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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

14. 그래, 이것 때문에 왔지! 가고시마의 쇼츄!

2025 새해맞이 여행 - [3부] 가고시마 쇼츄 여행

by zzoos





저녁을 먹은 곳은 텐몬칸 북쪽의 번화가였습니다. 이제부터 쇼츄를 마시러 본격적으로 텐몬칸으로 넘어가야죠! 일단 머릿속에 떠오른 곳은 사사쿠라(酒々蔵)입니다. 좀 캐주얼하게 쇼츄들과 인사하고 싶었어요. 그다음으로는 로쿠(鹿 ROKU)에 가서 깔끔하게 마셔봐야겠습니다. 이시즈에(礎)는 분명 사람이 많겠죠? 그러니 그냥 패스해도 되겠고, 마지막 날 즈음에나 방문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이 세 군데 말고 다른 곳들도 찾아봐야죠. 분명히 더 있을 겁니다. 가고시마의 쇼츄바!!!





읭? 사사쿠라도 로쿠도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지? 하고 이시즈에도 검색해 봤더니, 구글맵의 ‘영업시간’ 항목에 정확하게 월,화,수 요일을 쉬고 목요일 오후 8시에 문을 연다고 되어 있더군요. 마치 짠 것처럼 세 가게가 모두 말입니다. 이시즈에와 로쿠는 같은 사장님이니까 그렇다고 치지만 사사쿠라는 왜? ㅠㅜ


저는 딱 월화수 3박을 하고 목요일에 돌아간단 말입니다!!


갑자기 갈 곳을 잃어버렸습니다. 좀 황당하기도 했고 당황해서 길에 멍하니 서 있었어요. 하지만, 이곳은 가고시마입니다. 쇼츄의 도시란 말이죠! 소츄바가 이 세 군데밖에 없을 리가 없습니다. 어차피 새로운 곳도 찾아볼 생각을 하고 있었잖아요? 그 시간이 좀 빨리 다가온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한 겨울 찬 바람을 맞으며(그래봐야 제주도보다 한참 아래에 있는 가고시마의 바람일 뿐이지만요) 길에 서서 찾아봐야 한다는 것이 문제일 뿐입니다....





그렇게 다시 검색해서 찾은 바는 BAR S.A.O 입니다. 인상 좋은 털보 사장님이 계신 곳입니다. 아, 방문하시는 날에 따라 사장님의 와이프이신 외국인 여성분이 계실 수도 있습니다만, 어느 분을 만나게 된다 하더라도 쇼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두 분 모두 쇼츄를 사랑하는 분이시고 쇼츄에 대한 지식이 엄청 해박하시고 그래서 조금만 설명하면 딱 맞는 쇼츄를 정학하게 추천해 주십니다.


사진에서 사장님 뒤에 보이는 항아리들은 마에와리(前割)라고 해서 술에 물을 미리 섞어두고 숙성시켜서 술과 물이 더 잘 어울리도록 만드는 방식의 술들이 담겨 있는 항아리입니다. 이 사장님의 쇼츄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게, 만젠의 마에와리는 실제로 만젠 양조장에 가서 허락을 받고 술 빚는 물을 길어다가 마에와리를 만드신다고 합니다. 대단한 열정이죠.


본격적으로 마시기 전에 백바에 있는 유명 쇼츄들의 가격을 여쭤봤습니다. 어느 정도를 각오해야 하는 건지를 알고 마셔야죠. 함부로 주문하다가 큰일 나면 안 되잖아요. 그랬더니 모든 술이 한 잔에 750엔이랍니다. 에? 모리이조도요? 하고 물어보니 맞답니다. 무슨 술이던 전부 750엔. 헐, 바로 며칠 전 구마모토에서 모리이조를 1천 700엔 주고 마셨는데 ㅋㅋㅋ 한국에서라면 모리이조 한 잔에 몇 만 원이 넘을 텐데!!!


일단 걱정은 내려놓고 마음껏 주문해도 되겠군요. 후후.





