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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조금 특별한, 울릉도

어쩌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국내 여행지일지도 모를

by zzoos




울릉도는 저에게 좀 특별한 여행지입니다. 2011년과 2012년, 겨우 두 번밖에 가보지 못했지만 항상 그리워하는 곳이라고나 할까요. 제주도보다 더 가기 힘든 곳, 경치가 대단히 아름다운 곳, 특별한 먹거리들이 있는 곳. 다들 알고 있을 만한 몇 가지 이미지들 말고도 저에게는 다른 의미가 있는 곳이거든요.




도동과 저동 사이를 잇고 있는 행남 해안 산책로. 중간에 무서운 구간이 있긴 하지만 경치가 너무 멋지다.




처음 울릉도로 출발할 때 어머니가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어머니의 고향이 울릉도라는 겁니다. 저는 평생 어머니의 고향은 부산이라고 알고 있었거든요. 그도 그럴 것이 제가 어릴 때 친가와 외가가 모두 부산에 있어서 방학마다 부산에 내려가서 지냈었어요. 어머니와 아버지는 한 동네에서 만나 결혼하셨죠. 그래서 너무 당연하게 어머니의 고향은 부산이라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울릉도에 가면 외가 친지들에게도 인사를 드리고 오너라.'


처음으로 어머니의 고향을 말씀해 주시고, 울릉도에 외가의 친지분들(외할아버지의 형제분들)이 아직도 살고 계시다고 알려주셨어요. 그러고 보니 자라면서 외오촌 이상의 외가 친척을 만나본 적이 없었던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어머니의 남매들과만 교류하고 있었던 거죠.


어떤 이유로 그동안 말씀을 안 해주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난생처음 방문한 울릉도는 저에게, 갑자기, 어머니의 고향으로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brunch_250320_02.png 모노레일을 타고 태하 전망대에 올라가서 바라본 울릉도의 동쪽 해안선




처음 울릉도에 도착해 도동항에서 택시를 타고 숙소로 가는 길, 어머니가 알려주신 외할아버지의 형제분들 성함을 택시 기사님께 여쭤보았습니다. 정말로 다 알고 계시더군요. 깜짝 놀랐습니다.


2012년에 친구들과 같이 울릉도에 방문했을 때, 펜션에서 먹을거리를 사러 동네 슈퍼마켓에 들렀습니다. 어머니가 알려주신 외오촌아주머니의 슈퍼마켓이었죠. 특별히 인사를 드리려고 들른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몰래 물건만 사서 나오려고 했어요. 이것저것 담아가지고 계산한 다음 렌터카 트렁크에 짐을 싣고 있는데, 외오촌 아주머니가 다가오시더니 '혹시, 니 00이 아들이가?'라고 물어보셔서, 어쩔 수 없이 인사를 드리고 억지로 쥐어주시는, 말린 오징어 두 축을 받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수전 일출전망대에서 바라본 저동항. 나에게 울릉도의 풍경은 이런 느낌이다.




아마 다시 울릉도를 찾는다 해도 굳이 외가의 친지분들을 찾아가서 인사를 드리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특별한 왕래도 없었고, 일부러 신세 지러 찾아온 육지 관광객 같은 느낌을 드리고 싶지도 않거든요. 하지만 울릉도에서 뭔 일이 생기면 기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든든한 느낌이 든달까요? 그리고 어머니의 고향이라는 친근함이 있달까요?


그래서 울릉도는 저에게 조금 특별한 여행지입니다.




나리분지에서 꼭 먹어봐야 할 산채 정식. 비빔밥 말고 정식이다. 반찬의 가짓수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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