, 내가 뭐라고..


그러나 이력서를 엄청나게 보내놓고 엄청나게 까이고 나니, 아.. 무조건 나를 고용해 주는 곳에서만 내가 일을 할 수 있구나. 를 느꼈다.



국제커플은 누군가가 커리어, 가족, 인간관계를 포기해야 하는 관계인 듯하다. 물론 학업으로 유학 와서 이 관계가  시작되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나처럼 나이 들어오면 직장 잡기가 너무 어렵다. 아니면 한국에서 만나 남자 모국으로 이사 오면 여자 쪽이 너무 손해다. 다들 그러지 말기를... 한국에서 커리어 버리지 말고 쭉 버티세요!!


그럼 나는 왜 이 길을 택했을까..


나는 10년 차 전업주부

일단 나는 커리어가 더 이상 없는 경단녀이기에 가능했다. 물론 지금 남편 만나기 전에 한국에서 나는 영어학원에서 근무했지만, 그 월급으로는 입에 풀칠할 정도였다. 당연히 나는 유학파도 뭣도 아니기에 월급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 교육문제

아이들은 필리핀에서 국제학교를 3년 정도 다니다 한국에 들어왔다. 그때가 큰 아이 초5. 교육비는 늘어나고 고3까지 이 교육비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물론 전남편이 양육비를 보낸다), 아이들이 버틸 수 있을까.. 를 고민했다.


남편과의 관계

남자친구였던 이 남자가 이제 한국 자동차회사와의 계약이 끝나고, 한국에서 계속 머물려던 계획이 점점 틀어졌다. 코로나 창궐하던 시기에 그 어느 회사도 새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없었다. 그는 독일로 돌아가야 했다.


나의 가정사

나는 한국에 있을 때 아이 둘 있는 이혼녀였지만,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가 없었다. 지금의 남편만이 나를 도와주고 아이들을 챙겨줬다. 엄마아빠는 내가 그들의 집, 또는 운영하는 매장에 갈 때만 볼 수 있었다. 그렇지. 그들이 내 아이들을 돌봐 줄 의무는 없지. 그래서 한국에 있어도, 해외에 있어도 나에게는 별 반 차이가 없다.


독일정착

그래서 취업은?


독일 시골마을 사는 '이 한국사람' 에게 취업이란 어렵다. 남편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했다.


공장도 다닐 수 있겠지. 3교대를 해야 한다. 하지만 독일 학교는 1시 전에 끝난다. 애들이 집에 있을 때, 엄마가 있어야 집이 돌아간다. ( 이 휴대폰과의 끊임없는 전쟁!)


레스토랑에서 웨이트리스? 주말에  남편 혼자 애들을 봐야 하고, 가족시간을 가질 수 없다.


대학교를 다닐까? 남편과 상의도 해봤지만, 대학교 4년, 애들 케어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47살에 졸업?

내가 엄청나게 학구열이 높은가? 아니다! 그럼 땡!


일단 스타트만 끊으면 될 것 같은데..

그래서 나는 어제도 나를 퇴짜 놓은 신발가게에 다시 이력서를 넣었다. 사람 구하기 힘들다며 나는 왜 안 뽑는 건데?

(독일에서 일 한 경력이 없어서.. 독일어 잘 못하는 거 눈에 보여서?) 슈퍼마켓에서 일할 준비도 되었다. 이제는 "시켜만 주세요" 모드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해 보자.


앞집과 나무. 나무가 너무 커도 안좋구나. 항상 어두운 집.


밭이 넓다. 그렇다. 나는 시골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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