첫 잔은 가볍게 소다와리로 마시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세 종류를 추천해 주셨는데 모두가 궁금해서 그중 두 잔을 마셨습니다. 첫 잔은 베리류의 향기가 난다고 하셨고, 둘째 잔은 요구르트의 맛이 난다고 하셨는데, 정말입니다. 첫 잔은 가벼운 베리류의 향기가 마시기 편하게 느껴지고 둘째 잔은 약하지만 시큼한 요구르트의 맛이 느껴집니다. 둘 다 스타트로 좋은 쇼츄들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제 기억이 맞다면 오른쪽의 레이블은 예전에 같은 양조장의 것을 마셔본 것 같은데, 아마 이부스키의 양조장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장님께도 한 잔 드시겠냐고 여쭤보니 감사하다고 하시면서 만젠의 마에와리를 드십니다. 가장 좋아하는 술이라고 하시더군요.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목표 달성! 을 위해 마시기 시작해 봅니다. 이번 여행의 목표는 3M을 모두 마셔보는 것이었습니다. 3M이란 쇼츄의 3 대장을 줄여서 부르는 말입니다. 모리이조, 무라오, 마오. 이렇게 3개의 쇼츄가 가장 유명한 쇼츄들이고 이것들 모두 M으로 시작하는 이름이라 줄여서 3M(쓰리에무)라고 부릅니다. 최근에는 여기에 만젠과 사토우를 더해서 4M 1S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목표는 좀 더 확장됐습니다. 4M 1S를 모두 마셔보자!!!


처음으로 시킨 것은 만젠입니다. 사장님이 마에와리를 가장 좋아한다고 하시니 두 가지를 한꺼번에 시켰습니다. 만젠의 로꾸와 마에와리. 비교하면서 마셨더니 더 재밌어졌는데요. 로꾸는 아무래도 알콜의 날카로움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깔끔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먼저 느껴지고 날카로운 알콜의 피니시와 함께 따라오는 겹겹이 레이어에 쌓인 뒷맛까지 있는데요. 마에와리는 완전히 다른 술입니다!! 확실히 알콜이 부드러워져서 고소하고 달달한 맛까지 납니다. 뾰족했던 맛이나 향들이 동글동글해지면서 훨씬 편안해졌습니다. 정말 재밌었어요! 당시의 노트를 보면 “로꾸는 만젠의 날카로움이 잘 표현되어 있고 마에와리는 부드러움이 극대화되어 있다.”라고 적혀 있네요.


이 즈음이었을까? 옆자리에 혼자 오신 여성분과 얘기가 섞였는데요. 토모코 상은 오사카에서 테이스팅 룸을 운영하시는 분이셨습니다. 테이스팅 룸이란 와인, 니혼슈, 쇼츄 같은 것들을 시음하면서 함께 테이스팅 하거나 테이스팅 방법을 알려주는 그런 곳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휴일이면 이렇게 전국을 돌아다니며 공부를 한다고 하시는데 오늘은 가고시마에 쇼츄를 공부하러 오셨답니다. 말이 제대로 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둘이서 이런저런 술 얘기를 하면서 엄청 마셨습니다. ㅎㅎ


토모코 상은 만젠의 마에와리에서 부쇼네가 느껴진다고 하셨어요. 사장님 얘기로는 2주 전에 마에와리 하신 거라고 하셨으니까 시간이 좀 지난 건 맞거든요. 와인의 부쇼네는 알고 있지만 쇼츄에도 부쇼네가? 사실 저는 잘 느끼지 못했습니다.


어쨌거나 다음 잔으로 무라오를 마셨습니다. 아, 솔직히 말해서 이번 여행에서 마신 것 중 가장 기억에 남지 않는 술입니다. 다음에 무라오만큼은 꼭 다시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별 기억이 없습니다. 이때 토모코 상이랑 뭔가 다양한 얘기들을 하고 있는 도중이었던 것이 원인입니다. 술이 별로였다는 얘기는 아니여요.





