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브런치북
보통의 삶보단, 나의 삶을 위하여
[나만의 브런치북 : 삼십춘기 깨뜨리기]
브런치 팝업에서 만든 나의 브런치북 표지 제목, '삼십춘기 깨뜨리기'.
브런치 팝업을 갔던 그 주 평일도 여느 때와 같았다.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던 삶.
그 속에 희로애락도 있지만, 지난한 하루들이 쌓이면서 미뤄둔 사춘기가 뒤늦게 찾아왔다.
대학을 가면, 취업을 하면, 그렇게 인생의 주어진 '퀘스트'를 깨고 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전혀. 새로운 퀘스트는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삶에서도 직장에서도, 내가 해내야 할 일들과 겪어내야 할 것들은 계속해서 새로워졌다.
30대가 된 지금에도 진로고민을 계속하고 있을 줄이야.
뉴스에서는 다시 수능을 공부하는, 혹은 전문직 시험을 준비하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도 들려온다.
회사 점심시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 그리고 그 결론은 유튜버, 인플루언서를 해야 한다는 농담 섞인 말들이 필수적으로 나온다.
대입, 취업, 결혼과 같은 인생의 이벤트 같은 시기를 지나면, 어떤 안정감과 편안함이 저절로 찾아올 줄 알았다. 어쩌면 나는 내 인생에 수동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20대, 대학생의 시절을 지나 30대가 되니 주변에서의 다양한 선택지들이 보인다. 누군가는 직장이 아닌 다른 일을,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결혼을 하기도 하고, 또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기도 하고.
다양한 삶의 선택을 보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지금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 것인가라는 정답 없는 질문과 나는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지금 내가 사는 이 삶이 최선의 것인가에 대한 고민만 길어졌다.
직장인으로의 삶, 그리고 그것 외 나의 인생의 시간에 있어 나는 어떤 사람일까?
물론, 회사에서의 열심히 일하는 것, 최선을 다해 내 몫을 해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퇴근 후, 나의 삶에 있어 나는 어떠한가?
잘 모르겠다.
여전히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이루고 싶은 것들이 많지만, 동시에 나는 꾸물거리기도, 주저하기도, 혹은 미뤄버리기도 한다.
헤세의 '데미안'을 다시 꺼내든 것은 그때였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누구든지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나를 둘러싼 기존의 세계로부터의 탈출과 독립을 바랐던 나였는데.
어느 순간 스스로 그 알 속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또 한 번, 30대의 알을 깨뜨려야 할 때가 왔다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팝업에서 나의 브런치 책 제목을 삼십춘기 깨뜨리기로 이름 지었다.
어쩌면 브런치가 줄탁동시의 역할을 해 줄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그 막연함이 시간이 쌓여서 확신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