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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여행] 꼭 다시 가보고 싶은 섬, 야쿠시마.

원령공주의 배경이 되었다는, 식상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설명

by zzoos







오랜만에 [옛날 여행]입니다. 요즘은 집에 콕 처박혀 지내느라 새로운 여행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옛날 사진첩을 뒤지면서 추억을 곱씹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오늘은 야쿠시마(屋久島)의 사진들을 봤습니다. 2017년 큐슈 일주할 때 야쿠시마에 3박 4일 동안 들렀었거든요.


정말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고,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입니다.


하지만 야쿠시마는 쉽게 결심할 수 있는 여행지가 아니긴 합니다. 비행기와 배를 타야하는 데다가 기차까지 타야할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일단 비행기를 타고 가고시마에 가야합니다. 비행 스케줄이 적절하지 않으면 후쿠오카에서 기차를 타고 가야할지도 모르죠. 그리고 가고시마에서 쾌속선을 타고 약 두 시간 정도를 들어가야 합니다. 느린 배가 아니라 쾌속선으로 두 시간이니까, 꽤나 멀리 있는 섬이죠(대충 거리로 따져보면 완도에서 제주 정도?). 그나마 최근 가고시마로 가는 여행자들이 많아지면서 가고시마 공항으로 가는 비행편이 많아져서 굳이 후쿠오카에서 기차를 타고 갈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예전엔 비행 스케줄이 안 맞으면 아예 후쿠오카로 들어가는 게 속편했거든요.







야쿠시마에는 야쿠 삼나무(屋久杉)가 자랍니다. 일본어로는 야쿠스기라고 하는데요. 숲 속에 들어가면 온통 커다란 삼나무가 가득합니다. 그중 1000년이 넘은 것은 야쿠스기, 1000년이 안 된 것은 고스기(小杉)라고 하기도 한다네요. 심지어 7200살이 넘었다는 조몬스기(縄文杉)라는 나무도 있습니다(사실 이 나무의 수령은 여러가지 설이 있기는 합니다만, 어쨌든 몇 천 살 먹은 나무인 것은 확실합니다).


야쿠시마에 도착해서 저는 외국인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서양인들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일본을 여행하면서 두 번째로 외국인의 비율이 높았던 곳이었어요(첫 번째는 미야지마). 야쿠시마를 찾는 여행객들은 대부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조몬스기를 보러 온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조몬스기 코스는 장비도 잘 갖추어야 하고(물론 대여할 수 있습니다), 가이드와 반드시 동행해야 하는 등 단순히 산책이나 트래킹의 느낌보다는 정말 '등산'을 하는 느낌인데다 왕복 8시간이 넘는다는 점은 저처럼 등산을 싫어하는(?) 날나리 여행객에게는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라타니운스이쿄(白谷雲水峡)를 추천합니다. 바로 이곳에 그 유명한 이끼의 숲(苔むす森, 코케무스모리), 미야자키 하야오가 '원령공주' 배경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곳이 있거든요. 타이코이와(太鼓岩)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도 좋다고는 하지만 체력을 생각해서 코스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다면 제외해도 됩니다. 시라타니운스이쿄 입구에서 이끼의 숲까지 단순 왕복하면 약 2km 정도로 두 시간 정도 걸리거든요. 아, 코스는 꽤 평탄해서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도 충분합니다.


물론 더 쉬운 코스도 있습니다. 야쿠스기 랜드(屋久杉ランド)에 가면 가장 긴 코스가 두 시간 정도, 짧은 코스로 돌면 한 시간 이내로도 돌아볼 수 있는 숲이 있어요. 코스도 가장 잘 정비되어 있고 오르막, 내리막도 심하지 않아서 트래킹도 아닌 산책 수준으로 돌아볼 수 있습니다. 대신 그곳엔 이끼의 숲이 없는 거죠.







저 같은 홀로 여행족이라면 야쿠시마에서 렌터카를 사용하게 될텐데요. 야쿠시마를 빙 둘러보는 드라이브가 또 제맛입니다. 다만 운전을 좀 조심해야 하는 곳이 군데군데 있고, 특히 북서쪽 야쿠시마 등대(屋久島燈台)가 있는 구간은 날씨가 좋지 않으면 길을 아예 개방하지 않을 정도의 위험구간입니다. 차 한대가 겨우 지날 정도로 길이 좁고 길 옆은 바로 낭떠러지 -0- 그리고 길 중간에 사슴과 원숭이들이 계속 나타나서 운전을 방해합니다. 맞은편에서 차가 들어오면 등에 땀이 쭉 흘러 내리죠.


왕복 1차선이라서 맞은 편의 차를 조심해야 하는 구간은 야쿠시마 곳곳에 있습니다. 시라타니운스이쿄나 야쿠스기 랜드를 가는 길에도 커다란 관광버스를 몇 번이고 만나게 될 텐데요. 그럴 땐 관광버스의 눈치를 잘 보면 됩니다. 기사님들이 완전 베테랑이라서 손짓으로 이렇게 저렇게 운전하라고 알려주실 거에요.


숙소나 먹을 것도 궁금하실 텐데, 섬이라는 곳이 육지와는 다르게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는 점만 각오하신다면 충분히 괜찮아요.


이렇게 짧은 포스팅 하나로 이곳의 매력을 모두 말씀 드릴 순 없어요. 하지만 분명히 매력적인 곳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력하게! 말씀드립니다. 정말 강력 추천이에요. 혹시라도 '일본의 소도시'를 기대하신다면 그것과는 다를 거에요. 아무래도 '일본의 오지'를 간다는 느낌이 더 정확하겠죠. 한국에서 느낄 수 있는 '오지'의 느낌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거기에 더해서 저녁에는 숙소 앞의 이자카야에서 일본의 음식들을 먹을 수 있으니, 조금은 일본의 시골을 느껴볼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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