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 직접 운영하는 고급 신발가게인데 매장도 굉장히 크고, 장인이 직접 발 아픈 사람들이나, 특수한 신발이 필요한 경우 여기에서 신발을 고칠 수도 있다.
오너의 이름은 Tanja Mutter.
어머, 성이 엄마네.
"탄야 어머니"가 이름인 거고
그녀의 명함에는
"Orthopädieschuhmachermeisterin"이라고 적혀있다.
정형외과? 의료형 신발장인?
역시 독일어는 참 길다. 하하.
그녀와 다른 한 나이 지긋한 남자분 이렇게 두 분과 인터뷰를 했는데, 처음 시작할 때부터 오너가
"혹시 내 말이 이해되지 않을 때 말해줘요. 다시 설명해 줄게요" 라며 친절하게 말해줬다.
이런 따뜻함이란...
나의 첫 번째 면접이 생각난다.
그지 같은 독일 놈들..
노인복지 회관? 실버타운 같은 곳이었는데 건물 안에는 식당도 있고, 어르신들 식사 챙겨드리고 하는 곳이다.
그들은 나에게는 관심도 없었고, 앉아마자
"일자리 남은 건 어르신들 집에 가서 청소하는 거예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독일어로 나에게 총질하는 듯한 느낌의 빠름으로 뭐라고 쏘아대는데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아.. 저는 독일어로 동료들과 일하면서 언어를 더 배우고 싶고, 집에서는 또 엄마여서 빨래, 청소보다는 다른 일 을 하고 싶은데, 혹시 다른 포지션은 없나요?"
물으니 "아니, 이력서 보니 뱅커였네. 그럼 은행 가서 일하던가!"
이 지랄하고는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날 나의 기분은 너무 비참했고, 이 사람들이 너무 싫었고, 독일이 싫어졌고, 저 새끼한테 한마디 쏴주고 싶은데 "네가 은행장이냐? 네가 뭔데 거기서 일하라 말해!"라고 영어로라도 쏴줬어야 하나. 침대에서까지 잠을 이룰 수 없는 날을 만들어 준 놈이었다. 근데 나는 작은 마을에 사니 내가 그렇게 쏘아대고 나오면 내가 사는 이 마을에 저 늙은이가 나에 대해 나쁘게 소문낼 거고, 내가 좋아하는 시부모님에게 불편한 상황이 생길까 이런저런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조용히 나왔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놈에게 확 쏴주고 나올걸.
시부모님은 그 늙은이보다 나를 더 믿어줄 텐데..
어쨌든,
이런 경험이 있던 나에게 그녀의 따뜻한 한마디가 마음을 녹였고, 어떻게 독일에 오게 되었는지, 아이들은 어디 학교를 다니는지, 독일어 배우는 건 아이들에게 어떤지 , 한마디로 나라는 사람에게 관심을 보였고, 면접 분위기는 너무 좋았다.
오너 옆 아저씨가 물었다
알레르기 있어요?
나는 어리둥절..
"네. 멜론에 알레르기 있어요.( 왜 이걸 묻지??)"
아저씨가. "멜론? 그게 뭐예요? "
나 " 아! 멜로네 gegen Melone" 하니,
아저씨 "아! 혹시 메탈이나, 털 이런 종류에 알레르기를 물어본 거예요. 신발에 많이 쓰이거든요"
나 "아!! 아뇨. 전혀 없어요. 고양이 털에는 알레르기 있는데.."
아저씨 " 아! 고양이털. 신발에는 고양이 털을 잘 안 쓰죠."
나 " 네. 그래서 문제없어요" 하며 다들 깔깔깔 웃었다.
면접은 잘 봤고, 즐거웠다. 다만, 오후에 일 해야 하고 토요일에도 무조건 일해야 하는 조건이 붙긴 했다.
아. 토요일까지..
그지. 쇼핑은 토요일이지!!
남편이 말하길,
나는 내가 면접 볼 때는 긴장되지 않거든. 근데 이번에 니기 면접볼 때는 너무 긴장되더라. 너에게 또 속상한 일이 생기면 어쩌나, 사람들이 차가우면 어쩌나 했는데, 오늘 인터뷰 얘기 들으니 너무 다행이야. 네가 이 일을 원한다면 내가 열심히 서포트할게.
이렇게 1차 면접은 일단락되었다.
아이들 스케줄, 남편 퇴근 스케줄 조정해서 오너에게 몇 시까지 일 할 수 있는지 메일을 보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