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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아저씨와 함께 토요일 밤을

2025 새해맞이 여행 - [2부] 구마모토와 친해지기

by zzoos





어제 그 정도 마셨으면 오늘은 쉬어야 하는 게 맞습니다. 그래서 엄청 느지막이 일어나서 겨우 컵 우동으로 해장을 했어요. 이후에도 유튜브 보면서 뒹굴거리다가 저녁 7시가 되어 약속 장소로 나갔습니다. 어제 미조마타상을 만난 곳은 ICOCA라는 카페&바입니다. TMI일지도 모르겠지만 미조마타상도 마찬가지로 독신이고 술을 좋아하시는 분이에요. 저보다 두 살 더 많으시고, 아마쿠사에서 태어나 구마모토에서 쭉 사셨다고 합니다. 직업은 반도체 엔지니어. 그래서 한국에도 몇 번 출장을 오셨다고 하더군요.


ICOCA에서 만나 일단 한 잔씩 하면서 어디 가서 뭘 먹을지를 정해봅니다. 제가 딱히 뭔가가 땡기거나 하는 게 아니라서 ‘뭐든 좋다’고 했더니 결정하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그래도 목적지를 결정하고 나서 미조마타상과 ICOCA의 히카리군과 함께, 남자 셋이서 출발합니다.





결국 장고 끝에 악수. 그래도 한 번쯤은 가봤어야 할, 구마모토 야타이무라(熊本屋台村)를 찾았습니다. 구마모토의 관광지를 검색해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입니다. 현지인들은 잘 안 가는 것 같고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포장마차(야타이)‘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다만 후쿠오카 나카스의 야타이처럼 완전히 야외에 있는 것은 아니고 실내포차(?)처럼 모여있는 곳이에요.





이런 분위기입니다. 작은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가게마다 메뉴가 잘 안 겹치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비슷한 메뉴를 취급하는 가게도 있긴 합니다. 그중 우리가 골라 앉은 곳은 스시집이었는데,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스시가 아니었어요.





바사시와 우마레바(?)입니다. 바사시는 말 사시미 그러니까 말 육회고요. 우마레바는 말의 생간입니다. 처음 구마모토에 왔을 때 먹은 바사시가 이것보다는 훨씬 고급이었어요. 미조마타상과 히카리군도 여기보다는 더 좋은 바사시 가게들이 많다는 얘기를 합니다. 뭐 어쩔 수 없잖아요. 여기는 관광객을 상대하는 곳이니까요. 그래도 기름이 전혀 없는 바사시는 오히려 고급 바사시보다 먹기는 편했어요.


문제는 우마레바였는데요. 첫맛은 별 문제없었는데 뒤에 좀 역한 맛이 올라오더군요. 그래서 이건 힘들다고 얘기했습니다. ㅠㅜ 사실 저 소 생간도 잘 못 먹거든요.





야끼도리 모듬과 홋카이도산 가리비 구이입니다. 야끼도리 맛집은 절대 아니었지만 그래도 먹을만한 야끼도리였고, 가리비 구이는 맛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가격이 문제죠. 조개류는 한국이 엄청 쌉니다. 저 가리비가 하나에 400엔이에요!


결국 남자 셋이서 술과 안주를 먹고 1만 엔이 훌쩍 넘는 금액이 나왔습니다.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지만 2만 엔에 가까운 금액이었던 것 같은데... 미조마타상이 사주셨습니다. 이곳뿐만이 아니라 오늘의 모든 술을 계속 사주시더군요. 너무 미안해서 다음에는 꼭 제가 사겠다고, 다음에도 다시 만나자고 계속 말씀드렸습니다.





솔직히 구마모토 야타이무라는 그냥저냥, 아니 솔직히 별로인 곳이지만 그래도 가볼만한 이유가 하나 있긴 합니다. 바로 쇼츄 자판기. 한 잔에 100엔입니다. 총 14종류의 쇼츄를 한 잔에 100엔으로 마셔볼 수 있어요. 의자가 없기 때문에 서서 마셔야 하고, 이곳은 화장실 바로 앞이긴 하지만;;;; 자판기에는 해당 쇼츄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미조마타상과 히카리군과 서로 다른 쇼츄를 하나씩 골라서 한 입씩 마셔볼 수 있었어요.


제가 골랐던 것은 맨 오른쪽에 있던 TAKE7 이라는 쇼츄였는데요. 향이 엄청 스파이시해서 저렇게 적은 양을 다 마시기 힘들 정도로 자극적이었습니다. 아주 놀랄 정도로 개성적인 술이었어요.





다음으로 간 곳은 KiKi라는 바입니다. 쾌활한 여성 마스터와 유도부 출신의 샤이한 알바가 있는 곳입니다. 20주년이나 된 곳이고 미조마타상도 아주 오랜 단골인 것 같았습니다. 가게 분위기도 좋았고요. 마스터도 알바도 모두 친절했습니다.





쇼츄 한 잔을 추천받아서 마시고, 좀 달달한 칵테일 한 잔을 요청해서 마셨습니다. 칵테일 이름이 어른의 칵테일(大人のCocktail)이었는데 결과물은 무척 깜찍합니다.





미조마타상에게서 ‘닷소’를 배웠습니다. 구마모토에서만 마실 수 있다는 Old Grand-Dad와 소다를 섞은 것을 닷소라고 한다고 합니다. Dad - Soda 의 합성어라고요. 사실은 결국 버번위스키의 하이볼입니다.


나중에 제가 찾아보니 저 위스키가 구마모토에서만 마실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데 유난히 구마모토에는 거의 모든 가게에서 취급하는 위스키이긴 합니다. 그러니 구마모토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위스키라고 하는 표현이 맞겠네요. 그리고 ‘닷소’라는 표현은 구마모토에서만 통하는 표현이라고 합니다.





히카리군은 다시 가게로 돌아가고, ICOCA 는 만석이라 우리는 다른 곳을 찾아야 했습니다. 미조마타상이 슬슬 배가 고프다면서 우동 먹으러 가겠냐고 합니다. 그래서 스케상 우동(資さんうどん)에 함께 갔습니다. 저는 가벼운 에비 후라이 우동을 하나 먹었는데, 미조마타상은 고명이 엄청 많은 우동을 드시더군요. 어쨌든 이 가게는 24시간 영업하는 곳이고 저렴하기도 해서 가볍게 끼니를 때우기에 좋은 곳 같아 보입니다. 솔직히 우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나중에 텐동을 먹으러 한 번 올까 싶어요.





다음으로 또 미조마타상의 단골집을 찾습니다. 바 모니카(バーモニカ)입니다. 여기는 여성 오너분이 좀 무서웠어요. 미조마타상도 졸린 눈이 되어가고, 저도 좀 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몇 잔 마시고는 헤어져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다음에는 반드시 제가 사겠다는 약속을 몇 번이고 되뇌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치만구 앞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초점이 안 맞은 건지 흔들린 건지... ㅋㅋㅋ 많이 마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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