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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쌈무 Mar 16. 2024

새로운 '멋'을 찾아서

배수로 경험을 확장하기

어느 날 문득 "가장 최소한의 비용으로 외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해 보니 역시 헤어스타일고 옷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생각해 보면 나의 단골 미용실은 서울로 이사 온 지 4년이 지나도록 바뀌지 않았다. 집 근처에 있는 적당한 가격대의 프랜차이즈 미용실. 스타일링을 아주 잘해준다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거리와 비용을 고려할 때 적당했고 오랫동안 이용한 덕에 나의 니즈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왕 <막해터의 막 해보는 경험 일기>라면 헤어와 옷에도 새로운 변화를 주고 싶었다. 


'새로운 변화'의 구체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이번에 느낀 바로는 더욱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더라도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의미하는 것 같다.  



도파민의 홍수에서 발견한 새로운 소비의 선택지


인스타그램 피드와 릴스를 의미 없이 넘기며 도파민을 충족할 때도 있지만, 이따금씩은 멋있는 브랜드 계정이나 유용한 정보를 수집하기도 한다. 물론, 그것이 새로운 소비 경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새롭게 경험해 보기로 결심한 헤어샵의 이름은 무척 힙해 보이는 '긱(GEEK)'이었고, 의류샵은 마포구 합정역에 있는 '도소우(DOSOWU)'라는 곳이었다.


사실 헤어샵과 의류샵 모두 선택지의 기준은 하나였다. 개인의 특징과 상황에 맞춰 얼마나 큐레이션을 잘해주는지. 물론 경험의 결과가 성공적 일지는 미리 예상할 수 없지만, 수많은 후기와 브랜드를 어필하는 언어의 표현 방식을 보다 보면 나름의 기준이 생기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은 이미 바이럴과 마케팅의 홍수로 넘쳐나지만, 나만의 명확한 주관을 가지고 호기심에 이끌리며 새로운 소비 선택지를 리스트업 해보는 경험도 때로는 좋은 것 같다.




배수로 경험의 확장 폭을 계산하기


다만 어느 정도의 기준은 필요한데, 나는 그 기준을 배수로 계산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새로 가본 헤어샵은 집에서 30분 정도 걸렸고, 헤어 비용은 4만 원이었다.


내가 기존에 이용했던 헤어샵의 2배에 해당하는 가격과 시간이었다. 3배, 혹은 4배라면 모를까. 2배 정도는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판단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2배는 심리적 저항감이 낮은 동시에 기대감을 주는 배수였다. 헤어샵을 이용한 후에도 느꼈지만, 새로운 경험에 도전할 때는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의 배수를 꾸준히 늘려가는 연습이 중요한 것 같다.




퍼스널 컨설팅 & 문제 해결의 비용


스타일리스트는 가장 먼저 나의 두상을 파악하고, 나의 두상에 맞춰 피해야 하는 헤어스타일, 반대로 시도해 보면 좋을 헤어스타일을 자세히 추천해 줬다. 설명해 주는 내용에 맞추어 머리를 잘라주었고, 썩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얻었다.


며칠 뒤에 가본 도소우라는 스타일링샵도 마찬가지였다. 패션 문외한인 나는 잘 몰랐던 체형에 맞는 옷, 피부 톤에 어울리는 컬러, 상의와 하의의 조합 등을 고려해 몇 가지 스타일링을 추천해 주었다. 물론, 비용의 한계로 모든 옷을 구매하지는 못했지만 자세한 설명을 들은 것만으로 만족했다.


며칠이 지나고 나서 생각했다. 평균 시장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서비스는 어쩌면 그 서비스 자체의 가격보다는 소비자 개인의 문제상황을 해결해 주는 솔루션에 책정되는 비용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퍼스널브랜딩, 퍼스널컬러 등등 '퍼스널'이라는 키워드가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진짜를 알아보는 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른의 특권


"좋아하는 것들로 자기 주변을 채울 수 있는 건 어른의 특권이잖아? 
난 어른이 돼서 좋은 점이 많다고 생각해"                      

- 일본드라마 <이쪽을 봐줘! 무카이군> 中에서


"경험자산을 쌓기 위한 소비를 스스로에게 어느 정도 수준까지 허락할 것인가?" 내가 요즘 자주 고민하는 주제이다. 


그러던 중 재밌게 본 일본드라마의 어떤 대사를 들으며, 감당가능한 범위 내에서 리스크를 고려하여 새로운 소비에 도전해 볼 수 있다는 건 어른만의 특권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런 고민이 사실 특권이라는 생각이 들다 보니 스트레스만 받기보다는 조금 더 즐겨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적어도 올해만큼은.


헤어샵에서 선물로 준 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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