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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

13. 가고시마 도착하자마자 흑돼지 돈카츠!

2025 새해맞이 여행 - [3부] 가고시마 쇼츄 여행

by zzoos





미조마타 상과 새벽까지 마시고 나서, 어제는 역시나 집에서 푹~~ 쉬었습니다. 오늘부터 가고시마 여행이기 때문에 짐도 싸야 했고, 체력을 좀 비축할 필요도 있었거든요. 하루 푹 쉬어서 그런지 아침에 알람 소리도 듣기 전에 일어났습니다. 아침에 준비해야 하는 세면도구라던가 충전기 같은 것들을 다 챙기고서 집을 나섰습니다. 구마모토의 숙소는 오늘로 비우는 것이 아니라 한 달 동안 빌린 것이기 때문에 며칠 동안만 여행을 다녀오는 겁니다. 여행 중의 여행이랄까요?


구마모토 역까지 구글맵을 이용해 경로를 검색해 보니 버스 한 번에 갈 수 있더군요. 그래서 택시를 타지 않고 버스를 이용해 이동했습니다. 중간에 버스와 전차가 같이 달리는 구간도 있더군요. 신기하여라!





구마모토 역은 유명한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고 합니다. 여러 명의 건축가(아마 3명?)가 연관되어 있는데, 구마모토 역 재래선을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고 지금은 신칸센 역사로 쓰인다던가? 여튼 구마모토의 저 가로로 길쭉길쭉한 벽면을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거라고, 그렇게 알고 있어요. 노출 콘크리트가 아니라서 좀 의아하긴 했지만 말이죠.


지금은 전혀 관련 일을 하고 있지 않지만 저의 전공이 건축인 관계로 구마모토에서 지내는 동안 근처의 유명 건축물들도 찾아가 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마모토 역에서 가고시마 츄오역 까지는 약 4-50분 정도 걸립니다. 하카타부터 가고시마 츄오까지 운행하는 열차는 중간중간 서는 역이 많기 때문에 50분 정도 걸리고, 신오사카부터 가고시마 츄오까지 운행하는 열차는 중간에 두세 군데밖에 서지 않기 때문에 40분 정도 걸려요. 뭐 이거나 저거나 그리 오래 걸리는 구간은 아닙니다. 요금은 자유석 6천 엔대.


참고로 지정석은 정해진 열차와 좌석에만 탑승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해당 열차를 놓친다면 해당 날짜 안에는 다른 열차를 자유석처럼 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가고시마 츄오역 서쪽 출구로 나오면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드디어 가고시마 도착~~ 앞으로 3박 4일간 흑돼지와 쇼츄를 맘껏 먹고 마시겠습니다!!





일단 호텔 체크인까지 시간이 좀 남아 있으니 점심을 먹으러!! 흑돼지요리 전문인 주안(寿庵)의 가고시마 츄오역 서쪽 출구 지점으로!!





역시나 인기 가게. 점심시간이라기엔 좀 늦은 시간이었는데 내 앞에 3팀이나 대기하고 있습니다. 자동 번호표 발급기에서 기다리는 인원이 몇 명인지 입력하고, 특정 종류의 좌석에 앉고 싶은지를 표시한 다음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면 되더라고요. 대략 15분 정도 기다린 듯.





양배추 샐러드에 뿌려 먹는 소스의 종류가 두 종류. 다이다이 드레싱(だいだいドレシング)은 다이다이라는 가고시마 특산 감귤류를 이용한 상큼한 드레싱이고, 일본풍 드레싱(和風ドレシング)은 마요네즈 등을 사용한 오리지널 드레싱이라고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이다이 드레싱을 선택.


옆에는 단맛(あまくさ)과 매운맛(からくさ)의 돈까스 소스가 놓여 있는데, 이거는 단맛의 소스를 선택했어요. 중간에 바꾸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게 맛있어서 끝까지 이걸로 먹었습니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잠깐 실내의 분위기. 사실 이것보다 훨씬 넓고 좋은 분위기인데, 몰래 찍으려다 보니...





아주 솔직히 말하면 튀김의 상태는 지난번 가고시마에 왔을 때 먹었던 쿠로부타 후쿠야(黒豚ふくや)보다 좋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고기!! 돼지고기의 육질과 육즙은 이곳이 월등해요. 튀김의 상태도 아주 쫀쫀해서 불만이 전혀 없습니다. 뭐랄까, 연륜이 느껴지는 좀 옛날식 튀김이랄까?


