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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동규 Jan 31. 2023

세 사람

(1)

세 사람이 있었다.

세 사람은 목수로 막 일하기 시작한 젊은 동업자요, 친구들이었다. 셋은 성실히 목공소에 나가 일했지만, 벌이가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나무로 만든 집이나 가구 따위는 사람들의 관심사에 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빠듯한 생활 속 어렵게 자리를 잡아가던 어느 날, 부유한 사람이 목공소로 사환(使喚) 하나를 보내 가구 제작을 의뢰하였다. 세 사람은 기뻐하며 온 힘을 다해 가구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부유한 손님 본인이, 예기치 않게 약속했던 날보다 며칠 더 빨리 목공소를 찾아왔음에도 잘 만들어진 가구들을 내놓을 수 있었다. 그걸 본 부자는 아주 흡족하였다. 그는 약속한 보수보다 훨씬 후하게 쳐주며 세 사람에게 말하였다.

“나는 수십 년째 이 근방 바다에서 뱃일하고 있소. 뭐, 지금은 선주(船主)에 선장(船長) 노릇까지 하고 있지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작은 어선에서 일하는 선원이었소. 몇 년 새 세상은 완전히 변했다오. 하하, 그냥 그물을 던졌다 끌어올리는 족족 만선(滿船)이라는 게 말이나 되오? 그런데 내가 바로 그 덕을 본 사람이라 이거요.”

부자 손님은 거친 손을 가구 위에 조심스레 얹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소문이 참 무섭소. 어디서 알고 왔는지 원, 내게 일을 달라고 찾아오는 사람이 느는데 영 미덥지 않단 말이지··· 말이 나와서 말인데, 나랑 바다에서 같이 일해볼 생각 없소? 이 책상이랑 의자 만들어 놓은 걸 보니 당신들한테 일을 맡기고 싶단 생각이 들었거든. 보수는 섭섭지 않게 주겠소. 아니, 모르긴 몰라도 지금 버는 것보다 훨씬 벌 수 있을 거요.”

손님은 세 사람에게 본인의 제안에 대해 생각할 시간으로 며칠 말미를 주고 떠나갔다. 도무지 하던 일이 손에 잡히질 않게 되는 제안에 세 사람은 머리를 맞대 대화하기도 하고 각자 고민하기도 하였는데 결국 한 사람만 떠나기로 했다. 

목공소에 남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목수로서 일하는 게 적성에 맞았고 나름의 사명감과 자부심도 있었다. 부자 손님이 말한 보수를 생각하면 잠깐씩 눈앞이 아득해졌지만, 그는 거꾸로 그 손님 역시 수십 년을 작은 배에서 선원으로 일했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애썼다. 다음 한 사람은 사실 오래전부터 바다를 항해하고 모험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곤 했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풍랑에 좌초된 배들과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생각에 바다를 심히 두려워하기도 했다. 손님의 이번 제안은 당연히 매력적이었지만 바다에 대한 자신의 두려움을 이겨낼 만큼은 아니었다.

바다로 나가기로 한 사람이 바다로 나가길 마음먹는 데에는 사실 몇 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다만 그에게도 고민이 있었는데, 그로서는 지금보다 후한 보수를 준다는데 다른 두 사람이 고민한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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