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속 감정_안타까움
직장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감정들을 다루는 우연한 계기
직장생활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안타까움은 ‘현타(현실 자각 타임)’라는 유익한 신호이다.
‘안타깝다’의 사전적 의미는 ‘뜻대로 되지 아니하거나 보기에 딱하여 가슴 아프고 답답하다’인데, 직장생활에서 느끼는 안타까움은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부서가 간절히 바라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주로 나타난다. 이때 단순히 안타까운 마음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망하고 좌절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안타까움이라는 감정을 슬기롭게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편 동료의 불운한 사정을 접하면서 느끼는 동료애로서의 안타까움도 종종 일어나는데, 쉽사리 돕겠다고 나서기가 쉽지 않거나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할 때 우리는 표현하기조차 애매한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 자신이 목표했던 지점에 미처 도달하지 못한 안타까움은 오히려 유의미한 재도전의 동기를 부여하여 끝내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크나큰 동력이 될 수도 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처럼 분명 안타까움을 느끼는 그 순간은 더없이 아프지만 이겨내어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심기일전하는 모멘텀으로 삼는다면 자신을 한층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한동안 느낄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은 당사자가 아니면 제대로 헤아리기 쉽지 않다.
아마도 직장생활에서 많은 사람들이 드러내지는 않더라도 지니고 있는 욕망은 ‘승진’과 ‘연봉’일 텐데…….
입사 3년차인 마케팅팀 송 주임은 고민이 한 가지 있다. 마케팅팀 입사 동기 4명 중 자신만 이번 정기승진에서 제외되어 동기들에게 ‘대리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오후 5시에 승진자 명단이 발표되었는데 대리로 승진한 동기들은 아무런 내색 없이 모니터만 응시하고 있고, 일부 선임들은 송 주임의 마음은 아랑곳없이 이리저리 다니며 축하인사를 건넨다. 이 순간 송 주임은 남모를 갈등이 시작된다. 응당 승진한 동기들을 찾아가 축하해주어야 하는데, 당최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퇴근 시간이 되자 부서들마다 시끌벅적하다. 승진자들에게 한턱 쏘라는 소리, 한쪽에서는 이번 승진인사에 대해 평가하는 소리, 송 주임과 같이 승진에서 탈락한 이들의 각기 다른 반응들까지 이곳도 여느 회사와 다르지 않다. 송 주임은 불편한 상황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하다. 아무렇지 않은 듯 영혼 없는 미소를 띠며 평소처럼 퇴근을 해야 할지, 미처 전하지 못한 축하인사라도 간단히 하고 퇴근을 해야 할지 난감하다. 승진 시즌이 되면 이렇듯 말 그대로 감정의 도가니탕(?)이 된다.
“진 대리님!! ㅋㅋ”
“아이구, 송 주임 왜 그래. 민망하게.”
“뭐가 민망해. 열심히 하더니 대리된 거 축하해.”
“아이, 참……. 몰라, 몰라.”
“추 대리님도, 마 대리님도 축하요!!”
“응, 응…….”
내키지 않는, 어쩌면 조금 서운했던 그 상황을 뒤로 하고 송 주임은 퇴근길에 나선다. 홀로 거리를 걷는 내내, 전철을 기다리는 내내, 빽빽한 전철 안 소음에도 내일이면 기억조차 나지 않을 오만 가지 생각으로 감정이 뒤엉킨다. 집에 들어와 늘 하던 대로 씻고, 저녁을 먹고서는 방에 들어온다. 마치 절규라도 하듯 씻고 또 씻었건만 안타까운 지금의 감정을 씻어내지는 못한 듯하다. 짜증스러울 만큼 승진의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다.
‘왜 나는 승진을 못한 걸까.’
‘내가 왜 동기들보다 저평가되었던 걸까.’
지금 이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노로 가득한 송 주임의 모습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사실 누구나 자신에게만큼은 관대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쉽게 납득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들의 삶이 그러하듯 이 또한 하나의 과정이다. 늘 승승장구만 할 수는 없다. 안타까울수록 지금 자신을 돌아보며 성찰하며,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극복하고 다시 한 번 도전하는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어쩌면 우리 삶에서 안타까움은 필연일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안타까움을 매번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성장의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 안타까움이 종종 패배의식과 좌절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분명 조금은 나태해진 나 자신을 일깨우는 경종이 되기도 한다. 또한 기대가 큰 만큼 돌아오는 안타까움도 큰 법이다. 누구나 자기가 한 만큼만을 결과로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조금이라도 더 크고 많은 결실을 얻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인간인 이상 당연한 것이다.
우리가 맞이하는 안타까움이라는 감정은 소위 ‘현타(현실 자각 타임)’라는 유익한 신호라고 받아들이자. 지나간 자신을 돌아보고, 결과를 통해 겸손을 배우며, 지금의 부족함을 인정하되 자신감은 놓지 않는 다부진 다짐의 시간으로 극복해보자.
직장생활에서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는 원인이 비단 승진만은 아니다. 업무분장에 대한 불만, 동료들과의 불편한 관계, 워라밸의 무너짐, 승진과 같은 보상이나 인정에서의 소외 등도 안타까움이라는 감정을 야기하는 원인들이다.
대부분의 감정들이 그러하지만 혼자만의 힘으로 극복하기보다는 직장생활 속 사건과 사람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주변 동료들과의 관계를 통해 해결해나간다면 극복의 시간은 줄이고,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 혹시 당신이 안타까운 감정을 발전적으로 극복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 공감과 위로가 필요했을 송 주임을 도와줄 수 있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