점심이라 거하게 먹지 않으려고 100g 짜리로 주문했는데, 지금 사진을 다시 보니 더 큰 걸로 시킬 걸 그랬나 후회가 됩니다. 밥, 국, 쯔께모노, 샐러드 거기에 드레싱까지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집이에요. 물론 가장 중요한 돈까스는 말할 필요도 없고요. 가고시마 츄오역에 내린다면 일단 서쪽 출구로 나가서 쥬안부터 들르시길!!! 저는 만약 가고시마에 다시 온다면 꼭! 그럴 겁니다!!





여기서부터는 잠깐, 사진 없는 얘기...


가고시마 츄오역의 서쪽 출구로 나온 이유는 쥬안에 들르기 위해서였기도 했지만 시로야마 가고시마 호텔의 셔틀버스가 서쪽 출구 앞에 정차하기 때문이기도 하거든요. 호텔의 셔틀버스를 기다리다가..


아차!!!!! 심각한 문제를 깨달았습니다!!!!


체크인을 하기 위해 여권이 필요할 텐데, 여권을 구마모토의 집에 두고 온 걸 이제야 깨달았어요!!! 그도 그럴 것이, 구마모토에 도착한 다음 여권은 들고 다닐 이유가 없으니까 책상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두고 그냥 잊고 살고 있었거든요. 오늘 아침에 마지막으로 짐을 체크할 때에도 여권은 전혀 생각 못하고 있었어요. ㅠㅜ 그러다가 이제 호텔 체크인할 생각을 하다 보니 여권!!! 이 떠오른 거죠. ㅠㅜ


이건 뭐 여권을 분실한 것도 아니라서 재발급을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이 동네에는 영사관 같은 게 없으니(큐슈에는 영사관이 후쿠오카에 있다더라고요) 임시 여권 같은 걸 만들 수도 없을 겁니다. 그러니 일단 호텔에 가서 부딪혀 보고, 정 안되면 구마모토에 다시 다녀오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구마모토의 집에 다녀온다고 해도 3시간? 4시간? 정도면 될 테니 오늘 숙박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겠죠. 뭐, 신칸센 왕복 비용... 1만 3천 엔 정도가 더 드는 것 밖에 ㅠㅜ


셔틀버스를 타고 호텔에 올라갔습니다. 체크인하려는 줄이 길더라고요? 그래서 ‘안된다!’고 하면 빨리 구마모토로 돌아가야 하니까, 일단 컨시어지에 가서 ‘여권이 없어도 체크인할 수 있느냐?’를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거기 직원분께서 ‘어? 한국인이세요?’ 하면서 한국어로 대응을 해줍니다. 명찰을 보니 키무(キム) 상이라고 적혀 있는 걸 봐서 한국인이셨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발음도 한국인의 그것이었고요. 그래서 제 사정을 얘기했습니다.


좀 긴 여행 중간에 가고시마에 온 건데, 구마모토의 숙소에 여권을 두고 왔다. 이 호텔에 처음 묵는 것이 아니니 지난번에 묵은 자료가 있을 것 아니냐. 그리고 여권 사진은 가지고 있다.


그랬더니 여권 사진이 있다면 아마 괜찮을 거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일단 체크인하러 가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체크인을 했습니다. 여권이 없다고 했더니 사진은 있냐길래 핸드폰으로 사진을 보여 줬더니 자신의 핸드폰으 제 핸드폰 화면의 사진을 찍더군요? 그러더니 됐답니다.


걱정한 것에 비해서 너무 간단하게 체크인이 되었습니다. -0-








시로야마 가고시마 호텔에 드디어 체크인했습니다~~ 지난번의 방은 ‘뷰’가 아예 없는 방이었는데, 이번에는 멋진 뷰가 있는 방이더군요! 땡스 베리 감사~~ 겨우 한 번 왔었고,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인 호텔인데요. 이 호텔 정말 마음에 드는 호텔입니다. 앞으로도 가고시마에 온다면 호텔은 이곳을 쓰고 싶어요. 산 위에 있기 때문에 번화가에 나갈 때마가 셔틀을 써야 하고 늦은 시간에 돌아올 때 택시를 타야 하는 불편함이 있기는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상쇄시키고도 남을 좋은 점이 많은 호텔입니다.


