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조금만 보기 첫날
아들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TV를 켠다. 예전에는 나에게 TV를 켜달라고 했는데, 이제 리모컨을 능숙하게 다루기 때문에 알아서 TV를 켜서 본다. 넷플릭스도 키즈로 로그인할 줄 안다. 하지만 요즘 부쩍 TV를 많이 보는 것 같아서 어제 아내가 엄포를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서 TV를 봤다면 학교(어린이집)에서 돌아와서는 TV를 보지 말라고 했다. 아들은 아침에 아내와 찰떡같이 약속을 했다. 그렇지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저녁에 집에 돌아왔는데, 아들이 혼자 보드게임을 하면서 놀고 있었다.
“아빠, 게임 같이 할 사람이 없어”
라고 말하니까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곧 아내도 집으로 돌아왔는데, 보육 이모님이 오늘 아들이 학교 다녀와서는 TV를 보지 않았다면 칭찬해주라고 말씀하셨다. 아내는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고 부상으로 칭찬 스티커도 주었다.
저녁밥을 다 먹고도 TV를 켜보려고 시도도 안 했다고 보육 이모님이 말씀하시니 더 대견했다. TV를 안 보니 아들은 정말 여러 가지를 하고 놀았다. 모래놀이, 색칠하기, 물칠 하기 등 여러 가지 놀이를 하는 것을 쫓아다니면서 치우는 것이 힘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약속을 잘 지켰으니 재미있게 놀 자격이 있지. 늦게까지 논 아들은 기분이 좋은지 아내에게 무려 뽀뽀를 10번이나 해주고 잠에 들었다.
어른이 나도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나와의 약속이 더욱 그렇다. 대견한 아들이 오늘도 TV 안 보기 약속을 지킬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