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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동규 Nov 06. 2022

9회 말에도


요즘 한국시리즈가 한창이다.

난 평소에 야구에 관심이 많지 않지만, 가을 야구는 조금 보는 편이다.

그리고 이번 주 화요일에 있던 SSG와 키움의 한국시리즈 첫 경기가 내게 참 인상적이었다.

8회 말까지 4대 5로 SSG에게 끌려가고 있던 키움이 9회 초에 2점을 내 역전에 성공했다.

비록 역전을 허용했지만 SSG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9회 말, 마지막 공격에 1점을 내 동점을 만들었다.

그렇게 이 경기는 '야구는 9회 말부터'라는 말을 떠오르게 하며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나는 이날 9회 말 타석에 선 타자들에 대해 거듭 생각하게 된다.

주어지는 아웃 카운트는 1회에도, 5회에도, 9회에도 3개지만, 이 3개가 회마다 투수와 타자에게 다가가는 의미까지 다 같지는 않을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단지 1점 차이라도 1회, 5회, 9회에 이 점수가 갖는 의미란 서로 결코 같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방금, 9회 초에 역전을 허용하고 만 팀의 다음 타자들이 9회 말 타석에 서면서 느낄 부담감이란 어떨 것인가. 아니, 이제 내 앞의 두 명의 타자가 아웃됐다! 이날 실제 경기에서는 지명 타자가 솔로 홈런을 치고 점수를 냈지만, 점수를 낼 거라거나 적어도 안타를 치게 될 거라는 어떤 계시를 받고 타석에 서는 사람은 없다. 뭐, 투수에게도 마찬가지이긴 하겠지만. 


저기 정면의 투수가 던지는 공 하나의 의미와 또 저기 전광판에 적힌 점수 하나의 의미는 회가 갈수록 달라지겠지만, 1회에도, 5회에도, 9회에도, 9회 말 마지막 아웃 카운트에도 내 순서가 오거나 지명받으면 나는 타석에 서야 한다. 내가 안타를 치게 될지, 볼넷으로 출루를 할지, 홈런을 칠지, 아니면 삼진 아웃될지, 그렇게 경기가 끝나고 말 지 나는 모른다. 이미 점수 차이가 많이 나서 설령 내가 홈런을 친다 할지라도 경기의 승패가 끝내 뒤집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런 절망적인 9회 말에도, 나와 당신은 결연히 타석에 들어서 각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돌아와야 한다. 오직 그중에 희망이 있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은 몇 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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