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의 기록
30대에 접어들며 자주 느끼는 감정 중에는 '초조함'과 '아쉬움'이 더러 있다. 그리고 그 감정을 몇 개월 간 자세히 살펴보니 반복되는 일상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앞으로 남은 인생에 기준이 되어줄 '나만의 기본'을 명확하게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이런 고민을 이어가던 중에 2024년에 처음 읽은 책인 <나만의 기본>은 나의 고민에 해결의 실마리를 주는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좋은 책이었다.
이 책의 저자인 마쓰우라 야타로는 자신이 입고 먹는 것, 생활하는 공간, 사용하는 물건, 직장에서 일을 처리하는 방식 등을 통해 '나다움'이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생활 속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삶은 단단하게 하는 뿌리가 되어준다고 말한다.
나 역시 사소한 선택들이 모여 만들어진 뿌리가 어렴풋이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그것이 아직 흔들리는 삶을 단단하게 잡아줄 정도로 성장하지는 못한 것 같다. 기회비용을 이유로, 절약을 이유로, 지금의 나에게는 사치라는 편견으로 인해 20대에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소비와 경험의 기회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2024년에는 이런 삶의 관성이 이어지면 안 된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결심만으로는 크게 의미가 없는 것이, 사람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크게 3가지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다르게 보내고, 사는 곳을 바꾸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한다.
3가지 영역의 교집합을 나름대로 정의해 보면 '집 밖으로 나와서 안 하던 행동들을 해봐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새로운 물건, 문화를 소비해 보고, 새로운 사람도 만나봐야 한다.
이렇게 브런치북을 만들어서 연재를 시작한 이유도, 무작정 용기 내어 시도한 일상의 사소한 도전들을 여기에 기록하면 나름의 당위성이 부여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브런치북의 제목처럼 '막 해보는 것'이 세상 진리에 좀 더 가까운 표현이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자포자기나 될 대로 되라의 의미가 아니라 힘을 빼고 시도해 본다는 의미에서.
수많은 유튜브의 자기계발 영상에서 지겹도록 주장하는 메시지가 '다양한 경험'의 중요성이지만, 사실 경험 그 자체보다는 회고의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내가 이 소비, 혹은 경험에 투자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와 배경은 무엇인지, 내가 소비한 브랜드나 서비스의 구체적인 경험은 어땠는지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나만의 관점과 기준이 단단하게 쌓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또 2030을 위한 재테크 영상 중에는 단순하게 원하는 것을 소비하는 습관을 '경험'과 '투자'라고 합리화면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모든 주장과 관점은 개인의 맥락에 따라서 취사선택해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싼 물건을 여러 번 구매하는데 필요한 시행착오와 기회비용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고, 여러 전문가에 의해 검증된 좋은 품질의 브랜드는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또 그 브랜드가 어떤 관점과 방법으로 좋은 품질의 물건을 생산하는지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과감하게 많은 것들을 경험해 보고 싶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의 기본을 발견하고 싶다.
2024년 올해 나의 목표다. 사실 ‘발견한다’는 표현은 이미 만들어진 것을 찾아낸다는 표현이기에, 내 생각에는 ‘만들어간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올해는 나만의 기본을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일상 속 하나하나를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것, 타인이 아닌 내 마음이 진심으로 편한 쪽으로 선택하는 것부터가 그 시작이 되어줄 것이다.
그래서 1월에 무작정 사고 싶었던 물건을 소비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아이템은 바로 뉴발란스의 그레이 컬러 운동화. 앞서 소개한 책 <나만의 기본>에서는 질 좋은 핸드메이드 신발을 신을 것을 추천했지만, 우선은 발이 편하고 질 좋은 운동화 정도면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신발 하나를 구매하기 위해 다양한 배경 정보를 알아보기도 했다. 뉴발란스 브랜드의 역사와 인기 이유, 주요 제품의 라인업. 뿐만 아니라 여러 패션 유튜브 영상에서 추천하는 뉴발란스 모델과 의상과 매칭하는 방법까지 여러 디테일한 정보를 함께 소비했다.
이런 사소한 정보의 소비도 점차 쌓이면 마케터로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예쁜 새 운동화를 신고 20224년은 집돌이가 아닌, 밖돌이의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