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사전 정보는 구매자 평점이 높은 책이라는 정도. 추천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책을 덮으며 명저라 해도 개인의 경험에 따라 감동이 없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저자는 ‘창조성을 회복하자’고 말하고 있으나, 종교적인 색채를빼면 이 책은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한 조언을 모아 놓은 자기 계발서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아티스트 웨이의 핵심은 창조성을 발견하기 위한 도구인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를 꾸준하게 실천하는 것이다. 모닝 페이지는 매일 아침마다 의식의 흐름을 세 장의 종이에 적어 내려가며 내재된 창조성을 찾는 행동이고, 아티스트 데이트는 매주 시간을 내서 두 시간 동안 기분 전환을 하며 예술적 두뇌를 자극하는 활동이다.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행동은 습관으로 이어지고 습관은 인생을 만든다는 격언이 있듯이, 글로써 감정을 해소하고 예술적인 영감을 채우는 일을 오랜 시간 규칙적으로 한다면 누구든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창의성이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기본이 되는 두 가지 도구를 설명한 후 12주 동안의 과제가 주어진다. 첫 주는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안정감과 희망을 느끼려고 노력하기, 두 번째 주는 창조성을 가로막는 친구들을 멀리하며 창조성을 지키려고 노력하기. 수치심과 비판을 이겨내는 노력, 좋고 싫음을 있는 대로 표현하는 연습, 나를 위해 작은 사치를 부리는 행동, 창조성이 말라버리는 시기를 극복하는 연습… 12주에 걸쳐 매주 하나씩 실천하도록 과제를 부여한다. 이 책의 가치는 워크시트를 작성하고 점검하며 스스로를 코칭하는 과정에 있다. 이 활동을 건너뛰며 저자의 메시지를 글로만 흡수한다면 인생의 극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아티스트 웨이를 읽고 치유의 힘을 체험한 사람들의 수많은 호평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불편했던 이유가 있다. 나는 ‘창조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책의 전제에 동의하지 못하고 책을 읽었다. 넓은 의미에서는 모든 사람이 예술가라고 할 수 있지만 직장인, 주부, 학생, 평범한 사람에게 저자가 말하는 예술가적 창조성과 영감이 어느 때에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에 더하여 창조주의 기운을 느껴보라는 저자의 기독교적 설득에도 거부감이 들었다. 어쩌면 오랜 노력의 결과일 수도 있고 어쩌면 우연일 수도 있는 사실을 '창조주가 필요로 하는 것을 주셨다'는 동시성으로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동의하기에는 마음에 안 들고 동의하지 않으려니 내가 속물이 된 듯한 기분이 들어 머릿속이 복잡했다.
책 속의 추상적인 소제목들은 종종 챕터의 내용과 연결하기 어려웠다. 주제를 벗어나는 군더더기가 많아 도대체 이 장에서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해석하느라 에너지가 소모됐다. ‘창조성의 유턴’, ‘정신적인 상어’ 같은 한 번에 이해할 수 없는 표현은 저자가 선택한 심미적 표현인지 번역이 미숙한 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런 가운데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에피소드와 조언들이 이 책을 꾹 참고 끝까지 읽게 만들어 주었다. 예술가임에도 가끔 형편없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창조성 자체를 보상한다는 내용은 책을 읽은 후에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시장의 평가에서 벗어나 행동하는 것은 아티스트로서의 권리이고 자기 존중이라는 저자의 말에 당당함과 자존심이 드러난다. 가끔 TV나 뉴스에서 보았던 예술가나 연예인들의 예측할 수 없는 돌발 행동 또한 창조성을 지키고 무기력을 탈피하기 위한 자기 보상이었던 것일까.일로써 일을 하지 않는 해방감이 예술가를 숨 쉬게 하고 새로운 창의성을 만드는 동력이 되는가 보다.
10년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스테디셀러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나의 부족한 독서력 때문은 아닌지 질문을 던져 본다. 12주나 되는 과제를 제대로 하나 수행해 보지도 않고 트집을 잡기가 떳떳하지 않다는 생각도 해 본다. 이 책에 열광하는 사람 기대하는 사람이 많은 희망찬 분위기에 나 혼자 심드렁한 것이 왠지 부자연스러워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닌지 자꾸 검열을 하는 상황이 우습다.
미라클 모닝, 습관의 힘, 1만 시간의 법칙 같은 자기 계발서 라인업에 창조성 회복이라는 또 하나의 테마가 있음을 알았다. 창조성 회복의 의미가 100% 와 닿지 않는 지금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 이 책을 소개한다면 ‘자신감과 긍정성 회복을 위한 기독교적 워크숍 도서’라고 말해줄 수 있겠다. 나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절박함이 느껴질 때 이 책을 떠올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