기억이 확실치는 않지만 사진에 없는 술도 마셨을 것 같긴 한데요... 어쨌든 이 즈음에서 입을 좀 상쾌하게 하고 싶어서 다시 소다와리에 어울리는 걸로 부탁드렸습니다. 유메카가미라는 걸 추천해 주셨고요. 산뜻한 맛으로 입을 깔끔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다음은 4M 1S 중 1S인 사토우. 만젠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더 깔끔한 스타일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신 고소하거나 구수한 맛도 좀 적었고 피니시의 레이어도 만젠 쪽이 더 깊이가 있었습니다.





다음 잔은 텐구자쿠라의 쇼츄입니다. 이 잔은 양조장 근처의 흙으로 만든 잔이라고 하시더군요. 물과 술 그리고 잔까지 모두 같은 곳의 것이라서 맛의 일체감이 더 느껴질 거라고.


자, 오늘 만젠과 무라오 그리고 사토우를 마셨습니다. 마오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셔서 마지막으로 모리이조를 마시면 사실 마오를 제외하고 목표 달성이거든요? 물론 모리이조는 구마모토에서도 한 번 마시긴 했습니다만, 그래서 막잔으로 모리이조를 주문했습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인가? 모리이조의 그 엄청난 향과 맛의 레이어가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살짝 아쉬웠어요. ㅠㅜ 모리이조를 처음 마셨을 때 그 놀라울 정도의 복잡도와 일체감. 그걸 다시 느껴보고 싶었는데...





오늘 마신 쇼츄의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병을 모았습니다. 엄청난 컬렉션이죠. 자, 저의 목표는 4M 1S였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마오를 제외한 모두를 마셨잖아요? 하지만... 마셔보니 목표는 점점 더 늘어납니다.


오늘은 사토우의 백누룩 밖에 마시지 못했습니다. 더 유명한 것은 사토우의 흑누룩이거든요. 그리고 백바에는 사토우의 마에와리도 있습니다. 그리고 만젠에서도 백누룩과 황누룩의 쇼츄가 별도로 있다고 합니다. 아, 알면 알수록 점점 더 마셔 봐야 하는 술의 종류가 늘어납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아직 이틀이나 더 있으니까요!!!





그렇게 한참을 마시다 보니 뭔가 깔끔 상큼한 것들이 마시고 싶어 져서 S.A.O 사장님께는 내일 다시 오겠다고 말씀드리고 지난번 가고시마에 왔을 때 들러서 와인을 좀 마셨던 Vieille - Vignes 72(ヴィエイユ・ヴィーニュ72)를 찾았습니다. 다행히 아직 영업 중이시더군요.





우선은 샴페인을 한 잔 마셨습니다. 꽤 좋았던 기억은 있는데 디테일한 맛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이미 꽤 취한 상태. 마스터에게 이런저런 식당들을 추천받았습니다. 이자카야라던가 흑돼지 샤브샤브 가게를 추천받았어요.


그리고 다음 잔으로는 화이트. 샤르도네였는데 어느 나라인지조차 기억나지 않네요. 지난번의 컨셉을 아직도 유지하고 계시다면 화이트는 일본의 와인이었을 거거든요. 역시나 이 와인도 맛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ㅠㅜ





이제 이 즈음되면 저는 그냥 술 취한 아저씨입니다. 언능 라멘 먹고 들어가서 자야 됩니다. 그래서 하카타 라멘 체인점인 단보를 찾았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죠? 이곳도 오늘은 영업을 안 하네요?? 그러다가 우동 가게가 보여서 들어갔는데, 아무래도 우동 보다는 라멘이 먹고 싶어서 미안하다고 하고 다시 나왔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찾아간 라멘집. 사다(さだ)입니다. 가장 기본 라멘을 주문했고, 아주 깔끔한 맛이었습니다. 정말 해장이 싹~~ 됐어요. 여기서 한 차를 더 가?? 라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만, 내일을 위해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갔습니다.


쇼츄를 찾아 떠난 가고시마 여행. 첫날부터 아주 완벽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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