특히 금토일을 제외한 평일의 숙박 요금은 아주 싼 편이니까, 가고시마 여행을 계획 중이시라면 일정을 잘 조정해서 미리미리 이 호텔을 체크해 보시길 바랍니다. 주말에는 3배 정도 비싸집니다. -0-





짐을 풀자마자 바로 온천으로 향합니다. 온천 안에서 사진을 찍을 수는 없으니, 위의 사진은 호텔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것입니다만, 진짜로 완전히 똑같은 뷰를 볼 수 있습니다. 아침, 낮, 밤... 시간마다 뷰가 바뀌고 계절마다 뷰가 바뀌긴 하지만요. 숙박객에게는 이 온천이 무료라는 게 제가 이 호텔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예요. 하루에 아침, 저녁으로 두 번씩 온천을 할 겁니다.





온천 앞에는 오늘? 내일? 의 일출 예상 시간이 적혀 있습니다. 저 시간에 맞춰 오면 사쿠라지마 옆으로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온천을 할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저는, 저렇게까지 부지런하게 일어나지는 않습니다만....


온천을 마치고 나와서는 시로야마 호텔의 브루어리에서 직접 양조하는 생맥주를 한 잔 마셨습니다. 네 종류의 맥주가 있는데, 상큼하게 벨기에 화이트로 한 잔.





방으로 돌아가 가방을 풀고 방 정리를 좀 하고서, 편안한 침대에 누워 피로를 좀 풀다가 오후 느지막이 저녁 식사를 하러 나왔습니다. 최근 유튜브에서 가고시마 여행을 하러 간 유명 유튜버의 영상을 본 게 있어서, 그 아저씨가 극찬한 이자카야를 찾아갔습니다. 이름은 콘치키쇼(魂稚喜笑).





가보니까 그냥 이자카야가 아니고 철판 요리 이자카야더군요. 그래서 돈페이 야끼가 유명한 거고요. 하지만 저는 돈페이 야끼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아서 다른 것들을 주문했습니다. 옆 자리에 앉은 커플분들도 한국분이었습니다. 메뉴 보면서 이게 뭔지 저게 뭔지 고생하고 계시길래 뭔가 알려드리고 싶었지만 괜한 오지랖 같아서 꾹 참고 마셨습니다.





술은 가고시마의 쇼츄인 미난카타(南之方)를 추천해 주시길래 소다와리로 계속 마셨습니다. 첫 번째 주문은 사시미 모리아와세. 메뉴판에는 2인 이상부터 된다고 써 있었던 것 같은데, 미처 보지 못하고 주문을 했더니 그냥 1인분을 해주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볼품이 좀 없습니다만, 구성을 보면, 칸파치(잿방어), 도미, 무늬 오징어, 가다랑어, 연어, 문어의 구성입니다. 이게 830엔이니까 비싸진 않죠? 하지만 유튜브 영상에서 본 것처럼 호들갑을 떨 만큼 좋은 구성은 아닙니다. 뭐, 사시미의 구성이야 그때그때 달라지는 것이긴 하겠죠.





다음 주문은 바이가이 조림(バイ貝の旨煮)인데요. 한문을 보고 조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골뱅이였군요. 이거 맛있었어요. 680엔.


그리고 오른쪽 사진은 대구 튀김 수제 소스(鱈フライ自家製ソース)입니다. 중간에 뭐라고 뭐라고 저한테 물어보길래 뭔지 몰라서 그냥 하이! 하이! 했거든요? 아마도 이 대구 튀김을 하프(half)로 줄까? 라는 얘기였던 것 같다는 짐작입니다. 여튼 이 튀김은 뭐 그냥저냥 먹을만했어요. 780엔. (만약 하프였다면 얼마 였을까요? 그건 모르겠네요)





배가 부르진 않았지만, 뭔가 더 먹고 싶은 메뉴가 없어서 디저트를 먹어볼까? 싶어 졌습니다. 메뉴판의 맨 아래에 남자의 수제 푸딩(男の手作り焼プリン)이라고 있길래 주문했더니, 푸딩 위에 설탕을 쫙 깔아 두고는 토치로 즉석에서 캐러멜을 만들어 줍니다. 마무리로 좋았어요. 400엔.


음, 하지만 이 가게는 칭찬하거나 추천하기엔 별로였습니다. 유튜버 아저씨 덕분에(?) 너무 기대했던 걸까요? 특출한 맛도 아니었고, 대단히 싼 것도 아니었고,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곳도 아니었습니다. 우연히 제가 찾아간 날이 그랬을 수 있겠습니다만 말이죠.


자, 사실 저는 ‘저녁’을 먹으러 가고시마에 온 것이 아닙니다. 바로 ‘쇼츄’를 마시러 온 것이죠. 그래서 본론은 다음 포스팅이 되겠습니다. 아, 물론 매일매일 밤마다 마실 것이긴 하지만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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