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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llochen Apr 24. 2024

나의 생일, 아담하고 조용하게

하지만 생일카드는 꼭 줬으면 좋겠어!

44살


너무나 먼 이야기 일 줄 알았는데 내 나이가 44 라니..

22살 생일이 엊그제 같았다고 하면 너무 억지일까?


편은 눈 뜨자마자 생일 축하한다며 꼭 안아준다.

"Alles gute zum Geburtztag!"


아이들도 하나 둘 일어나 주방에 있는 나에게로 오더니 꼭~ 안아주며 "엄마 생일 축하해!"


따뜻한 아침이다.

평화롭고, 온화한 이 아침 분위가 너무 좋다.

난 이것만으로도 행복했지만,


시어머니, 시아버지도 꼭 안아주시면서 생일축하한다며 용돈도 주셨다. 아싸!!


그리고 오후에는 내 인생 처음으로 화상 영어 인터뷰를 다.

내가..영어로..이 독일에서  인터뷰를 보다니..

(독일시골마을이라 영어 쓰는 사람이 없다...)

너무 떨리면서도 간절한 마음이었고, (이 기회를 놓치면 무조건 난 독일어로만 취업해야 하는 부담감!) 사실 내 영어 실력도 걱정되었다.


면접 전,


"남편. 니 생각엔 내 영어실력으로 면접을 잘 볼 수 있을 것 같아?"


"응! 너 지금도 영어하고 있잖아 그리고 우리 요즘 매일 덱스터 보고, 듣고 하니  넌 분명히 잘할 거야!"

(덱스터는 사이코패스로 태어나 '형사'인 양아빠에게 길러져 나쁜 사람들만 죽이는 스토리의 시리즈. 피가 많이 나오지만 나쁜 놈들 죽이는 거니까 속이 시원하다.)


"그지, 거기선 맨날  motherfucker 이런거 말하지. 그래서 난 그 말은 참 잘할 수 있는데 말이지.."


남편이 옆에서 빵 터졌다.


다행히 인터뷰는 1시간 동안 잘했고 결과는 뭐..

그래도 날 고용하고 싶다고 말해주어서 자신감이 급 뿜뿜!


이후 아이들과 남편에게 생일 카드를 받고, 시부모님과 같이

케이크도 먹고 선물도 받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생일카드!!

14살 아들의 카드! 디테일이 훌륭하다.

아들에게 지나가는 말로 "아.. 주름 봐.. 나  늙어 보이네"  했었는데, 아들은 나에게  '여전히 예쁜, 늙지 않는 엄마' 라며 100년 살면서도 병들지 않는 랍스터를 그려주었다.

이렇게 깊은 의미가!!


11살 딸이 그려준 카드


딸은 토끼를 그려주었다. 오른쪽 토끼는 보송보송한 느낌, 초롱한 눈망울까지 정말 너무 잘 그렸다. Super!!


남편의 스케치! 실력이 나날이 는다.

남편은 자기가 이 식구 중에 제일 그림솜씨가 없다고 하더니 한 해 두 해 갈수록 실력이 좋아진다.

내가 좋아하는 폭스바겐 불리를 그려준 남편.

그리고 의미 있는 카드 내용.


평소에 우리부부는 주로  아이들 이야기, 해야 할 일정들, 한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보니 진지하게 우리의 관계, 삶에 대해서는 대화할 틈이 는데 이렇게 가끔이나마 카드로 그의 마음을 알 수 있어서 참 좋다.


" Yes, we are getting a little bit older, but we also get better "


마음에 와닿았던 그의 문구.


베이커리에서 산 조각 케잌들

독일은 생일이면 그의 파트너가 집에서 케잌을 굽는 게 국룰인데, 이번에는 남편이 무릎수술하고 집에서 회복 중이어서 그냥 사 먹는 걸로 합의 봤다.


케잌은  사 먹는 게 좋은,  난  그저 한국여자!

올해의 독일 케잌 1조각 가격은 한국과 비슷하다. 한국 케잌 가격현재는  더 비싸졌겠지만...

(조각케잌으로 산 이유는, 통 케잌을 사려면 사전 예약을 해야 해서라고 그리고 저 통케잌을 사면 처치불가.. 너무 크다. 우리가 아는 그 빵집 사이즈가 아니닷!)

가격은 비슷할지 몰라도 사이즈는 3배는 더 큰 독일 케잌.

높고, 크다!!

맛있게 배불리 먹고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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